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식]내 손 안에 선생님, 어떤 환경에서든 한글 공부가 가능해요

2023-06-06



전국 최초 언어학습기(세이펜) 활용한 충남형 성인문해 부교재 ‘소망의 씨앗’ 개발

- (재)충청남도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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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군 광암2리 마을회관은 오후가 되면 시끌벅적한 소리로 활기가 넘쳐난다.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 등 한글 읽는 소리가 섞여 들린다. 성인문해교실에서 들리는 소리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풍경이 여느 문해교실과 다르다. 열 명 남짓한 어르신들이 칠판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좌식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에 장난감처럼 생긴 펜을 터치하고 있다. 문 밖에서 들었던 한글 읽는 소리는 어르신들이 아닌 펜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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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교재 ‘소망의 씨앗’과 언어학습기 ‘세이펜’


자음과 모음을 누른 후 완성 글자를 누를 때마다 해당 글자의 소리가 펜을 통해 나왔다. 여기저기서 한글 읽는 소리가 들려도 어르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신기한 물건은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이 전국 최초로 어르신들의 문해 교육을 위해 개발한 부교재 ‘소망의 씨앗’과 언어학습기 ‘세이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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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시민대학팀 김지희 팀장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을 할 수가 없었어요. 1:1 전화수업도 해봤지만 읽기, 셈하기가 안 되는 문해 학습자의 특성상 비대면 수업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르신들이 학생들처럼 PC나 태블릿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PC나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와이파이(WiFi)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제 아이가 세이펜을 연결해 첫 한글 떼기를 했던 과정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렇게 부교재 ‘소망의 씨앗’과 언어학습기 ‘세이펜’ 호환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까지 책임졌던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시민대학팀 김지희 팀장은 기존 성인문해교과서 소망의 나무 1단계 수준과 생활문해 영역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에 밀착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충남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는 등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충남 17개 기관 200대 시범 보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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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이 성인문해 학습자를 위한 교재 개발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는 학습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충남은 중학교 학력 미만의 잠재 수요자가 약 26만 명(258,691명)이며, 성인문해교육 학습자 60% 이상이 70~90대 고연령이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광역문해교육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은 이러한 어르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현재 도내 17개 기관을 대상으로 200대를 시범 보급해 운영 중이다. 

“현장에 보급하기 전 문해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동시에 소리가 울리면 시끄러울 것 같다’고 사용 소감을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해결책도 교사들이 직접 내놓았어요. 시끄러움을 걱정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사용해 소음을 없애기도 했고, 보조교사를 동반해 어르신들이 기계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익숙해질수록 교사와 학습자 모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향후 현장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해 후속편으로 준비 중인 ‘배움의 새싹’ 부교재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한글과 영어를 접목한 부교재로 현재 집필진을 구성해 개발 중이며, 내년에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영어,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사업 다각화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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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문해 수업은 원래 통글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자음, 모음을 따로 가르쳐도 금세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을 이용한 후로는 모음과 자음을 따로 학습할 수 있어 한글의 원리까지 깨우칠 수 있게 됐다. 

“만족도가 매우 높아서 계속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시범 사업 중이지만 전국적으로도 보급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소망의 씨앗’ 사업 외에도 어르신들을 위한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는 환경에서 디지털 사용에 서툴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회 참여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어르신들은 그 어려움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해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는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필요한 교육을 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1 💌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 직접 활용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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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 정필숙 할머니(79세)


Q. 소망의 씨앗을 이용해보시니 어떤 것 같으세요?

나는 원래 한글을 어느 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받침이 어려워서 한글 교실에 나오기 시작했어요. 옛날이랑 받침이 많이 달라져서 자꾸 틀린 글자를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소망의 씨앗을 이용해 공부하니 받침을 정확히 알려줘서 헷갈리지 않고 좋았어요. 


Q.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었나요?

문해교실에서 2년째 공부하고 있는데, 이번에 세이펜과 소망의 씨앗이 보급되니 집에서도 혼자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모를 때 눌러보면 직접 발음을 해서 알려주거든요. 소리를 들으면서 공부하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Q. 소망의 씨앗을 이용해본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다들 좋아합니다. 배우는 사람뿐 아니라 가족들도 좋아합니다. 제가 재밌어하면서 집에서도 공부하니까 가족들이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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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 최용 할머니(86세)


Q. 소망의 씨앗을 이용해보신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내가 한글 공부를 시작한지 벌써 몇 년 됐는데 생각처럼 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공부도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소리나는 기계를 줘서 신기했어요. 내가 알고 싶은 글자에 펜을 대면 말이 나오는 게 제일 신기해요. 사용하기도 어렵지 않아서 금세 익숙해졌어요. 


Q.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말이 나오는 것이 신기해요. 눈으로 보는 것을 귀로도 들으니까 한글 공부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애써주셔서 공부하는 데 신이 납니다. 


Q. 소망의 씨앗을 이용해본 주위 분들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요? 

우리 아들들이 내가 공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1학년 학생 같다며 칭찬도 많이 하고요. 나처럼 나이 든 다른 사람들도 소망의 씨앗이랑 세이펜이 있으면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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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서은정 교사


Q. 이번에 개발된 충남형 부교재 소망의 씨앗을 활용해본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소망의 씨앗을 저희는 ‘내 손 안의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선생님이 옆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소리로 들려주니까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뜻이지요. 

부교재 소망의 씨앗을 활용하려면 교사 한 명으로는 어려움이 큽니다. 각자 공부하시기 때문에 계속 도움을 요청하시거든요. 혼자서는 어르신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드리기 어려워서 보조교사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습 효과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 소망의 씨앗을 사용하지 않는 문해교실에서 우리를 매우 부러워해요. 


Q. 배우시는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니까 산만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르신들이 별로 신경 쓰시지 않으시더군요. 오히려 처음 기계를 만지다 보니 집에서 혼자 하면 고장날까봐 못 만지겠다고 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또 펜을 글자에 대면 소리가 나는데 사용이 서툴러서 소리가 안 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한번 찍고 펜을 귀에 대시면 소리가 들릴 거라고 했더니 지금은 다들 매우 익숙해지셨어요. 


Q. 가장 좋았던 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예전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배려해서 한글의 원리는 짧게만 알려드리고 통글자 위주로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망의 씨앗을 사용한 후로 어르신들이 글자 하나를 배워도 자음과 모음의 원리를 통해 어떻게 글자가 만들어지는지를 아시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한글을 깨우치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미니 인터뷰 2 💌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을 개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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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박하식 원장


Q.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혹시 충남에서 이런 교재를 개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충남은 성인문해교육 학습자의 60% 이상이 70대에서 90대로 고연령이에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많은 학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현장에서 교사들이 과제물을 전달하며 1:1 전화 수업으로 학습을 지속하려 노력해보았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PC나 태블릿, 와이파이 없이, 문해 학습자들이 쉽게 한글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리는 학습자들에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세이펜을 활용하여 첫 한글 떼기를 하는 것이 떠올랐고, ‘이를 성인문해 학습자에게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충남형 부교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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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 현재 충남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효율적으로 활용된 사례도 알려주세요.

현재 도내 17개 기관에서 세이펜 200대 시범보급 운영을 하고 있어요. 올해 초에 선생님들을 모시고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 활용법을 알려주는 연수도 실시했고요.

지금은 교육 현장과 연수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후속편인 ‘배움의 새싹’을 개발 중입니다. 내년에 현장 보급할 예정이에요. 

한 기관에선 소망의 씨앗과 세이펜 덕분에 한글을 모르던 90세 어르신 2명이 한글을 깨우쳤다고 해요. 시간이나 공간에 제약이 많지 않아 원하는 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 즐겁다는 소감도 전해 들어 보람찬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Q. 충남의 성인문해 학습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충남은 중학교 학력 미만의 잠재 수요자가 약 26만 명입니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서,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일이 바빠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 많아요. 앞으로는 교육이라는 당연한 기본권을 누리면서 살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충남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 충남 문해교육센터는 충청남도 안의 모든 성인문해 학습자들이 어디서든 교육을 제공받아 풍요롭고 행복한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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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사진 강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