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식]"오늘부터 70대 고등학생입니다."

2023-04-01

7080 성인문해학습자 14명 경남 거창 아림고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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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식에 뽀글뽀글 '빠마머리'로 한껏 멋을 낸 할머니들이 떴다. 손자, 손녀 입학식에 참석하러 온 것 아니겠냐고 넘겨짚었다면 잘못 짚었다. 이들이 바로 입학식 주인공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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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경남 거창군 아림고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생 79명 중 14명이 70~80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2월 16일 개최된 거창군 학력인정 프로그램 졸업식을 통해 학력인정서를 교부 받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습자들과 지역 내 중졸 학력을 가진 고령자 14명(여학생 13명, 남학생 1명)으로 평균 나이는 7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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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꿈을 이뤄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석한 이들은 시니어반에서 3년간 정규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배우게 된다. 시니어반은 일반 학생들과는 분리된 반으로 운영된다. 학교는 이들을 위해 학교 적응 프로그램 운영과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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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입학식은 국민의례, 입학 허가 선언, 장학증서 수여, 학교장 환영사 순으로 진행됐다. 재학생과 신입생의 상견례 시간도 마련됐는데, 서로 마주보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중학 학력인정 과정을 통해 학력을 취득하고 입학한 고령자 신입생과 재학생도 포함돼 세대를 아우른 입학식 풍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입생 정철임(75세, 여) 할머니는 "고등학교 입학해 너무 설레고 눈물 날 만큼 기쁘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사회에 낙후된 곳 같은 곳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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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입학식에는 작년과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성인문해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강대중 원장의 특별 강연도 이어졌다. 강연은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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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중 원장은 공부하는 것을 달리기에 빗대 설명했다. "달리기를 할 때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법은 너무 숨차게 무리해서 뛰는 게 아니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계속 공부하면서 어제의 나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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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강 원장은 율곡 이이의 저서 ‘격몽요결’에 등장하는 구절을 통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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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거창군수는 "지자체가 문해학습을 운영해 초등학력과 중등학력을 인정받고 고등학교까지 입학한 것은 국내 최초로 만들어낸 이례적 정책"이라며 "아림고등학교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입학식에 참여해 특강까지 진행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강대중 원장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 거창군은 2019년 경남에서 처음으로 중학교 과정 학력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력취득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중졸 학력을 가진 13명이 전국 최초로 일반고등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했으며 올해 14명이 추가됐다. 거창군 성인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것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나아가 학력인정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만학도를 지원해주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평생교육법 제40조에 의거해 운영하는 성인문해 학력인정 제도는 성인 학습자가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경남 거창군은 2019년 경남에서 처음으로 중학교 과정 학력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력취득 기회를 제공했다. 2021년 해당 프로그램으로 중졸 학력을 가진 13명이 전국 최초로 일반고등학교(거창 아림고)에 진학했다.




중학 학력인정 취득 통해 고등학교 진학한 신입생&재학생 인터뷰

- 신입생 정철임(75세)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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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공부를 하시나요?

벼락 공부를 하는 편이에요.(웃음) 필요할 때는 많이 하고요, 며칠 동안 하나도 안 볼 때도 있고요. 이제 학교에 와야 하잖아요. 졸업하고 일주일 동안 공부 안 하니까 마음이 조급한 거예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7시 반까지 책을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다 잊어버려요. (웃음) 학교 가면 다 잊어버려요. (웃음)


Q. 가족들은 어떻게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해요.

칭찬을 많이 해주죠. 장하다고요. 칭찬받으면서 학교 오니까 다른 때보다 더 활력도 있고요. 동네 회관 가서도 목표가 생겨요. 졸업하고 나면 동네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Q. 그렇다면 공부하기 전과 공부한 후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을까요. 

공부하면서 조금 더 부지런해졌어요. 공부할수록 몰랐던 걸 조금씩 알아가게 되잖아요. 이전에 깜깜했던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 같다고 할까. 배울수록 세상을 향해 뛰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겨요. 영어 공부도 너무 재밌고요. 수학은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웃음)



중학 학력인정 취득 통해 고등학교 진학한 신입생&재학생 인터뷰

- 2학년 강금순 할머니(87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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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년 선배님이신데, 지난 1년간 학교 다니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나는 내 아 다섯 키우고 손주도 6명 키우면서 젊음을 다 바쳤어요. 사회생활이라고는 별로 해본 적도 없지요. 학교 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건 꿈에도 생각 안 해봤던 건데… 문해학교에서 공부 1년, 중학 3년 거쳐 고등학교 왔거든요. 막내아들이 집에 혼자 계심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학교 가셔서 친구들과 어울리면 시간도 잘 보내지 않겠냐고 하대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왔거든요. 공부를 가르쳐 주시니 살다 보니 어째 이런 일이 생겼나 싶은 생각이 들고요. 모든 분들, 선생님들한테 항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뒷방에 앉아 있을 늙은이가 이런 데 나와 공부하니까. 1년 다녀도 꿈이가 생시가 그런 생각 들고 그래요.  


Q. 그럼 1년 다니시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처음 학교를 오니까 공부를 못 해서 어떻게 하나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팠었어요. 이 나이 되도록 병원 한 번 입원해본 적도 없었는데, 아들 몰래 3개월 아파서 잠도 안 오고. 고등학교까지 왔으면 뭐라도 배워가고 아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걱정을 하니까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고 못 견디겠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공부 못해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게 잘 다니시라고. 그렇게 공부 포기하고 나니 괜찮더라고요.


Q. 막내 아드님이 응원한다고 하셨는데 가족들 반응은 어떠신가요? 

아들, 딸, 손자들 다 좋아하고요. 조카들도 "그 연세에 학교 다니신다니 대단하다"하지요. 


Q. 통학은 어떻게 하세요?

공부하러 온 5년 내내 돈 주고 차 타고 다녔죠. 그러다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아들이 구해준 사람 차 타고 오지요. 8시 10분 되면 우리 대문 앞에 차가 와 있어요. 우리 학생 중에 내 차 안 타본 사람 하나도 없을 거야. 


Q. 작년에 어떤 과목이 제일 재밌으셨어요? 

사회 과목이요. 근데 그 선생님이 중학교로 발령 나 가셨어요. 


Q. 이제 올해 이어 내년까지 하면 졸업하시게 되잖아요. 학교 다니면서 목표, 그리고 졸업하면 또 해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졸업할 때까지 건강하게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다리가 많이 아파서 지팡이 가방을 들고 다니거든. 건강하게 남은 학교 생활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예요.



editor  이정진

photographer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