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 말로 보컬리스트·음악감독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압도적인 스캣 창법과 자신만의 감성을 통해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녀는 지금은 작사, 작곡, 편곡을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경희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특이한 학력을 가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물리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지난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그루터기’라는 노래로 은상을 받으며 음악계에 데뷔했다. 그러다 재즈에 매료되어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에 진학한 것은 그녀의 인생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혹시 ‘Fly sky to the moon'이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가장 대표적인 재즈곡이죠. 재즈 특유의 복잡한 리듬과 즉흥적인 연주 방식이 담긴 노래예요. 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그동안 경험해 왔던 익숙했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재즈에 매료되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배워보자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던 거예요.”
한국에 돌아온 말로는 특유의 즉흥성과 감각적인 보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어는 재즈와 안 어울린다는 통념을 깨고 한국 재즈의 새 지평을 연 뮤지션’ ‘강렬하고도 섬세한 가창력의 재즈 여신(女神)’ ‘스캣(scat) 여왕’ 등 그녀에 대한 헌사도 다양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작사가 이주엽과 협업하며 다양한 재즈 음악을 냈다. 말로와 이주엽 작사가가 협업한 노래로는 ‘벚꽃 지다’ ‘지금, 너에게로’ ‘겨울, 그리고 봄’ 등이 있다. 그녀의 매력은 창작곡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0년부터 ‘신라의 달밤’ ‘목포의 눈물’ 등을 재즈로 편곡해 불러서 수록한 음반 <동백아가씨>, ‘누가 울어’ ‘안녕’ 등을 재즈화해 그의 가창력에 실은 <말로 싱즈(sings) 배호>, ‘고래사냥’ ‘우리는’ ‘푸르른 날’ ‘사랑이야’ 등 송창식의 노래를 재즈화해 부른 <송창식 송북(songbook)> 등 한국 가요를 재즈화한 ‘K 스탠더드’ 시리즈는 명반으로 꼽힌다.
“트로트를 재즈화한 이유는 그 속에서 재즈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트로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말 친숙한 음악이고, 그 안에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기쁨과 슬픔이 담겨 있잖아요. 그게 바로 재즈와 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즈도 인생의 여러 감정, 순간을 담아내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트로트 곡을 재즈 스타일로 불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낯선 조합처럼 들릴 수 있지만, 두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이, 그리고 즉흥적인 표현 방식이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그녀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무대에서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적 대화를 나누며 즉흥적으로 곡을 재해석한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녀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재즈 공연의 분위기는 정말 독특하고 즉흥적이에요. 매번 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재즈 공연의 매력이죠.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그날의 기분, 연주자들 간의 호흡, 그리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됩니다. 재즈는 그야말로 ‘순간을 사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날 무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몰라요. 그 즉흥성 때문에 항상 새롭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설레고 긴장돼요.”
인터뷰 내내 호탕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의견을 피력하는 말로는 유쾌한 사람 그 자체였다.
재즈가 운명을 바꾸다
Q.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나요?
사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하긴 했지만, 그때는 음악을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피아노나 기타를 대충 치면서, 그저 흥미로 하는 정도였죠. 집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음악을 공부나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은 그저 들리는 대로,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게 다였어요.
“음악을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렇게 오만했던 시절이었어요. 음악을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그저 즐기고 흥얼거리는 정도였고, 정말 전문적으로 접근하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래서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한 거예요. 그건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거죠.
Q. 재즈를 만난 것이 말로 씨의 운명을 바꾼 셈이네요.
재즈를 처음 접하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죠. 재즈는 단순히 ‘들리는 대로’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어요. 재즈를 접하기 전에 웬만한 음악은 그대로 악보를 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즈는 그 복잡한 리듬, 즉흥성,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죠. 그때부터 저는 음악을 정말로 ‘배워야겠다’고 느꼈고, 재즈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거예요. 이전의 음악 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죠.
Q. 그래서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나요?
버클리 음대에 진학하게 된 건 정말 큰 전환점이었어요. 처음에 재즈에 빠져들었을 때는 그냥 혼자서 듣고 따라 해보는 정도였는데, 점점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재즈의 복잡한 리듬과 즉흥성이 저를 사로잡았죠. 한국에서 혼자 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그때 가장 유명한 재즈 학교가 버클리였고, 그래서 결심했죠. “이왕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보자!”라고요. 그렇게 물리학 전공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Q. 버클리 음대의 생활은 어땠나요?
버클리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음악에 미친’ 시간이었어요. 하루 종일 연습실에만 있었죠.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실에 앉아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친구들도 거의 사귀지 않았고, 길거리 산책도 안 했어요. 그저 연습, 연습, 또 연습이었죠.
특히 리듬을 잡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재즈는 박자가 일정하지 않고,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몸에 익지 않아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리듬이 마음대로 안 될 때는 정말 좌절감도 컸죠. 그래도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됐어요.
Q. 그런데 졸업을 하지 않고 그냥 귀국했지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아, 음악은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게 아니구나.” 물론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테크닉을 연습하는 건 중요하지만, 재즈라는 건 결국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부딪히면서 배워야 하는 거더라고요. 학교에서 계속 평가받고 점수를 따는 게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음악을 배웠으니 이제는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버클리를 그만둔 건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의 선택 덕분에 더 자유롭게,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만두고 나서야 진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도대체 재즈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빠져들었고 평생 할 수 있었나요?
재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자유로움이에요. 재즈는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똑같은 곡을 불러도 매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바로 재즈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관객의 반응에 따라 곡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마치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죠.
그리고 즉흥성도 재즈의 핵심이에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무대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주고받으면서 곡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죠. 또 하나,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재즈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곡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죠.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재즈는 그날그날의 무대와 관객 반응에 따라 다르게 흘러가요. 공연 중에 관객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곡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이 바로 재즈의 생명력이고, 그게 제가 재즈를 계속 사랑하는 이유죠.
아이부터 성인까지, 음악으로 삶을 가르치고 함께하는 이야기
Q.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고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학부모 참관 수업을 갔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은 음악 수업을 참관하게 됐는데, 참관하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화면에 노래 가사를 띄우고,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전부였어요.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긴 했지만, 악기 하나 없이, 그저 화면을 보고 노래방처럼 흘러가는 가사만 읽고 있었죠.
더 놀라운 건, 제 아들이 그때 한글을 아직 제대로 떼지 않았는데도 다른 아이들은 가사를 막 술술 읽고 부르고 있다는 거였어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한글을 배우고,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접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정작 제 아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죠. 그 순간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음악이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가사를 읽고 따라 부르는 훈련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곧장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건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제가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공짜로 가르친다니까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웃음) 다행히 교장 선생님도 제 의견에 동의해 주셔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어요. 그렇게 제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나요?
진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화면을 보고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Q. 어떤 식으로 가르쳤나요?
처음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게 됐을 때, 저는 무조건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학교에서처럼 무조건 따라 부르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첫 수업부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보여주면서 “이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오는 게 얼마나 신기한지 직접 보자”라고 했죠. 그때 아이들 반응이 정말 재밌었어요. “선생님, 피아노 반주 소리가 어디서 나와요? 무슨 음원이 틀어졌어요?” 하면서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때 아이들은 피아노를 누군가가 직접 연주해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자, 다 나와서 쳐보자”라고 했더니, 정말 하나같이 나와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요. 처음 몇 주는 아무런 노래도 가르치지 않았어요. 그냥 피아노를 마음껏 치게 두었죠.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눌러보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 너무 신기해하더군요. 그때 제가 확신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음악이 놀이여야 한다는 걸요. 아이들이 자신이 직접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보는 게 참 뿌듯했어요.
Q. 그럼 악기만 가르친 건가요? 음악 교육이라고 하면 노래도 부르고 해야 할 텐데요.
그리고 나서야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때도 그냥 “이걸 외워서 불러”가 아니었어요. 먼저 제가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이 저를 따라오는 식이었어요. 수업 내내 시끄럽고 떠들썩했죠. 아이들은 노래를 배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웃고, 자기들끼리 놀기도 했어요. 저는 조용히 시키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서 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들이 ‘평가’나 ‘숙제’처럼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며 음악을 하는 걸 보니 저도 함께 신났죠. 결국, 아이들은 합창도 훌륭하게 해냈고, 음악이 얼마나 재밌고 자유로운지 몸으로 배웠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Q.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마을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도 수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가르치는 건 저한테 정말 큰 기쁨이에요. 왜냐하면, 가르치는 과정에서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반응을 보고, 그들이 어떻게 음악을 받아들이는지 보면서 제 스스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요. 특히 재즈처럼 자유로운 음악은 정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들마다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정말 놀라워요. 그게 바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오는 큰 보람이죠.
그리고 제가 말발이 참 좋아요(웃음). 제가 수업을 하면 다들 재미있다고 계속 들으러 오세요. 예전에 은평구에서 살 때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재즈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이 10년도 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양주로 이사갔지만 지금도 수업을 하러 와요. 얼마 전에 이분들과 함께 클럽에서 재즈 공연을 했는데 그들이 두려움을 내려놓고 재즈를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Q. 어른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성인들이 음악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셨어요.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을 자주 하셨어요. 사실 성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평가받고 비교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에 겁이 많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그 벽을 허물 수 있었어요. “괜찮아요, 틀려도 돼요. 재즈는 틀이 없어요. 그냥 즐기시면 돼요”라고 얘기해주니까,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고 진짜 즐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했던 건, 성인들이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주저하시던 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를 부르고, 리듬을 느끼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특히, 성인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건,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는 거예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새로운 걸 배우고, 그 속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이죠.
재즈로 배우고 소통하는 말로의 끝없는 여정
Q.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과정이 멋있네요. 배움에 대한 철학도 특별하실 것 같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어요. 그리고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제가 늘 느끼는 건, 사람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도 언제든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어요. 제가 어른들을 가르칠 때도 그걸 많이 느껴요. 평생을 일만 하다 이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분들이 “내가 이 나이에 음악을 이렇게 즐길 줄 몰랐다”라고 하실 때, 그 감동은 정말 크죠.
배움은 결국 우리 삶을 계속해서 풍요롭게 해주고,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에요. 특히 음악에서는 그걸 더 강하게 느껴요. 음악을 하면 할수록,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나요.
재즈도 마찬가지예요. 재즈는 정해진 틀이 없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질 수 있죠. 그래서 배움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해요. 배움에는 틀리거나 실패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배울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게 참 행복해요.
Q. 평생학습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평생학습이요? 저는 그게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평생을 두고 배우는 존재잖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음악을 하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어요.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할 때마다 “아,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하고 느껴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
평생학습은 결국,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배움이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깊이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평생학습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해요.
Q. 최근 카리나 네뷸라 그룹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시는데요, 솔로로 활동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카리나 네뷸라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일단, 이 그룹 활동은 저에게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었죠. 다양한 연주자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매 순간 그들의 에너지와 개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저도 더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특히, 카리나 네뷸라는 각 멤버가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되었어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흥미로웠죠. 가장 많이 배운 건 협업의 중요성이에요. 혼자서 음악을 할 때는 모든 게 내 의지와 감각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룹 활동은 그렇지 않거든요. 각 멤버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감정이 어떻게 음악에 녹아드는지, 그걸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법을 배웠어요. 특히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그 순간의 에너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해요. 재즈는 대화 같다는 걸 카리나 네뷸라 활동을 하면서 더 절실히 느꼈어요. 서로가 주고받는 그 미묘한 흐름, 그게 바로 진짜 음악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저는 계속해서 노래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할 거예요. 재즈는 제가 평생 사랑할 음악이니까, 무대에서 노래하는 순간순간이 저한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재즈는 그날그날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언제나 신선하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재즈의 매력을 나누고 싶어요.
또한, 가르치는 일도 계속할 계획이에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저에게 큰 기쁨이거든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감동적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들에게 음악이 단지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 자신도 계속 배우고 싶어요. 재즈는 끝이 없는 음악이라서,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제 음악을 더 확장하고,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어요. 재즈는 변형과 실험이 가능한 장르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즈를 표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저에게 음악은 소통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일이 제 앞으로의 계획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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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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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압도적인 스캣 창법과 자신만의 감성을 통해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녀는 지금은 작사, 작곡, 편곡을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경희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특이한 학력을 가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물리학 학사를 취득했으며 지난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그루터기’라는 노래로 은상을 받으며 음악계에 데뷔했다. 그러다 재즈에 매료되어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에 진학한 것은 그녀의 인생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혹시 ‘Fly sky to the moon'이라는 노래 들어보셨어요? 가장 대표적인 재즈곡이죠. 재즈 특유의 복잡한 리듬과 즉흥적인 연주 방식이 담긴 노래예요. 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그동안 경험해 왔던 익숙했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즉흥성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재즈에 매료되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배워보자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던 거예요.”
한국에 돌아온 말로는 특유의 즉흥성과 감각적인 보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어는 재즈와 안 어울린다는 통념을 깨고 한국 재즈의 새 지평을 연 뮤지션’ ‘강렬하고도 섬세한 가창력의 재즈 여신(女神)’ ‘스캣(scat) 여왕’ 등 그녀에 대한 헌사도 다양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작사가 이주엽과 협업하며 다양한 재즈 음악을 냈다. 말로와 이주엽 작사가가 협업한 노래로는 ‘벚꽃 지다’ ‘지금, 너에게로’ ‘겨울, 그리고 봄’ 등이 있다. 그녀의 매력은 창작곡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0년부터 ‘신라의 달밤’ ‘목포의 눈물’ 등을 재즈로 편곡해 불러서 수록한 음반 <동백아가씨>, ‘누가 울어’ ‘안녕’ 등을 재즈화해 그의 가창력에 실은 <말로 싱즈(sings) 배호>, ‘고래사냥’ ‘우리는’ ‘푸르른 날’ ‘사랑이야’ 등 송창식의 노래를 재즈화해 부른 <송창식 송북(songbook)> 등 한국 가요를 재즈화한 ‘K 스탠더드’ 시리즈는 명반으로 꼽힌다.
“트로트를 재즈화한 이유는 그 속에서 재즈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트로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말 친숙한 음악이고, 그 안에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기쁨과 슬픔이 담겨 있잖아요. 그게 바로 재즈와 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즈도 인생의 여러 감정, 순간을 담아내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트로트 곡을 재즈 스타일로 불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낯선 조합처럼 들릴 수 있지만, 두 장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이, 그리고 즉흥적인 표현 방식이 닮아있다고 느꼈어요.”
그녀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무대에서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적 대화를 나누며 즉흥적으로 곡을 재해석한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그녀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재즈 공연의 분위기는 정말 독특하고 즉흥적이에요. 매번 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재즈 공연의 매력이죠.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그날의 기분, 연주자들 간의 호흡, 그리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됩니다. 재즈는 그야말로 ‘순간을 사는 음악’이기 때문에, 그날 무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몰라요. 그 즉흥성 때문에 항상 새롭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설레고 긴장돼요.”
인터뷰 내내 호탕하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의견을 피력하는 말로는 유쾌한 사람 그 자체였다.
Q.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나요?
사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하긴 했지만, 그때는 음악을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피아노나 기타를 대충 치면서, 그저 흥미로 하는 정도였죠. 집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음악을 공부나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음악은 그저 들리는 대로,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게 다였어요.
“음악을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렇게 오만했던 시절이었어요. 음악을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그저 즐기고 흥얼거리는 정도였고, 정말 전문적으로 접근하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래서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한 거예요. 그건 공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던 거죠.
Q. 재즈를 만난 것이 말로 씨의 운명을 바꾼 셈이네요.
재즈를 처음 접하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죠. 재즈는 단순히 ‘들리는 대로’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어요. 재즈를 접하기 전에 웬만한 음악은 그대로 악보를 그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즈는 그 복잡한 리듬, 즉흥성,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죠. 그때부터 저는 음악을 정말로 ‘배워야겠다’고 느꼈고, 재즈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거예요. 이전의 음악 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죠.
Q. 그래서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나요?
버클리 음대에 진학하게 된 건 정말 큰 전환점이었어요. 처음에 재즈에 빠져들었을 때는 그냥 혼자서 듣고 따라 해보는 정도였는데, 점점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재즈의 복잡한 리듬과 즉흥성이 저를 사로잡았죠. 한국에서 혼자 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그때 가장 유명한 재즈 학교가 버클리였고, 그래서 결심했죠. “이왕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보자!”라고요. 그렇게 물리학 전공을 접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Q. 버클리 음대의 생활은 어땠나요?
버클리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음악에 미친’ 시간이었어요. 하루 종일 연습실에만 있었죠.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실에 앉아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친구들도 거의 사귀지 않았고, 길거리 산책도 안 했어요. 그저 연습, 연습, 또 연습이었죠.
특히 리듬을 잡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재즈는 박자가 일정하지 않고, 그 미세한 차이를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몸에 익지 않아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리듬이 마음대로 안 될 때는 정말 좌절감도 컸죠. 그래도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됐어요.
Q. 그런데 졸업을 하지 않고 그냥 귀국했지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아, 음악은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게 아니구나.” 물론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테크닉을 연습하는 건 중요하지만, 재즈라는 건 결국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부딪히면서 배워야 하는 거더라고요. 학교에서 계속 평가받고 점수를 따는 게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음악을 배웠으니 이제는 밖으로 나가서 실제로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버클리를 그만둔 건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의 선택 덕분에 더 자유롭게,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그만두고 나서야 진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Q. 도대체 재즈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빠져들었고 평생 할 수 있었나요?
재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자유로움이에요. 재즈는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똑같은 곡을 불러도 매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바로 재즈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관객의 반응에 따라 곡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마치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죠.
그리고 즉흥성도 재즈의 핵심이에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무대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주고받으면서 곡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죠. 또 하나,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에요. 재즈는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곡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죠.
마지막으로,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재즈는 그날그날의 무대와 관객 반응에 따라 다르게 흘러가요. 공연 중에 관객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곡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이 바로 재즈의 생명력이고, 그게 제가 재즈를 계속 사랑하는 이유죠.
Q.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고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학부모 참관 수업을 갔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날은 음악 수업을 참관하게 됐는데, 참관하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화면에 노래 가사를 띄우고,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전부였어요.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긴 했지만, 악기 하나 없이, 그저 화면을 보고 노래방처럼 흘러가는 가사만 읽고 있었죠.
더 놀라운 건, 제 아들이 그때 한글을 아직 제대로 떼지 않았는데도 다른 아이들은 가사를 막 술술 읽고 부르고 있다는 거였어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한글을 배우고,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접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정작 제 아들은 입도 뻥긋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죠. 그 순간 너무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음악이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가사를 읽고 따라 부르는 훈련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곧장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건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제가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공짜로 가르친다니까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웃음) 다행히 교장 선생님도 제 의견에 동의해 주셔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어요. 그렇게 제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나요?
진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화면을 보고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Q. 어떤 식으로 가르쳤나요?
처음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게 됐을 때, 저는 무조건 ‘즐기게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학교에서처럼 무조건 따라 부르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첫 수업부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보여주면서 “이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오는 게 얼마나 신기한지 직접 보자”라고 했죠. 그때 아이들 반응이 정말 재밌었어요. “선생님, 피아노 반주 소리가 어디서 나와요? 무슨 음원이 틀어졌어요?” 하면서 깜짝 놀라는 거예요. 그때 아이들은 피아노를 누군가가 직접 연주해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자, 다 나와서 쳐보자”라고 했더니, 정말 하나같이 나와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요. 처음 몇 주는 아무런 노래도 가르치지 않았어요. 그냥 피아노를 마음껏 치게 두었죠.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눌러보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 너무 신기해하더군요. 그때 제가 확신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음악이 놀이여야 한다는 걸요. 아이들이 자신이 직접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보는 게 참 뿌듯했어요.
Q. 그럼 악기만 가르친 건가요? 음악 교육이라고 하면 노래도 부르고 해야 할 텐데요.
그리고 나서야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때도 그냥 “이걸 외워서 불러”가 아니었어요. 먼저 제가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이 저를 따라오는 식이었어요. 수업 내내 시끄럽고 떠들썩했죠. 아이들은 노래를 배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웃고, 자기들끼리 놀기도 했어요. 저는 조용히 시키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서 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죠. 그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들이 ‘평가’나 ‘숙제’처럼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즐기며 음악을 하는 걸 보니 저도 함께 신났죠. 결국, 아이들은 합창도 훌륭하게 해냈고, 음악이 얼마나 재밌고 자유로운지 몸으로 배웠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Q.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마을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도 수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가르치는 건 저한테 정말 큰 기쁨이에요. 왜냐하면, 가르치는 과정에서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반응을 보고, 그들이 어떻게 음악을 받아들이는지 보면서 제 스스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요. 특히 재즈처럼 자유로운 음악은 정답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람들마다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정말 놀라워요. 그게 바로 가르치는 과정에서 오는 큰 보람이죠.
그리고 제가 말발이 참 좋아요(웃음). 제가 수업을 하면 다들 재미있다고 계속 들으러 오세요. 예전에 은평구에서 살 때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재즈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이 10년도 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양주로 이사갔지만 지금도 수업을 하러 와요. 얼마 전에 이분들과 함께 클럽에서 재즈 공연을 했는데 그들이 두려움을 내려놓고 재즈를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Q. 어른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성인들이 음악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셨어요.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을 자주 하셨어요. 사실 성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평가받고 비교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에 겁이 많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그 벽을 허물 수 있었어요. “괜찮아요, 틀려도 돼요. 재즈는 틀이 없어요. 그냥 즐기시면 돼요”라고 얘기해주니까,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고 진짜 즐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신기했던 건, 성인들이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주저하시던 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를 부르고, 리듬을 느끼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특히, 성인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건,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는 거예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새로운 걸 배우고, 그 속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이죠.
Q.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과정이 멋있네요. 배움에 대한 철학도 특별하실 것 같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어요. 그리고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제가 늘 느끼는 건, 사람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도 언제든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어요. 제가 어른들을 가르칠 때도 그걸 많이 느껴요. 평생을 일만 하다 이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분들이 “내가 이 나이에 음악을 이렇게 즐길 줄 몰랐다”라고 하실 때, 그 감동은 정말 크죠.
배움은 결국 우리 삶을 계속해서 풍요롭게 해주고,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에요. 특히 음악에서는 그걸 더 강하게 느껴요. 음악을 하면 할수록,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나요.
재즈도 마찬가지예요. 재즈는 정해진 틀이 없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질 수 있죠. 그래서 배움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해요. 배움에는 틀리거나 실패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배울 때마다 조금 더 성장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게 참 행복해요.
Q. 평생학습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평생학습이요? 저는 그게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평생을 두고 배우는 존재잖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배우고, 그 배움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음악을 하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어요.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할 때마다 “아,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하고 느껴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
평생학습은 결국,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배우면 배울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배움이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깊이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평생학습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해요.
Q. 최근 카리나 네뷸라 그룹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시는데요, 솔로로 활동하는 것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카리나 네뷸라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일단, 이 그룹 활동은 저에게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었죠. 다양한 연주자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매 순간 그들의 에너지와 개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저도 더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특히, 카리나 네뷸라는 각 멤버가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되었어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굉장히 창의적이고 흥미로웠죠. 가장 많이 배운 건 협업의 중요성이에요. 혼자서 음악을 할 때는 모든 게 내 의지와 감각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룹 활동은 그렇지 않거든요. 각 멤버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감정이 어떻게 음악에 녹아드는지, 그걸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법을 배웠어요. 특히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그 순간의 에너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해요. 재즈는 대화 같다는 걸 카리나 네뷸라 활동을 하면서 더 절실히 느꼈어요. 서로가 주고받는 그 미묘한 흐름, 그게 바로 진짜 음악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저는 계속해서 노래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할 거예요. 재즈는 제가 평생 사랑할 음악이니까, 무대에서 노래하는 순간순간이 저한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간이에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재즈는 그날그날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서, 언제나 신선하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재즈의 매력을 나누고 싶어요.
또한, 가르치는 일도 계속할 계획이에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저에게 큰 기쁨이거든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감동적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들에게 음악이 단지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 자신도 계속 배우고 싶어요. 재즈는 끝이 없는 음악이라서,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제 음악을 더 확장하고,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어요. 재즈는 변형과 실험이 가능한 장르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즈를 표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저에게 음악은 소통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일이 제 앞으로의 계획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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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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