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식]전남의 디지털 문해교육

2023-09-05

디지털 전환 시대, 문해교육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디지털 학습기기 지원
디지털업·남도문해업 등 
디지털 문해교육 활성화 위한 앱 개발·보급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문해 학습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 학습기기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완도 등 10개 시군을 선정, 디지털 문해교육 학습비와 태블릿컴퓨터 등 총 2억 원을 지원했다. 2022년에는 목포 등 5개 시군을 선정해 태블릿컴퓨터 121대를 지원했으며 400여 명이 디지털 문해교육에 참여했다. 이 사업이 활성화되면 읍면동 복지관, 경로당 등의 문해 학습자에게 읽고 쓰는 단순한 한글 교육을 넘어 인터넷, 휴대전화 등 디지털 문해교육 제공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은행, 카페 등에 있는 무인 안내기(키오스크) 사용법 교육을 위해 개발한 ‘디지털업(UP)’과 ‘남도문해업(UP)’ 앱을 문해 학습자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보급하고 있다. 디지털업은 고속버스, KTX, 카페, ATM, 무인민원발급기 등 다양한 키오스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놀이터에서 직소 퍼즐게임이나 가로세로 낱말퀴즈를 해볼 수 있는 재미도 더했다. 오순도순사랑방이라는 소통방을 통해 알아두면 유용한 건강정보도 만나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 놀이를 통해 다양한 단어를 익히고 실생활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디지털업과 남도문해업은 구글플레이앱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다양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해남군 구성리회관, 디지털 문해교육 현장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해남군에서도 디지털 문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은 5개소에서 31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교육을 시행 중이다. 스마트폰 사용법과 태블릿 PC를 활용한 키오스크 체험 교육 등 실생활에 필요한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구성길에 위치한 구성리회관에서도 5분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교육이 진행되었다. 


“ATM기를 이용해 돈을 찾아볼게요. 어르신들 인건비 줄 때 돈이 필요하죠? 여기 있는 화면을 보면 100만 원이 가장 큰돈이에요. 

500만 원을 찾으려면 100만 원을 5번 누르면 됩니다. 한 번 해보세요. 그런데 이번엔 할아버지가 18만 원만 찾아오라고 했다고 쳐요. 

그런데 여기는 18만 원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잖아요. 이럴 때는 여기 기타 금액을 터치해보세요.”



김은정 문해교사는 어르신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에 나타난 화면을 터치해나갔다. 생각보다 따라 하기가 쉽지 않은지 어르신들은 연신 선생님을 불렀다. ‘딸에게 돈을 보내 봅시다’, ‘돈을 찾아보죠’ 등등 은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맞춰 ATM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과정을 반복했다. 1시간 이상 진행된 수업이지만 어르신들의 표정에서는 호기심이 넘쳐났다. 


삶의 질 높이는 디지털 문해교육


올해부터 디지털 전환 시대 학습자 수준에 맞춘 디지털 문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성인문해교육 ‘꿈보배학교’ 교과과정 중 하나거든요.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계시지 않아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만큼 정보 습득력이 떨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기계에 익숙해지시도록 태블릿 PC를 활용해 디지털 문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김 문해교사는 최근 지역 카페, 음식점 등 여러 시설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증가하는 것도 디지털 문해교육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아는 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성마을회관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 토요일 두 번씩 디지털 문해교육을 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기본 터치 방법부터 앱의 명칭 등 기능을 설명하고 키오스크 체험 앱을 활용하는 등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김 문해교사는 구성마을회관에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디지털업 같은 어플 사용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어르신들이 더 많은 체험을 해볼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20대의 태블릿 PC를 5개소 31명이 공용으로 쓰고 있어서 어르신들이 복습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지 않아요. 

만약 디지털 문해교육에 참가한 학습자들이 태블릿 PC를 개인적으로 소장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교육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문해교사는 조만간 어르신들과 은행에서 직접 체험도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환경 개선 등을 통해 디지털 문해교육 환경 조성할 것


꿈보배학교는 해남군 평생학습 브랜드로, 생활하면서 가장 큰 불편함을 겪어온 읽기, 쓰기 등의 한글 교육과 

미술, 음악, 수학 등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부터 디지털 문해교육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하셨지만 1시간 넘는 수업 시간 동안 재밌어하시면서 열심히 하고 계세요.”


해남군 정현아 평생교육사가 말한 꿈보배학교는 지난 2018년 3개소 30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172명의 학습자가 참여하고 있다. 학습장소도 해남읍의 평생학습관을 비롯해 관내 13개 읍면에서 53개 교실까지 확대했다. 그중 5개소에서 디지털 문해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 스마트 기기 적응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디지털에 익숙해지면 필요한 사회서비스도 제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평생교육사는 학습장 내 인터넷 미설치로 인해 와이파이 사용 등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파이 사용이 안 되는 곳에서 교육할 때는 담당 문해교사의 데이터 핫스팟을 연결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한 학습장 내 디지털 학습환경 개선을 위해 인터넷 설치 등 차후 지원책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정 평생교육사는 해남군은 안정적인 학습환경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교육 기반 마련을 위해 내년에 초등학력 인정의 문해학교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평생학습관 내 시설을 보완하고, 운영 교과를 확대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초 정식 문해학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1 💌
자꾸 잊어버리지만 재미있게 배워요


김복지(84세)


Q. 디지털 문해교육을 받아보시니 어떠신가요?

농협에 통장을 갖고 가면 농협 직원들이 친절하게 돈을 다 찾아줘요. 그래서 사실 이게 필요한지 몰랐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참말로 열심히 가르쳐주시니까 내가 할 수 있다면 이것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로 두 번째 배웠는데 자꾸 잊어버리네요. 


Q. 디지털 문해교육을 계속 받고 싶으신가요?

당장 쓰지 않더라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번 배워서는 기억을 못 하니까 익숙해질 수 있도록 계속 받으면 좋겠어요. 


Q. 평생학습 교육에 참여하셔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한글과 숫자를 깨우치면서 차 시간도 알 수 있게 됐고 시내 나가서 간판 보고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가요무대>라는 방송에서 노래가 나오면 가사가 같이 나와요. 가사를 잊어버렸다가 거기서 나온 가사를 보면 ‘내가 읽을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것도 알게 되니까 행복하고 즐겁고 너무 재미있어요. 



미니 인터뷰2 💌
하늘의 별 따러 가는 기분으로 배워요


박은순(79세)


Q. 디지털 문해교육을 받아보시니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애들이 가지고 노는 것만 봤지. 기계는 처음이라서 어찌하나 했지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신기하고 우리 나이에 이런 기계를 만져본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Q. 디지털 문해교육을 계속 받고 싶으신가요?

기계를 앞에 두고 선생님께서 여기 찍으라 하면 여기 찍고 저기 찍으라 하면 저기 찍어요. 그런데 그렇게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뭔가가 나와서 그게 재밌어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요.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선생님이 우리 잘 가르쳐준 보람을 느낄 테니 열심히 잘해야지요. 


Q. 평생학습 교육에 참여하셔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내가 8남매 맏이로 태어났는데 집안이 어려워서 학교에 못 갔어요. 예전에 목포 나갔다가 올 때 비가 오면 배를 탈 때 이름을 적으라고 해요. 그런데 내가 글을 몰라서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지나가는 학생들한테 부탁해서 쓰기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눈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닌데 글씨를 모른다는 것이 너무 창피했어요. 여기서 글을 배우러 처음 올 때 기분이 하늘의 별을 따러 가는 것 같았어요. 죽을 때도 연필을 꽉 쥐고 죽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이선민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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