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원장 고석규_“17개 시・도의 차이, 이해하고 넘어서야죠”

2022-08-09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 고석규 원장 인터뷰

제10대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 신임 회장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은 평생교육계에도 침체를 가져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시기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실태와 변화’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조사에서 41.7%였던 성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2021년 30.7%로 2년 사이 10%p 넘게 줄어들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향해가는 상황에서 평생교육계는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아래 진흥원협의회)는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2022년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 제2차 정기총회'에서 고석규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을 10대 협의회장으로 선임했다. 


2013년 창설된 진흥원협의회는 ▴ 평생교육 발전과 ▴ 전국 17개 시도평생교육진흥원 간의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대 기구다. 고석규 원장은 김제선 9대 협의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1년간 진흥원협의회를 책임지게 된다. 

고 원장은 23년간 목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목포대학교 총장과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 협의회장 등을 지냈고 2021년 4월부터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전남 무안에 위치한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에서 고석규 원장을 만났다. 전남도의회 업무보고를 마치고 왔다는 고 원장은 인터뷰 사전 질문지에 8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미리 준비해 오는가 하면 인터뷰 도중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료를 꺼내 설명을 덧붙이는 열정을 보여줬다. 

고석규 원장에게 진흥원협의회와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제10대 진흥원협의회장에 선임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부담스러운 자리인데 어찌하다 보니 맡게 되었습니다(웃음). 저에게 이 임무를 맡겨 주신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 원장님들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막상 맡고 보니 시기가 일을 몰고 오는 시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일을 몰고 오는 시기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엔데믹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잖아요. 코로나19로 평생교육 참여율이 많이 떨어졌는데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개구리가 경칩을 맞아 뛰어오르듯 평생교육을 향한 욕구도 다시 분출하리라 기대합니다.”



진흥원협의회는 2013년에 창설됐는데요. 1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일반 시민들은 진흥원협의회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 현황 책자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며) 여기 보시면 각 시도에 평생교육진흥원이 있기는 하지만 설립연도, 운영형태, 규모, 예산 등이 다 달라요. 이름에 평생교육진흥만 들어가는 곳도 있고 ‘장학’이나 ‘인재’가 함께 들어가는 곳도 있고요. 충청북도평생교육진흥원처럼 독립 법인이 아니라 충청연구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죠.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올해 강원인재육성평생교육진흥원 통합 법인이 출범했어요. 올해부터 비로소 17개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편차가 크다 보니 지금까지 유기적인 협의회 운영이 쉽지 않았는데 전임 회장님들이 애써주신 덕분에 이제 본격적으로 진영을 갖추고 출발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10대 진흥원협의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평생교육 보편화'를 국가적 어젠다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평생교육을 왜 보편화해야 하느냐. 사회 양극화는 교육 격차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초중고 대학 교육 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연결되는 거죠. 학령기 이후 평생교육도 사실 돈 있는 사람이나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자기가 알아서 해요. 반면 소외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못 해요. 돈도 없지만 정보가 없어서 더 못 하는 거죠. 그럴수록 사회적 격차는 더 커지고 양극화로 직결돼요. 국가 입장에서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평생 학습 체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사회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돈 있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도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지금은 옛날처럼 죽을 때까지 똑같은 일하는 시대가 아니라 자고 나면 달라지는 시대예요. 디지털 문해도 문제지만 과학, 경제, 정책 등 모르는 게 얼마나 많아요. 국가 전체적으로 국민 재교육을 위해 평생교육이 필요해요.”


교육의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립돼야 하는 시기같네요.

“일상에서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일부러 어렵게 어디 찾아가 등록해서 배우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동네에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서, 뒷거리에서 쉽게 찾아가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죠. 퇴근 시간,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사람들이 쉽게 배우는 거예요. 온라인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생활권 평생학습 체계가 활성화되면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도 이루어질 수 있고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찾을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진흥원협의회 등 5개 단체로 이루어진 ‘보편적 평생교육을 위한 시민연대’에서 보편적 평생교육 실현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비롯해 전국 토론회,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쳤는데요. 10대 협의회에서는 이를 이어 받아 6대 정책 과제를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대학 가면 끝’ 아닌, 생애 전주기 고려한 교육  




말씀 들으니 보편적 평생학습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지난해 말, 김제선 9대 협의회장이 유은혜 당시 교육부장관과 조해진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방문해서 협의회 법정 단체화를 요구했는데요. 협의회를 법정단체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협의회는 법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임의단체로 머물러 있어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법인화와 법정기구화를 하게 되면 제도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실행할 수도 있겠죠. 

이미 2021년 6월 일부 개정된 평생교육법 제20조에 따르면 시도평생교육진흥원 업무에 ‘국가 및 시군구 간 협력, 연계’가 추가되었습니다. 진흥원협의회를 법정기구화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거죠. 협의회 사단법인화를 먼저 추진하고 나아가 법정기구화를 추진하려 합니다.”


정부가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교육과 평생교육에 쓰는 쪽으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시도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00년만 하더라도 14조였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2년에는 81조가 넘었어요. 그 사이 유초중고 학생수는 811만 명에서 539만 명으로 줄어들었고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에 81조 중에서 3조 정도를 ‘고등 및 평생교육 특별회계’로 만들어 옮기겠다는 건데요. 생애 전주기 균형을 생각하면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학생이 대학, 사회로 나와 계속 학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균형 있는 예산 조정이 필요하고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따로 떼어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돈



평생교육계에서는 국가와 지방정부 교육예산의 10%를 평생교육 예산으로 의무편성할 것을 요구해 왔는데요. 


“10%라도 편성해 달라는 거죠. 현재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은 각 시도 예산으로 운영되고, 국고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에요. 대한민국을 일으킨 게 교육의 힘이다, 교육이 자산이라고 하지만 그 교육은 고등학교까지만 해당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에 관심 많다고 하지만 좋은 대학 들어가면 교육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평생교육? 돈 있는 사람,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아니면 노래 교실 가서 노는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재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유네스코에서 평생교육이 논의되기 시작된 게 2차 세계대전 이후예요. 왜 말도 안 되는 히틀러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고 따랐을까, 이건 교육의 문제가 아니겠느냐 생각한 거죠.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시야를 넓히고 공정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령기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이건 지금 우리 사회에도 딱 맞는 이야기예요. 진영 논리,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얼마나 갈등이 많아요. 가짜뉴스도 많고요.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자기가 판단할 수 있는 비판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시민교육이 필요합니다.”




원장님 프로필을 보니 23년간 목포대 교수로 일하셨고 목포대 총장을 역임하기도 하셨어요. 오랫동안 학계에 계시다 평생교육계를 경험해 보니 어떠신가요? 

“굉장히 만족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생교육 중에 문해교육이라는 게 있어요. 한글을 모르는 분들께 한글을 가르치는, 가장 기초적인 평생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그전에는 제가 한글을 모르는 분들을 접할 기회가 잘 없었어요. 그런데 문해교육 받은 분들이 쓰고 그린 시화전을 보면서 어떤 글을 보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중학교 이하 학습 역량을 갖고 있는 문해교육 대상자가 전국적으로 9%정도 되는데 전남은 19%나 돼요. 이분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움의 길에 왜 끝이 없는지 알게 됐습니다.”


원장님도 평생교육의 수혜를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도립 도서관 같은 데 좋은 강의가 있으면 가서 듣기도 했고, 저는 주로 강의를 하면서 제가 오히려 수혜를 받았죠. 지역에서 길목 아카데미라는 교육공동체 모임을 만들어서 외부 강사 초청해 시민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했고요. 대학에서 일할 때는 대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장이었다면 평생교육 대상자는 일반 시민들이잖아요. 교육자가 아닌 학습자라는 생각으로 같이 배우려 합니다.” 


대학에 오랫동안 계셨는데요. 각 지역 대학을 평생교육기관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대학들의 사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훌륭한 강사진과 시설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대학이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면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되겠죠. 다만, 대학에서 평생교육을 할 때 누구를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할지, 그 평생교육의 최종적 목표는 무엇인지 잘 설정해야 할 것 같아요. 단지 취미나 여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위를 받거나 자격을 취득해서 새로운 일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일자리와도 연계가 돼야 할 테고요. 무엇보다 수요자 요구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협의의 시작  




지난해 4월부터 전남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으로 계시는데요. 원장님으로 취임하신 후 ‘이것만큼은 참 잘했다’고 평가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직 맡은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성과를 내세운다는 것이 민망하기는 한데요(웃음). 전남 지역에서 평생교육 전도사 역할을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도의회에 계속 어필한 결과 도의회에서 자발적으로 관련 예산을 증액시켜주는 일도 있었고요. 

전남은 복잡한 도시 지역부터 산간벽지 도서지역까지 지역 간 편차가 매우 심해요. 편차를 조정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전남도 내에 시군 평생교육협의회를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각 시군 평생교육 담당자들이 서로 모여서 의견도 교환하고 벤치 마킹도 할 수 있도록요.”


이미 협의회 운영 경험이 있으시네요. 

“목포대 총장 시절에 국공립 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도 했었죠(웃음).” 



여러 협의회를 이끈 경험이 있으신데요. 각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간의 보다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광역시는 질적으로 비슷하지만 도 단위로 오면 방금 말했듯이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간의 차이가 커요. 일률적으로 무슨 일을 하기가 어렵죠. 광역시와 광역도가 협의회를 구성했으니 일단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광역시는 광역시 입장에서만 ‘이런 평생교육을 하자' 그러면 도에서는 ‘우린 그런 거 못하는데'라고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평생교육 바우처 사업을 한다고 하면, 서울은 바우처로 들을 수 있는 강좌가 많죠. 여기는 그렇지 않아요. 외국어 배우고 싶은데 작은 군에 외국어 학원이 많지 않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바우처 지원이 아니라 프로그램 개설을 지원해야죠.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보 교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어떻게 차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평생 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시도 평생교육진흥원과 진흥원협의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은 시군구에서 진행되는 평생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잘 수행하고, 진흥원협의회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비롯한 국가 평생교육과 광역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겠죠. 정부에도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요.”


새롭게 시작하게 될 10대 진흥원협의회가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원장님에게 평생교육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하잖아요. 미완성이라고 하는 건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인데 이를 채워주는 것이 교육과 학습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의 미완성을 평생학습으로 채워주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 거죠. 저는 배움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많은 시민들이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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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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