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5월 16일부터 23일까지 37명의 연수단을 꾸려 ‘2024년 평생학습 선진사례 국외연수’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전국 평생교육진흥원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생교육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의체다.
2024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국외연수
이번 국외연수는 협의회의 각 진흥원에게 연수 희망 국가를 받은 후, 17개 시도 진흥원의 의견을 모아 연수를 진행할 국가를 선정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평생교육의 선진국인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로 결정했다. 연수단은 떠나기 전 두 나라의 평생교육 정책 및 지역 평생교육 사례를 미리 학습하고, 이를 실제로 보고 느끼기 위해 연수를 떠났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 연수단이 체험한 평생교육 사례와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생애주기별 평생교육 제공, 에스토니아 교육청
긴 비행 끝에 첫 방문지는 에스토니아 교육청(Harno : Education and Youth Board)이었다.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전 국민의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개인 학습 경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습이 진행되는 방법이나 순서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전체 예산의 84%를 EU에서 받고 있고, 국민에게 다양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교육부 산하 기구로 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16개의 지사, 5개의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5개 부서는 각각 ▲연구 품질, ▲교육 혁신, ▲청소년 업무 및 국제화, ▲에스토니아 교육 품질기관, ▲일반 부서로 나뉜다.
에스토니아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종합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문맹률이 적은 나라다. 에스토니아의 문맹률은 0.2% 미만으로 매우 적은데,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후 불과 3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성인, 청소년, 장애인 등 모두 어우러져 한 곳에서 차이와 차별 없이 교육받는다.
에스토니아에는 IT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게 티게르(Proge Tiger, 프로그램 호랑이)’라는 디지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게 티게르’의 핵심은 코딩 등 디지털 교육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수학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1992년부터 초등학교 정규수업에서 코딩을 가르쳤으며, 2012년부터는 ‘프로게 티게르’를 통해 유치원생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수단은 에스토니아 교육 시스템에서 많은 배움과 영감을 얻었다. 특히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한국도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에스토니아의 사례를 참고하여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학습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도입하기에 앞서, 디지털 인프라 확충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모든 시민이 디지털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습자들의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발굴이 필요하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 건축물,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디
헬싱키 중앙도서관인 오디(Oodi)는 핀란드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한 건축물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도서관 주변에 중앙역, 국회의사당, 현대 미술관 등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덕분의 핀란드 시민들은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
오디의 특별한 점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만든 장소라는 점이다. 건축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건축 디자인부터 공간이나 시설 구성, 운영 등 필요한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받아서 투표를 통해 결정하면서 만들었다. 건축이 완성된 지금도 오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도 시민들의 의견과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도서관의 계단은 나선형으로 되어있으며, 계단을 둘러싼 벽에는 다양한 단어가 적혀있다. 이 단어들 역시 시민들에게 ‘이 도서관을 누구에게 바치고 싶은지’ 물어보고, 받은 단어들이다. 그 결과 ‘엄마에게, 군인에게, 아이에게’ 등 총 381개의 단어가 계단 주위 벽에 새겨졌다.
1층에는 만남과 사교의 장이라 불릴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그리고 체스를 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에는 미팅룸, 스터디룸, 미디어실, 게이밍룸, 공유 주방, 재봉, 3D프린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3층에는 도서, 영화, 보드게임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대여할 수 있다. 성인과 아동의 공간이 같이 있으며, 아동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아이들을 통해 이 도서관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건물 자체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디는 전 세계 우수 건축가들이 출품한 디자인 중에서 시민들의 투표로 선정된 작품으로 설계되었다. 그만큼 건축의 미학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게다가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으며 누구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민 친화적인 공간이다.
도서관이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커뮤니티 허브로 쓰이고 있어 감명 깊다. 오디는 ‘도서관’이라는 기존의 제한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고정 관념을 깨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필요를 반영한 공간이다. 이 공간 체험을 통해 공공의 공간이 제공하는 정서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국내에서 도서관 또는 평생학습 시설을 새롭게 건축한다면 이곳처럼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고, 모든 이용자가 누워서 책을 보며 게임이나 음악, 영화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런 공간이라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Not Life-long, Life-wide, 알토대학교
알토대학교는 헬싱키 공과대학(1849), 헬싱키 아트디자인 대학(1871), 헬싱키 경제대학(1911)까지 총 3개의 대학이 합병되어 2010년 새롭게 출범했다. 12,600여 명의 학생, 400여 명의 교수와 4,000명이 넘는 직원이 있으며 예술, 경영, 화학공학, 전기공학, 공학, 과학 학부의 총 6개 학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선 교수와 학생이 수평적인 관계다.
알토대학교의 평생교육은 Life-long이 아닌 Life-wide로 규정한다. 이는 학습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것이 아닌, 학습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며 일상생활 및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힘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알토대학교에서는 매년 200개가 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여름학교, 열린대학, 경영자대학, 피테크 네트워크(Fitech Network)를 들 수 있다.
여름학교(Summer school)는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주로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협력 대학과 2주간 심화학습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카이스트, 유니스트와도 진행한다. 열린대학(open university)은 기술, 경영 분야 강좌로 누구나 청강 및 이수가 가능하고, 학습자의 니즈에 따라 강좌가 새롭게 개설되기도 한다. 경영자 대학(Aalto Executive)은 조직 및 개인을 대상으로 업무 역량 및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이다. 피테크(FiTech) 네트워크는 핀란드의 혁신 역량 개발에 기여하고 기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역량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기술대학의 초급부터 고급 과정까지 이수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알토대학교의 교수진이 직접 강의하고 있다. 대부분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지만, 열린대학의 경우 1학점당 한화 약 2만 원대(약 15유로)의 비용이 들고 나머지 비용만 국가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 예산이 축소되고 있어 개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며, 만약 시민이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자 한다면 국가와 대학이 협력하여 지원해 준다.
알토대학교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예시를 통해 핀란드의 평생교육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향상, 지속 가능한 배움을 인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그리고 그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권위와 위상만을 쫓는 정체된 대학이 아닌,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빨리 파악하여 유연하게 대응하고, 최적의 방향성을 학습자와 함께 찾아가는 능동적 대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대학의 평생교육원 역할을 강화하여 재교육과 직업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우선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입하여 직장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과 시도진흥원, 지자체의 연계를 강화하여 양질의 평생교육 운영체계를 확립해 나가는 것도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졸업생의 작품, 알토대학교 캠퍼스 투어
알토대학교는 ‘헬싱키 공과대학’ 졸업생이며 유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clto)가 대부분 설계하고 건축했다.
대학교의 이름도 알토를 기리기 위해 알토대학교가 되었다. 그는 대학교 건물뿐만 아니라 보행자, 차량 동선을 분리하고, 녹지공간과 공용공간을 확보하는 등 캠퍼스와 주변 환경까지 모두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현재 학교가 합병되었지만, 초기 설계 단계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내부의 공간만 사용 용도에 따라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알토대학교는 모든 강의실이 투명하게 보이고, 수업하는 소리도 밖에서 들을 수 있다. 경영대학 강의실의 경우 하버드의 강의실을 본떠 만들어 흡사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강의실의 용도가 고정적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변경된다는 점이다.
도서관 건물은 핀란드의 기후를 고려해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핀란드는 햇빛이 제대로 비치는 날이 드물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천장이 투명하며, 전구가 달려있다. 천장의 전구는 햇빛과 비슷한 빛을 내며 항상 같은 밝기를 유지하는데, 학생들이 날씨나 어두운 환경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곳곳에 미술 작품, 디자이너의 제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누구나 무료로 쉽게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금의 1%를 예술 작품에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팀 프로젝트 및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방법과 시설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알토대학교를 투어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내의 대학교 캠퍼스나 평생학습관의 폐쇄적 공간도 더 개방적으로 개선하고, 소통 공간을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곳곳에 예술 작품을 놓아 문화 체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더불어 학습자 중심의 서비스나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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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2024년 평생학습 선진사례 국외연수단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5월 16일부터 23일까지 37명의 연수단을 꾸려 ‘2024년 평생학습 선진사례 국외연수’를 진행했다. 협의회는 전국 평생교육진흥원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생교육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의체다.
2024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국외연수
이번 국외연수는 협의회의 각 진흥원에게 연수 희망 국가를 받은 후, 17개 시도 진흥원의 의견을 모아 연수를 진행할 국가를 선정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평생교육의 선진국인 에스토니아와 핀란드로 결정했다. 연수단은 떠나기 전 두 나라의 평생교육 정책 및 지역 평생교육 사례를 미리 학습하고, 이를 실제로 보고 느끼기 위해 연수를 떠났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 연수단이 체험한 평생교육 사례와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긴 비행 끝에 첫 방문지는 에스토니아 교육청(Harno : Education and Youth Board)이었다.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전 국민의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개인 학습 경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습이 진행되는 방법이나 순서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전체 예산의 84%를 EU에서 받고 있고, 국민에게 다양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교육청은 교육부 산하 기구로 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16개의 지사, 5개의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5개 부서는 각각 ▲연구 품질, ▲교육 혁신, ▲청소년 업무 및 국제화, ▲에스토니아 교육 품질기관, ▲일반 부서로 나뉜다.
에스토니아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종합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문맹률이 적은 나라다. 에스토니아의 문맹률은 0.2% 미만으로 매우 적은데,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후 불과 3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성인, 청소년, 장애인 등 모두 어우러져 한 곳에서 차이와 차별 없이 교육받는다.
에스토니아에는 IT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게 티게르(Proge Tiger, 프로그램 호랑이)’라는 디지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게 티게르’의 핵심은 코딩 등 디지털 교육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수학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1992년부터 초등학교 정규수업에서 코딩을 가르쳤으며, 2012년부터는 ‘프로게 티게르’를 통해 유치원생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연수단은 에스토니아 교육 시스템에서 많은 배움과 영감을 얻었다. 특히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한국도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에스토니아의 사례를 참고하여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학습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도입하기에 앞서, 디지털 인프라 확충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하여 모든 시민이 디지털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습자들의 개별 학습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발굴이 필요하다.
헬싱키 중앙도서관인 오디(Oodi)는 핀란드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한 건축물로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도서관 주변에 중앙역, 국회의사당, 현대 미술관 등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덕분의 핀란드 시민들은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
오디의 특별한 점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만든 장소라는 점이다. 건축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건축 디자인부터 공간이나 시설 구성, 운영 등 필요한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받아서 투표를 통해 결정하면서 만들었다. 건축이 완성된 지금도 오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도 시민들의 의견과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도서관의 계단은 나선형으로 되어있으며, 계단을 둘러싼 벽에는 다양한 단어가 적혀있다. 이 단어들 역시 시민들에게 ‘이 도서관을 누구에게 바치고 싶은지’ 물어보고, 받은 단어들이다. 그 결과 ‘엄마에게, 군인에게, 아이에게’ 등 총 381개의 단어가 계단 주위 벽에 새겨졌다.
1층에는 만남과 사교의 장이라 불릴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그리고 체스를 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에는 미팅룸, 스터디룸, 미디어실, 게이밍룸, 공유 주방, 재봉, 3D프린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3층에는 도서, 영화, 보드게임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대여할 수 있다. 성인과 아동의 공간이 같이 있으며, 아동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아이들을 통해 이 도서관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건물 자체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디는 전 세계 우수 건축가들이 출품한 디자인 중에서 시민들의 투표로 선정된 작품으로 설계되었다. 그만큼 건축의 미학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게다가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으며 누구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민 친화적인 공간이다.
도서관이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커뮤니티 허브로 쓰이고 있어 감명 깊다. 오디는 ‘도서관’이라는 기존의 제한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고정 관념을 깨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필요를 반영한 공간이다. 이 공간 체험을 통해 공공의 공간이 제공하는 정서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국내에서 도서관 또는 평생학습 시설을 새롭게 건축한다면 이곳처럼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고, 모든 이용자가 누워서 책을 보며 게임이나 음악, 영화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런 공간이라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취미와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알토대학교는 헬싱키 공과대학(1849), 헬싱키 아트디자인 대학(1871), 헬싱키 경제대학(1911)까지 총 3개의 대학이 합병되어 2010년 새롭게 출범했다. 12,600여 명의 학생, 400여 명의 교수와 4,000명이 넘는 직원이 있으며 예술, 경영, 화학공학, 전기공학, 공학, 과학 학부의 총 6개 학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선 교수와 학생이 수평적인 관계다.
알토대학교의 평생교육은 Life-long이 아닌 Life-wide로 규정한다. 이는 학습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되는 것이 아닌, 학습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며 일상생활 및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힘쓴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알토대학교에서는 매년 200개가 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여름학교, 열린대학, 경영자대학, 피테크 네트워크(Fitech Network)를 들 수 있다.
여름학교(Summer school)는 1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에 주로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협력 대학과 2주간 심화학습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카이스트, 유니스트와도 진행한다. 열린대학(open university)은 기술, 경영 분야 강좌로 누구나 청강 및 이수가 가능하고, 학습자의 니즈에 따라 강좌가 새롭게 개설되기도 한다. 경영자 대학(Aalto Executive)은 조직 및 개인을 대상으로 업무 역량 및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교육 프로그램이다. 피테크(FiTech) 네트워크는 핀란드의 혁신 역량 개발에 기여하고 기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역량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기술대학의 초급부터 고급 과정까지 이수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알토대학교의 교수진이 직접 강의하고 있다. 대부분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지만, 열린대학의 경우 1학점당 한화 약 2만 원대(약 15유로)의 비용이 들고 나머지 비용만 국가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 예산이 축소되고 있어 개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며, 만약 시민이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자 한다면 국가와 대학이 협력하여 지원해 준다.
알토대학교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예시를 통해 핀란드의 평생교육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향상, 지속 가능한 배움을 인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그리고 그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권위와 위상만을 쫓는 정체된 대학이 아닌,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빨리 파악하여 유연하게 대응하고, 최적의 방향성을 학습자와 함께 찾아가는 능동적 대학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대학의 평생교육원 역할을 강화하여 재교육과 직업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우선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개발하고 도입하여 직장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과 시도진흥원, 지자체의 연계를 강화하여 양질의 평생교육 운영체계를 확립해 나가는 것도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알토대학교는 ‘헬싱키 공과대학’ 졸업생이며 유명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clto)가 대부분 설계하고 건축했다.
대학교의 이름도 알토를 기리기 위해 알토대학교가 되었다. 그는 대학교 건물뿐만 아니라 보행자, 차량 동선을 분리하고, 녹지공간과 공용공간을 확보하는 등 캠퍼스와 주변 환경까지 모두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현재 학교가 합병되었지만, 초기 설계 단계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내부의 공간만 사용 용도에 따라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알토대학교는 모든 강의실이 투명하게 보이고, 수업하는 소리도 밖에서 들을 수 있다. 경영대학 강의실의 경우 하버드의 강의실을 본떠 만들어 흡사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강의실의 용도가 고정적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변경된다는 점이다.
도서관 건물은 핀란드의 기후를 고려해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핀란드는 햇빛이 제대로 비치는 날이 드물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천장이 투명하며, 전구가 달려있다. 천장의 전구는 햇빛과 비슷한 빛을 내며 항상 같은 밝기를 유지하는데, 학생들이 날씨나 어두운 환경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곳곳에 미술 작품, 디자이너의 제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누구나 무료로 쉽게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금의 1%를 예술 작품에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팀 프로젝트 및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방법과 시설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알토대학교를 투어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내의 대학교 캠퍼스나 평생학습관의 폐쇄적 공간도 더 개방적으로 개선하고, 소통 공간을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곳곳에 예술 작품을 놓아 문화 체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더불어 학습자 중심의 서비스나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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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2024년 평생학습 선진사례 국외연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