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에 31명 최대 규모 대표단 참가

이번 연수를 생면부지의 아프리카 모로코로 가게 된 것은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국평원) 원장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제7차 세계성인교육회의(CONFINTEA)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인학습 및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렸었다. 세계성인교육회의는 1949년의 첫 개최 이후 1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이날 만난 모로코 관계자는 “아프리카 평생교육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모로코의 라바트에서 세계성인교육회의를 잇는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민국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가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해 왔다. 강대중 국평원장은 우리도 해외연수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컨퍼런스의 공동주최자로 참여한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판단하여 그 요청을 수락했다.
라바트로 가는 길
그런데 막상 라바트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코로나가 해제되면서 하늘길이 열리자 물릴 듯이 밀려드는 여행객들 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더구나 연수 인원도 31명이나 되는 대규모여서 더 구하기 어려웠다. 이렇게도 알아보고 저렇게도 알아보며 하루하루가 초조하게 지나갔다. 다행히도 마드리드 경유편 비행기표 예약이 가능했다. 그때야 비로소 ‘이제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맘이 놓였다. ‘연수’라는 명분에 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7박 9일간 멀리 가는 ‘여행’인데 나름 ‘여행’의 맛도 느껴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분으로 연수의 효과도 거두면서 동시에 여행의 낭만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 애썼다. 스페인은 그래도 가본 경험들이 조금은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나를 비롯해 대부분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와 함께 혹시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연수의 첫발, 스페인 마드리드 상공회의소
연수의 첫 방문지는 스페인 마드리드 상공회의소(CÁMARA OFICIAL DE COMERCIO, INDUSTRIA Y SERVICIOS DE MADRID)였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는 마드리드 지방의 경제 및 비즈니스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1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미구엘 국제 개발 코디네이터(Miguel Bufalá Pérez,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rdinator)의 도움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할 기회를 가졌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는 전문가와 기업가의 기술과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은 2년제로 구성되어 있고 1년 차엔 이론과 방법에 대해, 2년 차엔 현장 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지역기업뿐 아니라 시청, 지역대학, 국제기업까지 네트워크가 연계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파견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수강생의 약 80%가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 과정을 거친 기업에 취업한다. 매년 6천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취업 연계 및 석사, 박사과정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대상의 특별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평생직업교육 관련 발표와 토론
당초 방문할 곳은 아에품(AEPUM, Asociación Estatal de Programas Universitarios para Mayores), 즉 ‘고령자를 위한 대학프로그램 스페인협회’의 파트너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의 노인대학이었다. 아에품은 스페인 전국 약 46개 대학에 6만 3천 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고 해서 벤치마킹할 만한 곳이라 여겨 기대가 컸다. 콤플루텐세 대학교는 1499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유명한 공립대학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학교 사정으로 면담이 취소되어 겉모습만 보고 왔다. 추후라도 관련 정보를 얻고 싶었다.
아프리카로 향하다
고속열차를 타고 세비야를 거쳐,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농장을 지나 타리파 항구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인 해바라기밭이 꽤 인상적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릴 만했구나!’라고 여길 만큼 생경하면서도 황홀한 풍경이었다. 수많은 해바라기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었다.
이베리아반도 끝자락에 다가가자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대륙이 너무 가깝게 보여 바다가 아니라 마치 스페인의 큰 강을 건너는 듯한 느낌이었다. 타리파 항구에서 배를 타고 그 유명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다. 불과 1시간 만에 아프리카 탕헤르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연수의 출발이었다.
탕헤르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맞이한 것은 1대의 관광버스 대신 7대의 검정색 밴이었다. 검정색 넥타이를 맨 기사들과 함께 도열하여 우리를 맞이한 밴의 행렬은 그야말로 신기한 반전이었다. 날은 더웠고 아프리카라는 낯선 곳에 도착했지만, 그 순간 이미 편안해져 버렸다. 그리고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라바트에서의 저녁은 낭만이었다. 노을이 지는 바닷가 식당에서의 저녁은 그간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우리를 맞는 7대의 검정색 밴에 나누어 탑승하는 연수단 일행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
다음 날은 마치 결전의 날 같았다. 이번 여정의 클라이맥스이자 핵심인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6월 12일부터 13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는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아프리카 모로코 교육부, 모로코 국가문해청(ANLCA), 이슬람세계교육‧과학‧문화기구(이하 ICESCO), 유네스코평생학습원(UIL)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해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7차 유네스코 세계성인교육회의(CONFINTEA VII) 1주년을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았다.
첫날인 12일, 개회식에서 나는 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연수단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했다. 아프리카 및 이슬람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을 통해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자고 강조했다.
이어 기조 세션은 ‘국제사례 벤치마킹·평생학습 기관 모델’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강대중 국평 원장이 우리나라 평생교육 국가전략을 소개하였고, 고승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이 우리나라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과 협의회의 활동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서 ICESCO의 교육본부장인 쿰부 박사(Dr. KOUMBOU Boly Barry)가 ICESCO의 평생교육 비전과 행동계획을 소개했다.

이어서 1부 ‘문자 해득에서 평생학습으로 – 세계성인교육회의 이후 패러다임의 전환’, 2부 ‘문해력, 평생학습 그리고 영역 : 국가에서 지방 수준까지’, 3부 ‘변화하는 성인교육 - 아프리카에서 문맹 감소를 위한 효과적 전략’, 4부 ‘성인과 평생학습을 진흥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 등 총 4부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문해교육과 평생학습도시에 관한 사례공유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1부와 2부 워크샵에서 박하식 충청남도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장이 ‘문해교육, 기초를 넘어 제2의 인생까지’를, 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국장이 ‘시민의 삶과 학습도시 : 학습을 통해 시민이 성장하고 시민이 지역을 바꾸는 학습도시’를 주제로 각각 발표하여 아프리카 지역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모로코 국가문해청의 사례, ICESCO와 글로벌 케어(Global Care)의 포괄적 공동체 센터 모델,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인 이집트 다미에트시의 평생교육 사례의 공유 등이 이어졌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 평생교육의 현주소를 알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평생교육의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평생교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는 폐회식에서 나는 또 인사할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과 모로코, 그리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평생교육을 통한 우호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기회가 됐으며, 대한민국 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평생교육을 위해 다양한 지역, 기관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컨퍼런스를 마치고 ICESCO Headquarters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
모로코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의 인상
컨퍼런스가 열리는 장소부터 신기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참석자들도 낯설었다. 이름도 잘 모를 아랍 전통복장을 한 ‘귀빈’들이 앞 좌석을 가득 채웠다. ‘아! 이곳이 모로코 왕국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행사 준비에 쏟은 정성만큼은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행사 진행은 깔끔하지 못했다. 사이사이 시간이 지연되곤 했는데 이를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그들의 문화가 어색했다. ‘신의 뜻대로, 인샬라’라는 마음가짐 때문일까.

환영이란 문구가 붙은 컨퍼런스 행사장 입구. 정성스레 꾸민 모습이 눈에 띈다.
첫째 날 만찬. 조금 어색하고 또 어설픈 대화들이 오갔다. 그렇지만 비슷한 일을 한다는 동지애 같은 것이 있는지 서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점심에 이어 만찬까지 이어지니 어느덧 오랜 친구같이 됐다.
ICESCO의 콤부 박사, 모로코 국가문해청의 원장인 카르브쉬(Abdelouadoud KHARBOUCH), 모로코 총리실의 교육보좌관 엘메스키(Mohammed ELMESKI) 등과 매우 가까워졌다. 엘메스키는 아내가 BTS의 아미라고 자랑해서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엘메스키와 카르브쉬는 무려 5시간을 달려 세프샤우엔까지 와서 우리와 일정을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눴다. 고마움을 잊지 못하겠다. 귀국 후에 받은 ICESCO 사무총장과 콤부 박사의 선물 또한 감동이었다.
모로코 국가문해청인 ANLCA는 National Agency for the Fight against Illitercy의 약자인데, 여기서 ‘Fight’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말로는 ‘퇴치’라고 번역했지만, ‘싸운다’는 표현을 쓸 만큼 비문해해소가 모로코 평생교육의 최우선 과제임을 엿볼 수 있었다.
페스를 거쳐 평생학습도시 셰프샤우엔으로
우리 연수단 일행은 컨퍼런스가 끝나고 바로 페스로 이동, 약간의 문화체험을 한 후, 숙소에 들러 그동안의 묵은 피로를 풀었다. 다음 날 3시간을 달려 세프샤우엔(Chefchaouen)에 갔다.
셰프샤우엔은 모로코 북서부에 위치한 산악도시로 1471년 포르투갈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작은 요새 성벽 도시로 세워졌다. 해발 660m 높이에 있으며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셰프샤우엔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인데 이는 전통적으로 유태인들이 많았던 이 도시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파란색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유네스코 학습도시로 지정된 셰프샤우엔 전경
‘배움의 도시’로도 일컬어지는 쉐프샤우엔은 2010년부터 학습도시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의 학습도시(GNLC)로 지정되었다. 환경, 역사, 지속가능한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학습’을 사회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학습도시로서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 평생교육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소 어설프기는 했지만, 에너지정보센터(CENTER INFO ENERGIE) 등을 활용하여 기후, 환경을 평생학습의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가족보호협회 셰프샤우엔 지부장과 함께
폭력피해 여성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통합 지원기관인 모로코 가족보호협회 셰프샤우엔 지부도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매우 열악했지만, 보육원, 여성해바라기센터, 방과후교실, 어린이집 등의 모든 평생교육 역할을 다하는 복합기관이었다. 이곳에서도 BTS 아미라는 젊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한글을 깨우치며 BTS에 푹 빠져 있었다. 한글 문해교육의 필요성이 세계 곳곳에 있음을 알았다.

자신이 직접 그린 BTS 슈가의 한복 입은 모습을 들고 있는 지부장의 딸. 스스로 BTS 아미라 밝히며 한글을 혼자 깨우쳤다고 했다.
주모로코왕국 한국대사관저 방문
마지막 날에는 주모로코왕국 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관저를 방문하여 정기용 대사와 환담을 나누었다. 정 대사는 우리 연수단 참가 소식을 듣고 격려차 컨퍼런스 개회식에 왔었다. 컨퍼런스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그 후 국평원, 협의회 원장들에게 관저 방문을 제안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저 방문을 통해 모로코와 더 많은 인연을 엮을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대사 덕분에 우리 일행 모두가 미공개 고대 로마 유적지인 ‘셸라’를 특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라바트 시내에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 셸라(Chellah). 미공개 지역인데 특별 관람의 기회를 얻었다.
밝은 내일을 기약하며
이후 결과보고서에 실린 소감문들을 보면서 우리 임직원들의 전문성에 놀랐다. 모두가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연수에 임했고 또 더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연수는 없을 것이다. 한껏 친해진 전국의 연수단원들, 이들이 이끌어 갈 대한민국 평생교육진흥원의 앞날은 무척 밝다.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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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고석규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회장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에 31명 최대 규모 대표단 참가
이번 연수를 생면부지의 아프리카 모로코로 가게 된 것은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하 국평원) 원장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제7차 세계성인교육회의(CONFINTEA)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인학습 및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렸었다. 세계성인교육회의는 1949년의 첫 개최 이후 12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이날 만난 모로코 관계자는 “아프리카 평생교육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모로코의 라바트에서 세계성인교육회의를 잇는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민국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가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해 왔다. 강대중 국평원장은 우리도 해외연수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컨퍼런스의 공동주최자로 참여한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판단하여 그 요청을 수락했다.
그런데 막상 라바트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코로나가 해제되면서 하늘길이 열리자 물릴 듯이 밀려드는 여행객들 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더구나 연수 인원도 31명이나 되는 대규모여서 더 구하기 어려웠다. 이렇게도 알아보고 저렇게도 알아보며 하루하루가 초조하게 지나갔다. 다행히도 마드리드 경유편 비행기표 예약이 가능했다. 그때야 비로소 ‘이제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맘이 놓였다. ‘연수’라는 명분에 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7박 9일간 멀리 가는 ‘여행’인데 나름 ‘여행’의 맛도 느껴야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분으로 연수의 효과도 거두면서 동시에 여행의 낭만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 애썼다. 스페인은 그래도 가본 경험들이 조금은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나를 비롯해 대부분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와 함께 혹시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연수의 첫 방문지는 스페인 마드리드 상공회의소(CÁMARA OFICIAL DE COMERCIO, INDUSTRIA Y SERVICIOS DE MADRID)였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는 마드리드 지방의 경제 및 비즈니스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1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미구엘 국제 개발 코디네이터(Miguel Bufalá Pérez,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rdinator)의 도움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할 기회를 가졌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는 전문가와 기업가의 기술과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은 2년제로 구성되어 있고 1년 차엔 이론과 방법에 대해, 2년 차엔 현장 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지역기업뿐 아니라 시청, 지역대학, 국제기업까지 네트워크가 연계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파견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수강생의 약 80%가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십 과정을 거친 기업에 취업한다. 매년 6천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취업 연계 및 석사, 박사과정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취약계층 대상의 특별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평생직업교육 관련 발표와 토론
고속열차를 타고 세비야를 거쳐,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농장을 지나 타리파 항구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인 해바라기밭이 꽤 인상적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릴 만했구나!’라고 여길 만큼 생경하면서도 황홀한 풍경이었다. 수많은 해바라기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었다.
이베리아반도 끝자락에 다가가자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대륙이 너무 가깝게 보여 바다가 아니라 마치 스페인의 큰 강을 건너는 듯한 느낌이었다. 타리파 항구에서 배를 타고 그 유명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넜다. 불과 1시간 만에 아프리카 탕헤르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연수의 출발이었다.
탕헤르에 도착한 우리 일행을 맞이한 것은 1대의 관광버스 대신 7대의 검정색 밴이었다. 검정색 넥타이를 맨 기사들과 함께 도열하여 우리를 맞이한 밴의 행렬은 그야말로 신기한 반전이었다. 날은 더웠고 아프리카라는 낯선 곳에 도착했지만, 그 순간 이미 편안해져 버렸다. 그리고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라바트에서의 저녁은 낭만이었다. 노을이 지는 바닷가 식당에서의 저녁은 그간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우리를 맞는 7대의 검정색 밴에 나누어 탑승하는 연수단 일행
다음 날은 마치 결전의 날 같았다. 이번 여정의 클라이맥스이자 핵심인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6월 12일부터 13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2023 평생학습 국제 컨퍼런스’는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아프리카 모로코 교육부, 모로코 국가문해청(ANLCA), 이슬람세계교육‧과학‧문화기구(이하 ICESCO), 유네스코평생학습원(UIL)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해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7차 유네스코 세계성인교육회의(CONFINTEA VII) 1주년을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았다.
첫날인 12일, 개회식에서 나는 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연수단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했다. 아프리카 및 이슬람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을 통해 성인교육과 평생교육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자고 강조했다.
이어 기조 세션은 ‘국제사례 벤치마킹·평생학습 기관 모델’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강대중 국평 원장이 우리나라 평생교육 국가전략을 소개하였고, 고승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이 우리나라의 시·도평생교육진흥원과 협의회의 활동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서 ICESCO의 교육본부장인 쿰부 박사(Dr. KOUMBOU Boly Barry)가 ICESCO의 평생교육 비전과 행동계획을 소개했다.
이어서 1부 ‘문자 해득에서 평생학습으로 – 세계성인교육회의 이후 패러다임의 전환’, 2부 ‘문해력, 평생학습 그리고 영역 : 국가에서 지방 수준까지’, 3부 ‘변화하는 성인교육 - 아프리카에서 문맹 감소를 위한 효과적 전략’, 4부 ‘성인과 평생학습을 진흥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 등 총 4부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문해교육과 평생학습도시에 관한 사례공유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1부와 2부 워크샵에서 박하식 충청남도평생교육인재육성진흥원장이 ‘문해교육, 기초를 넘어 제2의 인생까지’를, 김종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국장이 ‘시민의 삶과 학습도시 : 학습을 통해 시민이 성장하고 시민이 지역을 바꾸는 학습도시’를 주제로 각각 발표하여 아프리카 지역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모로코 국가문해청의 사례, ICESCO와 글로벌 케어(Global Care)의 포괄적 공동체 센터 모델,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인 이집트 다미에트시의 평생교육 사례의 공유 등이 이어졌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 평생교육의 현주소를 알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평생교육의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평생교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는 폐회식에서 나는 또 인사할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과 모로코, 그리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평생교육을 통한 우호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기회가 됐으며, 대한민국 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평생교육을 위해 다양한 지역, 기관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컨퍼런스를 마치고 ICESCO Headquarters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
컨퍼런스가 열리는 장소부터 신기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참석자들도 낯설었다. 이름도 잘 모를 아랍 전통복장을 한 ‘귀빈’들이 앞 좌석을 가득 채웠다. ‘아! 이곳이 모로코 왕국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행사 준비에 쏟은 정성만큼은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행사 진행은 깔끔하지 못했다. 사이사이 시간이 지연되곤 했는데 이를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그들의 문화가 어색했다. ‘신의 뜻대로, 인샬라’라는 마음가짐 때문일까.
환영이란 문구가 붙은 컨퍼런스 행사장 입구. 정성스레 꾸민 모습이 눈에 띈다.
첫째 날 만찬. 조금 어색하고 또 어설픈 대화들이 오갔다. 그렇지만 비슷한 일을 한다는 동지애 같은 것이 있는지 서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점심에 이어 만찬까지 이어지니 어느덧 오랜 친구같이 됐다.
ICESCO의 콤부 박사, 모로코 국가문해청의 원장인 카르브쉬(Abdelouadoud KHARBOUCH), 모로코 총리실의 교육보좌관 엘메스키(Mohammed ELMESKI) 등과 매우 가까워졌다. 엘메스키는 아내가 BTS의 아미라고 자랑해서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엘메스키와 카르브쉬는 무려 5시간을 달려 세프샤우엔까지 와서 우리와 일정을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눴다. 고마움을 잊지 못하겠다. 귀국 후에 받은 ICESCO 사무총장과 콤부 박사의 선물 또한 감동이었다.
모로코 국가문해청인 ANLCA는 National Agency for the Fight against Illitercy의 약자인데, 여기서 ‘Fight’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말로는 ‘퇴치’라고 번역했지만, ‘싸운다’는 표현을 쓸 만큼 비문해해소가 모로코 평생교육의 최우선 과제임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연수단 일행은 컨퍼런스가 끝나고 바로 페스로 이동, 약간의 문화체험을 한 후, 숙소에 들러 그동안의 묵은 피로를 풀었다. 다음 날 3시간을 달려 세프샤우엔(Chefchaouen)에 갔다.
셰프샤우엔은 모로코 북서부에 위치한 산악도시로 1471년 포르투갈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작은 요새 성벽 도시로 세워졌다. 해발 660m 높이에 있으며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셰프샤우엔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인데 이는 전통적으로 유태인들이 많았던 이 도시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파란색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유네스코 학습도시로 지정된 셰프샤우엔 전경
‘배움의 도시’로도 일컬어지는 쉐프샤우엔은 2010년부터 학습도시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의 학습도시(GNLC)로 지정되었다. 환경, 역사, 지속가능한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학습’을 사회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학습도시로서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 평생교육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소 어설프기는 했지만, 에너지정보센터(CENTER INFO ENERGIE) 등을 활용하여 기후, 환경을 평생학습의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가족보호협회 셰프샤우엔 지부장과 함께
폭력피해 여성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통합 지원기관인 모로코 가족보호협회 셰프샤우엔 지부도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매우 열악했지만, 보육원, 여성해바라기센터, 방과후교실, 어린이집 등의 모든 평생교육 역할을 다하는 복합기관이었다. 이곳에서도 BTS 아미라는 젊은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한글을 깨우치며 BTS에 푹 빠져 있었다. 한글 문해교육의 필요성이 세계 곳곳에 있음을 알았다.
자신이 직접 그린 BTS 슈가의 한복 입은 모습을 들고 있는 지부장의 딸. 스스로 BTS 아미라 밝히며 한글을 혼자 깨우쳤다고 했다.
마지막 날에는 주모로코왕국 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관저를 방문하여 정기용 대사와 환담을 나누었다. 정 대사는 우리 연수단 참가 소식을 듣고 격려차 컨퍼런스 개회식에 왔었다. 컨퍼런스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그 후 국평원, 협의회 원장들에게 관저 방문을 제안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저 방문을 통해 모로코와 더 많은 인연을 엮을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대사 덕분에 우리 일행 모두가 미공개 고대 로마 유적지인 ‘셸라’를 특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라바트 시내에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 셸라(Chellah). 미공개 지역인데 특별 관람의 기회를 얻었다.
이후 결과보고서에 실린 소감문들을 보면서 우리 임직원들의 전문성에 놀랐다. 모두가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연수에 임했고 또 더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니 이보다 더 좋은 연수는 없을 것이다. 한껏 친해진 전국의 연수단원들, 이들이 이끌어 갈 대한민국 평생교육진흥원의 앞날은 무척 밝다.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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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고석규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