[평생소식]학습자가 재미없으면 콘텐츠가 잘 나올 수가 없어요

2023-08-01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성인문해교육 유튜브 시리즈 ‘모범생’ 촬영 현장




“큐! 하면 ‘나도 모범생’ 하셔야 해요. 아셨죠?”


7월 21일, 서울역사박물관. ‘성인문해교육’ 유튜브 시리즈 ‘모범생’ 촬영 현장. 현장 총감독인 이동훈 PD의 당부가 이어진다. 시리즈의 출연자인 ‘모범생’ 김후덕, 양방자 학습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이. 큐!”

“나도 모. 모범생”


막상 영상을 찍기 시작하자 지정된 멘트를 채 하기도 전에 쑥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미안합니다. 카메라만 돌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이내 이어진 할머니들의 투정 섞인 사과에 스태프들 사이에도 웃음이 터진다. 


이들이 찍고 있는 ‘모범생’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국평원)이 만드는 ‘성인문해교육’ 유튜브 시리즈다.  여기서 말하는 ‘성인문해교육’은 문해력이 낮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 글을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 문해교육부터 핸드폰 사용, 키오스크 사용 등 디지털 문해교육까지 다양한 교육이 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성인문해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농어촌에 거주하는 60대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즉 이들에겐 언제 어디서나 쉽게 공부할 곳이 필요했다. 그러기엔 유튜브가 딱이었다. ‘모범생’ 시리즈를 기획한 국평원 국가문해교육센터 윤영지 선생님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2020),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임영웅 팬들이 직접 공부방을 꾸려 디지털 콘텐츠나 유튜브 하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거기서 착안했죠. ‘디지털, 금융, 건강 등 다양한 영역의 성인 대상 생활문해교육 콘텐츠가 
유튜브에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국가문해교육센터 윤영지 선생님  -

 

윤영지 선생님을 도와 실질적인 ‘모범생’ 제작을 맡고 있는 황지혜 작가 및 ‘모범생’의 제작진은 작가, 연출진 모두 8년 이상 문해교육 콘텐츠를 제작해온 베테랑이다. 때문에 이번 유튜브 시리즈 ‘모범생’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이전에 제작했던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는 일이었다. 


먼저 그동안 제작했던 수많은 문해교육 방송 중 가장 재미있는 방송 위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콘셉트로 만들면 가장 재미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기획 회의를 했다. 방송마다 다양한 장단점이 존재했다. 고심 끝에 이번 시리즈 ‘모범생’은 그동안 했던 여러 콘셉트를 모두 넣어 만들어보자고 정했다. 그래서 학습자들이 여러 선생님과 실내, 실외에서 이것도 저것도 공부할 수 있도록 지금의 ‘모범생’ 콘셉트가 정해졌다.


콘셉트가 정해진 후 다가온 난관은 캐스팅. 제작진은 노력 끝에 14년간 성인문해교육을 해온 김성일 선생님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김성일 선생님이 교육을 하고 있는 ‘푸른 어머니 학교’에서 ‘모범생’이 되어줄 김후덕 학습자와 양방자 학습자를 만났다. 총괄 작가인 황지혜 작가는 문해교육에서는 특히 학습자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 와도 그분보다 더 중요한 분은 학습자예요. 학습자가 불편하고 힘들면 공부가 재미없잖아요. 
재미가 없으면 콘텐츠가 잘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녹화 현장에서 학습자분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 드리려고 늘 노력해요.”

- 황지혜 총괄 작가 -

 

그래서 ‘모범생’ 촬영 현장은 다른 현장과는 조금 다르다. 쉬는 시간도 꼬박꼬박 가지고 아무리 일정에 쫓겨도 출연자들이 지쳤다 싶으면 잠깐 끊었다 가기도 한다. 또 앉을 곳을 최대한 확보하고 가능하면 앉아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날 촬영한 ‘모범생’의 주제는 ‘일제강점기’. 이를 위해 역사 스타강사 최태성 선생님을 일일 선생님으로 모시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북촌이 어딘지 아시나요?”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에 사람이 몰려 주택난이 심화되고 그 주택난으로 인해 집값이 올라가자 ‘정세권’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북촌에 집을 만들어 팔았다고 설명하는 최태성 선생님. 


“누구라고요?”

 “정세권!”


‘역시 스타강사’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김후덕 할머니와 양방자 할머니에게 역사를 알려준다. 듣고 있던 제작진들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홀린 듯 강의를 듣고 있다.  ‘모범생’은 최태성 선생님과 같은 특별한 선생님을 종종 일일 선생님으로 모신다. 1회의 특별 선생님은 트로트 가수 김수찬, 3회의 특별 선생님은 시인 김용택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생님으로 모실 예정이다. 


‘모범생’ 촬영을 마친 최태성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요즘 굉장히 문해력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이건 남녀노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시대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중요한 문제인 문해력향상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어머니뻘 되는 학생분들과 함께 우리 한글이나 독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고 의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함께 역사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최태성 선생님 -



최태성 선생님의 말처럼 문해력이 중요한 시대다. 비문해자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교육하기 위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미니 인터뷰1 💌
학교 나올 용기 안 냈으면 이 좋은 경험 못 했겠죠





‘모범생’의 진행자. 문해교사 김성일 선생님


Q. ‘모범생’ 촬영을 하며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6월 14일에 한강에서 첫 촬영을 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조금 더 넘었네요. 첫 촬영을 마치고, 출연하시는 두 분 어머님을 댁까지 모셔다드리며 ‘오늘 어떠셨는지’ 여쭤봤어요. 

처음이라 긴장됐고, 촬영이 끝나니 긴장이 풀려 피곤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신기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나이 먹고 많은 카메라 앞에서 유튜브 뭐시기 촬영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으신다면서요. 학교 다니고 처음 하게 되는 일이 정말 많다고. 그런데 하나같이 좋고 또 좋으시다고 하셨어요. 

그러시면서 “학교 처음 나오는 게 용기가 잘 안 났었는데, 그때 용기 안 냈으면 이 좋은 경험 못 하고 죽고, 그랬으면 얼마나 억울했겠어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고, 앞으로도 무슨 기회 있으면 다 해보고 후회 없이 살 거예요”라고 말씀하셨어요.

한 달 전 대화인데,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Q. 특히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이 있다면요? 

평소에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항상 학습자분들에게 “멋지다”, “대단하시다”고 인정하며 칭찬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학습자분들은 평생 ‘못 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신 터라 잘 못 받아들이세요. ‘우리 선생님이라서 못해도 무조건 잘한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하시거든요.

‘모범생’ 영상이 나가고 수업시간에 저희 반 어머님들께 댓글을 읽어드렸어요.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남긴 ‘어르신들 멋지다’, ‘대단하다’고 응원해주신 댓글을요. 읽어드리니 ‘진짜냐’고 계속 물으시면서 수줍어하시고 기뻐하셨어요.


Q. ‘모범생’에서 좀 더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은 없을까요?

제 진행 실력이 부족해서 출연하시는 방자 어머님, 후덕 어머님의 진짜 매력이 영상에 다 담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매력의 10%도 아직 다 안 나왔거든요. 제가 진행 실력을 더욱 갈고닦겠습니다.


‘모범생’의 출연자, 김후덕·양방자 학습자


Q. 어떻게 유튜브 촬영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김> 저희가 푸른 어머니 학교를 다니고 있잖아요. 그곳에서 어머니처럼 저희를 잘 챙겨주시는 ‘안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이 유튜브 촬영 한번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주셔서 두말하지 않고 그러자고 했어요. 

양> 얼굴 나오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상관없이 그냥 하자고 했어요. 해보지 뭐 했어요. 

 

Q. 촬영 후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김> 연예인 같다고. 진짜 잘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들 그래요. 

어떤 분은 지나가다가 저희 촬영하시는 걸 보셨는데요. “자기 어머니도 이런 학교에 다니는데 어머니들처럼 밝게 웃으면서 다니셨으면 좋겠다”며 너무 고맙고 멋지다고 응원해주시고 가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선지 이제 촬영에 들어가면요. 안 쓰던 말도 막 써져요. 말도 술술 나오고요. 

양> 딸은 “엄마 출세했네”라고 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다 좋다고 그래요. 찍길 잘했다고.


Q. 그동안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힘든 건 거의 없고 재미있어요. 촬영하는 건 다 재미있는데 기다리거나 서 있는 시간이 많아서 조금 힘들기는 해요. 근데 제작진이 휴식 시간을 많이 주세요.

양> 우린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해요. 즐거워하니까 마음이 참 즐겁고 좋아요. 

김> 자기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잖아요. 근데 이건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거라 그런지 너무 재미있어요. 잘하지는 못하지만요. 즐겁게 하니까 말도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양> 실수도 많이 하죠. 뭐. 

김> 우리에게 뭘 하라고 강요하거나 그런 것도 없으셔서 너무 좋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Q. ‘유튜브 해볼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고 싶으세요?

양> 하라고 그러죠. 나도 해보니까 좋더라. 일단 해봐라. 

김> 저도요. 누가 해보자고 하면 무조건 하라고 하고 싶어요. 유튜브를 찍다 보니 사람이 밝아지는 것 같아요. 사람이 배워서 나누다 보면 마음이 좋아지거든요. 




미니 인터뷰2 💌
14살 아이도 좋아하는 문해교육 콘텐츠 만들고 싶어요


 

‘모범생’의 총괄 작가. 황지혜 작가. 


Q. 처음 ‘문해교육’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8년 전 처음으로 성인문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자료 조사 차원으로 서울에 있는 한 문해학교를 방문했어요. ‘어르신들의 또 다른 문화센터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교실 문을 열었죠.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작은 교실 안에서 고령의 학습자들이 선생님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연필을 손에 꼭 쥐고는 한 글자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쓰고 있었어요. 학습자들의 간절함을 단번에 느꼈어요.

        

Q. 혹시 시도해보고 싶은 다른 콘텐츠가 있으실까요? 

“다음에는 어떤 거 할까?” 사실 이건 제작진들이 항상 나누는 대화 주제이기도 해요. 가능하다면 더 생생한 현장형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전국에 있는 수많은 학습자를 만나보고, 다양한 생활 문해부터 영어, 그 외 교과서 과목까지, 모두 현장에서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요.

학습자들의 배움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생뚱맞게 들으실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세계로 나가는 문해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최종 저의 꿈입니다.

        

Q. 현재까지의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꼭 만들고 싶었던 유튜브 콘텐츠 ‘모범생’을 시작했으니 많은 사람이 ‘모범생’을 보고 좋아할 수 있도록 유익하고 재미있는 한 회 한 회를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당장 ‘다음 회차 녹화에서는 어떤 포맷으로 공부를 해볼까?’ 머릿속이 복잡해요. 

궁극적으로 문해 학습자는 물론 14살 저희 아이도 좋아하는 치명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처음 ‘모범생’을 기획할 때 관계자분들에게 제가 외쳤거든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는 치명적인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라고요. 제가 입 밖으로 뱉은 말은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유튜브 콘텐츠 '모범생'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niletv)  

- 성인문해교육 e-학습터(https://www.le.or.kr/edu)



임진아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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