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평생학습]내 인생 첫 커피는… | 편집위원 박진숙

2024-10-08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펄시스터즈 ‘커피 한 잔’ 가사 중 일부)


대한민국에 커피 열풍이 일어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때 외국의 음료 문화로만 여겨졌던 커피가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죠. 다양한 커피 도구, 커피 맛, 카페 분위기, 그리고 커피 문화. 그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까지,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못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디카페인 원두 덕분에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어, 이제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커피가 한국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이러한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알려주는 전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번 달 ‘길 위의 평생학습’ 주제는 먹거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의 다채로운 커피 이야기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전시명: 《요즘 커피》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기간: 2024년 8월 20일(화) ~ 11월 10일(일)

관람료: 무료

내용: 외래 음료에서 민속 음료가 되기까지 한국의 커피 문화

전시 자료: 오얏꽃무늬 커피 잔, 인삼커피, C-레이션 커피 등 60여 점


 

전시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콘텐츠가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온통 커피 이야기로 가득 찬 전시장에서 전시품, 텍스트 설명, 그리고 영상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전시장을 나올 때쯤엔 자연스레 커피 한 잔이 생각나실 겁니다.



한국의 커피문화

우리는 출근하자마자 반드시 커피를 마십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꼭 커피를 찾게 됩니다. 커피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함께 나누는 음료가 되었죠. “커피가 그렇게 맛있어?”라는 질문에 바로 “네”라고 대답하기엔 조금 망설여집니다. 세상에는 커피보다 맛있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럼 왜 마셔?”라고 물어도 딱히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2위가 커피라고 합니다. 1위는 배추김치, 3위는 밥이고요. 이처럼 밥과 김치, 그리고 커피는 언제나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었고, 한 세기 이상 전에 이 땅에 들어온 커피는 어느새 한국인의 ‘민속’ 음료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세계에서 커피 소비량이 많기로 유명한 커피 공화국, 한국의 커피 문화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이렇게 커피를 가까이하게 되었을까? 이번 전시는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일상×커피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무려 405잔에 달합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53잔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커피가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마시는 풍경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죠. 커피는 처음 끓여서 마시는 방식에서 간편하게 타 마시는 방식으로, 그리고 들고 다니는 음료로 변화해왔습니다. 물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과 커피를 마신 공간 또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처음부터 별다른 거부감 없이 우리 식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시대와 유행, 그리고 낭만을 주도해 왔습니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언제나 그 시대의 ‘핫플레이스’였습니다. 외래 음료였던 커피가 어떻게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그 한국 적응기의 과정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매력입니다.


< 낯선 커피 > 개항~대한제국

대한제국 황실에서 사용한 백자오얏꽃무늬 커피잔이 아직도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 시절 황실에서도 커피를 즐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라 더욱 흥미롭죠. 또한, 최초의 커피숍이 손탁호텔에 있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와 관련된 사진 자료가 남아 있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네요. 당시의 커피 문화와 공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끓인 커피 > 일제강점기(1910~1945)

전시실에는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의 풍경을 묘사한 삽화와, 현재 명동과 소공동 일대에 위치했던 유명 다방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문인과 예술가들이 다방을 운영하며 그곳을 창작과 교류의 장으로 삼았다고 하죠.


또한 조선인삼원에서 개발한 인삼커피는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해 만들어졌으며, 당시 광고에는 ‘정력 증진’, ‘건강 회복’, ‘두뇌 발전’ 등 각종 효능을 자랑하는 문구가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 다방 커피 > 광복 직후~1960년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군의 깡통커피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커피는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마신다니, 정말 독특한 조합이죠. 과연 어떤 맛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1950년대 중반에 충무로에 문을 연 최초의 대중음악 감상실 ‘쎄시봉’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 믹스커피 > 1970~1980년대

커피 광고를 표지에 실은 동서식품의 사보 ‘맥스웰뉴스’ 창간호가 나오고, 도깨비 시장, 양키 시장, 그리고 ‘미제 아줌마’를 통해 전국적으로 미국산 인스턴트커피가 퍼지던 시기입니다. 1976년, 동서식품이 한국식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면서 다방 ‘레지’가 타주던 ‘둘둘둘 커피’를 간편하게 1회용 포장으로 만들어 큰 편리함을 제공했습니다.


< 물 탄 커피 > 1990년대

커피를 주제로 한 책과 시나리오가 나오고, 다방에서는 홍보용 공중전화 카드까지 등장했습니다. 커피가 점점 일상 속에 깊이 자리잡기 시작한 때였죠.



연결∞커피

요즘 “식사 한번 하시죠”라는 인사말보다 “커피 한잔하시죠”가 더 익숙해졌습니다. 때때로 커피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무언가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그것이 믹스커피든, 아이스아메리카노든, 스페셜티커피든, 캡슐커피든 상관없죠. 우리는 커피를 통해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다독입니다. 그리고 커피로 너, 나, 우리 사이를 엮어갑니다. 전시장에는 커피로 연결된 인간관계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 관계를 이어주는 커피와 관련된 여러 사연들이 물건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뭉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각자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한 인터뷰도 준비되어 있는데, 헤드셋을 끼고 들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인의 후한 커피 인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미있는 통계와 설문조사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연간 커피 수입량은 19.3만 톤,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83,363개,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에 달합니다. 가정용 커피머신 수입량도 2020년에 1.2억 달러에 이르렀죠.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카페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죠. 믿거나 말거나!


그렇다면 여러분의 첫 커피 한 모금은 어떤 커피였나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의 첫 커피 1위는 믹스커피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따라 마신 경우가 많아서일 거예요. 재미있는 건, ‘둘둘둘 커피’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비율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 첫 커피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를 위해 커피를 마시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는데, 1위는 ‘습관적으로’, 2위는 ‘피로와 잠을 쫓기 위해’, 3위는 ‘맛이 좋아서’, 4위는 ‘소통과 대접을 위해’, 5위는 ‘식후 입가심 또는 해장을 위해’였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이유들이 거창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전시 마지막에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영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믹스커피 ‘성지’가 여러 곳 있다고 하네요. 여러분만의 믹스커피 맛집은 어디인가요?


에필로그. 그래도! 커피

한 잔의 커피에 필요한 원두의 양은 약 20그램.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 우리의 삶에서 커피 한 잔이 차지하는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카페인 에너지로 하루를 시작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고민할 때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죠. 때로는 특별한 누군가와의 소통을 위한 수단이 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 해주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유는 거창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20그램 커피 한 잔의 무게. 아마 이것이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래도!

커피를 마시는 여러분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당신의 즐거운 ‘길 위의 평생학습’을 응원합니다!



편집위원 박진숙 

원본 https://blog.naver.com/goldmonji2/2235892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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