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평생학습] 제주도 해안 지질의 숨겨진 보석 찾기 | 편집위원 박진숙

2025-03-04

‘길 위의 평생학습’ 이번 편에서는 지난달 소개해 드린 매력 터지는 제주의 내륙 코스에 이어, 제주 해안 지질의 특별한 매력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을 뒤로하고,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는 평생학습e음 독자 여러분께 제주의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전해 드릴게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명소들 너머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숨겨진 절경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번 여정을 준비했습니다.


제주도는 화산 활동과 바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지질학적 보물섬’입니다. 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 참 자랑스럽지 않나요? 그런데, 혹시 제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웅장한 육각형 기둥이 장관을 이루는 주상절리대, 화산 폭발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수월봉 지오트레일, 깎아지른 절벽과 해식동굴이 신비로운 남원큰엉, 독특한 방식으로 소금을 채취하던 구엄리 돌염전, 신비로움이 깃든 아름다운 계곡 용연, 맑고 청량한 용천수로 유명한 태읏개, 그리고 제주를 대표하는 전설의 바위 용두암까지. 이곳들은 제주 해안 지질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보석 같은 장소들입니다.


가보신 곳도 있고 처음 듣는 곳도 있으시죠?


오늘은 제주 해안 지질이 지닌 세 가지 매력을 중심으로, 잘 알려진 명소부터 숨겨진 비경까지 7곳의 특별한 절경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수백만 년 동안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길 위의 평생학습’, 지금 떠나볼까요?

 


1. 화산 활동의 흔적 : 주상절리대, 수월봉 지오트레일

 

<제주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신이 빚어낸 용암의 기둥, 바다와 만난 섬의 예술


 

제주 주상절리대는 서귀포시 중문동과 대포동 해안선을 따라 약 2km에 걸쳐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 화산섬으로, 주로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에 의해 형성된 ‘틈’이죠.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일정하게 정렬된 4~6각형 기둥들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최대 높이가 25m에 달하는 거대한 암석들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신이 직접 빚어 놓은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까이서 보면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어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미에 한층 더 감탄하게 됩니다.


이곳은 이미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화산 지형의 학술적 가치까지 함께 생각해 본다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학술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자연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수월봉 지오트레일>

화산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9곳 중 하나로, 화산활동의 결과물이 절벽 단면에 신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약 1만 4천 년 전 마그마와 바닷물의 만남으로 형성된 화산체의 일부로,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오트레일 코스는 수월봉에서 차귀도 포구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로, 총 길이 10km,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A, B, C 세 개의 코스로 나뉘어 있어 부담 없이 선택하여 걸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가까이에서 이 절벽을 바라보면서 마치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인간이 일부러 이렇게 정교한 예술작품을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을 텐데, 자연이 빚어낸 이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는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제주 서쪽 해안을 따라 걸으며 제주의 화산 역사를 직접 체험해 보는 건 어떠신가요?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지질학적 보물을 만나보세요.

 

 

2. 해양과의 상호작용 : 용두암, 남원큰엉, 용연

 

<용두암>

바다를 향해 솟아오른 용의 머리, 전설을 품은 제주의 바위

 

용두암은 제주시 용담동, 용연의 서쪽 바닷가에 위치한 용암 바위입니다. 점성이 높은 용암이 뿜어져 나오면서 위로 솟아오른 뒤 굳어져 형성된 독특한 형태의 암석으로, 바깥으로 드러난 부분은 모두 붉은빛을 띠는 현무암질입니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며 지금의 용머리 모양을 이루게 되었죠.


옆에서 보면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용의 머리,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길게 세운 얇은 판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용두암 주변의 바위들도 모두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검은 화산암 지대는 제주도의 화산 활동과 지질학적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산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낸 제주의 특별한 경관, 그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이곳 용두암입니다.

 

<남원큰엉>

바다가 조각한 절벽의 화폭, 신비로운 동굴이 속삭이는 제주의 비밀

 

남원큰엉은 서귀포시 동쪽 해안에 위치한 절경으로, 이름 속의 ‘엉’은 제주 방언으로 ‘언덕’을 뜻합니다. 커다란 바위가 마치 바다를 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서 ‘큰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화산 분출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형성된 절벽과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이 특징입니다. 또한,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해식동굴과 해식애(깎아지른 절벽)도 관찰할 수 있어, 제주도 해안의 지질학적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이곳은 제주 올레길 5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걸으며 파노라마 같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특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이 빚어낸 한반도 모양의 형상도 찾을 수 있으니,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용연>

용과 선비의 전설이 깃든 바다와 민물이 빚어낸 신비의 호수

 

용연은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독특한 자연 명소로, 계곡의 물이 유입되는 호수입니다. 이곳은 산등성이에서 흘러내려 온 계곡물이 바닷가로 이어지는 지점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독특한 환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위치상 제주공항과 인접해 있어 여행의 시작 혹은 끝 코스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용연이 자리한 한천의 하구는 용암이 두껍게 흐르다 굳어진 후, 오랜 세월 동안 침식을 거듭하며 깊은 V자형 계곡을 형성하였습니다. 특히 이곳의 절벽에는 수직절리가 발달된 두꺼운 현무암층이 잘 드러나 있어, 자연이 만들어낸 웅장한 암석 구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용연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 제주목에 부임한 목사들이 여름밤 뱃놀이를 즐기던 장소로도 유명했습니다. 이를 ‘용연야범(龍淵夜泛)’이라 불렀는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특성을 지닌 신비로운 곳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현재는 용연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해 질 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명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용연은 제주공항과 가까워 여행의 시작 혹은 마지막 날에 방문하기 좋습니다. 낮에는 자연의 조용한 분위기를,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 아래 신비로운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3. 인간과 자연의 공존 : 구엄리 돌염전, 태읏개

 

<구엄리 돌염전>

바위 위에 피어난 소금꽃, 400년의 세월이 빚은 제주의 하얀 보석

 

구엄리 돌염전은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만의 독특한 천연 암반 염전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전통 염전은 넓게 펼쳐진 현무암 위에 진흙으로 물막이를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고, 햇볕과 바람의 힘으로 소금을 얻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제주도의 독특한 화산 지형과 해양 환경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필요한 자원을 얻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죠.


한국전쟁 이후 육지에서 값싼 소금이 유입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현재는 일부를 복원하여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전통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구엄리 돌염전을 방문하신다면, 인근에 펼쳐진 검은 현무암 해안도 함께 감상해 보세요. 제주 바다와 어우러진 검은 바위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태읏개>

용천수와 바다가 만나 탄생한, 제주 자연이 선물한 천연 수영장

 

올여름, 특별한 곳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워터파크 대신 태읏개를 추천합니다.


태읏개(태웃개)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도의 독특한 해안 지형으로, 주변에서는 제주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용천수가 끊임없이 솟아납니다. 이 맑은 용천수가 바닷물과 만나면서 태읏개만의 특별한 자연 환경을 만들어냈죠.


이곳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 물 온도가 상대적으로 차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둘째, 주변을 둘러싼 포구와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 외부 파도가 강하게 몰아쳐도 비교적 잔잔한 수면을 유지합니다. 덕분에 물놀이를 즐기기에 더욱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죠. 셋째, 맑고 투명한 바닷물 덕분에 스노클링을 하며 아름다운 제주 바닷속을 탐험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에는 이렇게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 몇 곳 있지만, 태읏개는 그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주변 전경이 특히 아름다워 노을이 질 무렵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SNS에서 떠오르는 여행지로 주목받으며 다이빙 명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너무 유명해지기 전에, 제주 자연이 선물한 이 특별한 수영장을 먼저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주도의 해안 지질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넘어, 지구의 역사와 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담아낸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화산 활동의 흔적, 해양과의 상호작용, 인간과 자연의 공존, 그리고 풍부한 생태계까지. 제주 해안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지질학적 특징을 한 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제주 해안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학술적·교육적 가치가 뛰어난 소중한 자연유산임을 증명하는 것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이토록 경이로운 자연유산이 있다는 사실, 참 자랑스럽지 않나요? 제주도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보존하고 연구해야 할 보물 같은 공간입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제주가 더욱 신비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과정이 바로 ‘길 위의 평생학습’입니다.


편집위원 박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