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소식]“전화만 받다가 카톡…세상 달라지는 기분”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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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평생학습관 디지털 문해교육  


스마트폰, 카카오톡, 키오스크까지…

“활용할 줄 몰라 답답했던 마음 사라지고 배우고 알아가는 재미 느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및 광역시 비문해비율은 19.7%로 농∙산∙어촌 비문해비율 34.5%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요인으로는 인구 규모와 고령화 비율, 지역별 산업 분포와 경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서울시는 비문해자가 대도시 특성 상 뒤따르는 빠른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의 한글 문해교육 외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활용 가능한 생활문해 교육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해교육을 추진해오고 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하 서평원)이 진행하고 있는 ‘서울형 디지털 문해교육’ 사업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사람 대신 챗봇 또는 AI 상담원이 상담 또는 문의 답변을 응대하고 상품을 구매할 때도 무인 매장에서 키오스크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일상화된 시점에서 디지털 소외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실생활 밀착형 문해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평원은 복잡한 사회변화에 취약한 문해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문해교육을 추진했고, 2020년 7곳이었던 디지털 문해학습장은 2022년 현재 20곳으로 확대됐다. 이에 서평원이 지원하고 있다는 서울시 은평구 디지털 문해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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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화면 봐주세요. 카카오톡 기본 화면에 보이는 다섯개의 그림 이름은 알려드렸죠? 같이 차례대로 읽어 볼까요? 친구, 채팅, 뷰, 쇼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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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오전 11시 서울 은평구 평생학습관. 강의실을 가득 메운 60, 70대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이들이 안경을 끼거나 벗고  열심히 보고 있는 휴대폰 화면은 다름 아닌 카카오톡 대화 창. 8명의 어르신들은 교육 담당자인 정진경 강사가 설명하는 PPT 화면과 카카오톡 앱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옆 사람 혹은 수업 도우미에게 물어 해결하기도 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강의 내용을 한 장면 한 장면 휴대폰에 담아두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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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 ‘쉽게 배워보는 카카오톡’ 수업 풍경이다. 지난 8월 29일 시작돼 3회차 수업을 이끌고 있는 정진경 강사는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으로 수업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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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강사는 “벌써 세번째 수업이지만 이해하는 속도가 느린 연령층일수록 대답이 저절로 나올 때까지 반복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어르신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하나도 모르겠어” 혹은 “남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는 것보다는 “오늘은 내가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가네”라는 식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몇 차례 질문과 대답이 연달아 이어진 후 오늘의 학습내용이 소개됐다. 이날 수업은 ‘채팅 예절 알기’, ‘친구와 채팅하기’와 ‘그룹채팅방 만들기’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 은평구 평생학습관은 스마트폰, 카카오톡,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서울형 디지털 문해교육 ‘디지털 문해학습장’ 사업 일환으로 2021년 시작돼 올해로 2년째를 맞은 이 교육은 어르신들이 일상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노년층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가 어려운 기초문해교육 학습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조성하고, 문해교육기관 내 디지털 문해교육 강사를 양성 및 파견하는 서울형 디지털 문해교육 ‘디지털 문해학습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자치구 대상 공모를 통해 평생학습관, 문해교육기관, 도서관, 복지관 등에 조성하며 디지털 문해교육 기기(키오스크) 배치와 보조금 지원(강사비, 교수∙학습 연구비, 활동비 등), 문해학습자 특성 이해도가 높은 강사 활동 등을 지원한다. 또한 문해학습자에 특화된 디지털 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일상의 불편함이 없도록 학습자 맞춤형 단계별 스마트폰, 카카오톡, 키오스크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문해학습장은 2020년 7곳으로 시작돼 2021년 14곳, 2022년 20곳으로 확대됐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매년 지속적으로 디지털 문해학습장 지정 기관과 예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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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평생교육사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스마트폰 외에 키오스크 등 생활 전반에 디지털 기기가 급속도로 퍼져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다만 단순히 디지털 기기 사용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글 교육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기를 알려드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문자 쓰는 방법이나 접근법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음 ‘지읒’과 모음 ‘ㅏ’가 만나 ‘자’가 된다는 식으로 자판을 통한 기초적인 문해 교육까지 포함해 반복적인 학습을 유도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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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직접 대화창을 열고 카톡을 보낼 수 있게 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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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디지털 문해교육 수업을 듣고 있는 임정애(좌) 씨와 이경자(우) 씨


임정애 씨는 “그 동안 안 배우고 안 해본 것들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수업을 듣고 하나씩 배우니까 세상이 달라지는 기분”이라며 “배울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경자 씨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전화를 걸고 받는 것 밖에는 할 줄 몰랐고, 특히 카카오톡에 사진을 다운 받거나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을 못하니 답답했는데 이렇게 교육받고 하나씩 알아가니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은행 업무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물건 결제하는 법을 모르는데 자식들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존심도 상하지 않냐”면서 “이곳에서 배워 직접 활용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면 “엄마, 이거 언제 해봤어. 언제 이렇게 배웠어”라며 인사받을 수 있으니 좋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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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디지털 문해교육 수업을 듣고 있는 김기분 씨가 수업 소감을 글로 전했다.


김기분 씨도 디지털 문해교육을 듣는 이 시간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김 씨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이도 잘 살았지만 세월이 흘러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사는 시대가 됐고, 가족끼리도 스마트폰으로 안부를 묻는 시대에 제대로 활용을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차근차근 알려주니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수업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만큼 반복적으로 배워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봄, 가을 등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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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평생학습관 3층 채움실에 마련된 키오스크 체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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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들이 키오스크 체험기기를 직접 시연하고 있다.


은평구 평생학습관은 지난 8월 29일 카카오톡 교육을 시작으로 11월 22일까지 키오스크, 스마트폰 교육 등 총 8차에 걸쳐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키오스크 교육은 10월 7일부터 시작되며, 수업 참여자들은 학습관에 마련된 교육용 키오스크 체험기기를 통해 직접 기차표 발매, 은행 입출금, 커피 또는 패스트푸드 주문 등을 익힐 예정이다. 같은 날 시작되는 스마트폰 교육을 통해서는 키보드 입력과 메시지 전송, 사진 촬영과 관리법 등을 배우게 된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양진형 주임은 “글을 읽고 쓰는 게 쉽지 않은 문해학습자들은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는 게 일반 성인보다 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을 알려주는 디지털 교육뿐만 아니라 문해학습자들의 수준에 맞춰 한글 문해교육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양 주임은 “더 많은 문해교육기관과 문해학습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디지털 문해학습장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강사 대상 역량강화 연수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디지털 문해교육 수업

진행 중인 정진경 강사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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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나? 

문해학습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맞춰 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톡 수업’의 경우 중학 과정의 문해학습자 대상이다. 어느 정도 문자 해독이 가능한 분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초등 과정의 문해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는 용어를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순화해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개념을 이해해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서다. 

또 한 가지 고려하는 것은 문해학습자들이 거부감 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점이다. 수업 자체가 너무 학습화되면 지루하고 재미없어진다. 스마트폰을 만져보고 눌러보면서 디지털 기기와 화면 자체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데 너무 많은 자료를 전달하고 암기를 하게 만들면 문해학습자들이 또 다른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때문에 학습이 아닌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반복 학습’이다. 디지털 문해교육을 듣는 수업 참여자 대부분이 중장년∙고령층이다. 이들은 일반 성인들과 여러 면에서 학습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금방 잊어버릴 수 있는 나이다. 때문에 이들이 “하나도 모르겠다”는 말보다는 “오늘 내가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가네”라고 말하면서 당당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반복하고 복습하면서 수업하려고 하는 편이다. 


Q. 수업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다면? 

스마트폰 기종이 다르기 때문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첫 시간에 어떤 기종을 사용하는지 다 파악을 해놓는 편이다. 기종 차이로 인해 앱 화면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설명을 따라가지 못해 혹시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Q. 수업 중에 어떤 것을 알려주고 체험하도록 하고 있나?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는 사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카톡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수업을 배운 이들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고 직접 파일도 전송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배운 내용을 마음 편하게 보낼 만한 상대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업을 함께 듣는 학습자들을 모아 단체 채팅방을 만들도록 권유한다.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궁금한 것들을 편하게 물어보면서 자연스레 그 안에서 서로 돕고 챙겨주면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Q. 디지털 문해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문해교육을 한지는 이제 10년 정도 됐다. 그 당시만 해도 따로 디지털 교육은 없었고 수업 중에 금융문해 또는 보이스피싱 교육 같은 정도만 진행했었다. 그러다 디지털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작한 건 3~4년 정도 됐는데 코로나19가 확 터지면서 더 강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대면 접촉이 현저하게 줄어든 어르신들의 위기감이 컸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모르니 일상생활이 너무 불편하게 된 것이다. 기관에서도 수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생활의 불편을 느낀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직접 찾아서 수업을 들으러 오고 있다고 본다. 


Q. 디지털 문해교육 강사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습자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계속 더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금방 끝난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계속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평생학습관이나 디지털 문해교육을 기획하는 기관에서 단발성 수업으로 계획할 게 아니라 주제를 묶어서 기초-심화 과정 혹은 입문-활용 과정으로 1년짜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학습자들의 만족도나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앱 활용법들을 교육 과정에 넣는 것이다. 실제로 어르신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 중 하나가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빈 택시가 있어 타려고 해도 대부분 예약콜을 받아 이동 중인 택시라 길에서 택시 잡는데 꽤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이들이 택시 앱을 설치해서 택시를 부르고 내릴 때 결제만 하면 된다는 것만 알아도 일상생활 속 불편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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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정진

photographer 이민정

design 이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