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학점은행제 우수학습사례 경동수 씨_열심히 하면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2024-03-05



 “학점은행제, 제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 북극성 같은 존재예요”


1997년 시작된 학점은행제학교 안팎의 다양한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전문대학·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수여하는 평생학습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매년 학점은행제의 우수학습사례를 공모·선정하고 있다. 경동수 씨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전공자로 2024년 국회 교육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수상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냥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공모에 응했는데 국회 교육위원장상까지 받으니 꿈만 같아요.”


공모전 수상은 생각도 못했다는 경동수 씨는 2011년 한국에 온 베트남인으로 현재는 귀화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때 나이가 18살. 경북 경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살았는데 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독학을 통해 초, 중, 고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집안 형편도 어려웠지만 한국어를 못해서 어디에도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공부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움과 동시에 검정고시에 도전했어요. 검정고시까지 되고 보니 대학도 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집에서 지원받을 형편은 아니어서 일단 혼자 서울로 올라왔어요.”


부모님의 지원 없이 상경했기 때문에 먼저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의류생산회사에 취업해 일하면서 스스로 자립을 도모했다. 그런 와중에도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대학 학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은행제를 알게 됐을 때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대학에 가고 싶었던 것은 학위를 따야 제대로 된 직업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입학금이나 등록금 부담이 큰 대학을 가지 않고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니 바로 저 같은 사람을 위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낮에 일하면서 제가 최대한 시간을 내어 공부하면 대학을 졸업한 것과 똑같은 자격을 준다니 너무 좋았죠.”


그는 2018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에 학습자 등록을 하면서 ‘경영학 전문학사’ 과정에 도전했다. 경영학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장사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퇴근 후에는 사이버 강의를 들으며 학업에 매진해 2년 만에 경영학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었다. 


학점은행제 통해 다수 학위와 자격증 보유, 실제 일로 이어져

경영학 전문학사 취득 후에도 경 씨의 학사 학위 취득 도전은 계속됐다.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따라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취득해 나갔다. 경영학 전문학사 취득 후 한국과 베트남 간 관광이 활발해지는 것을 보고 관광업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관광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사 학위 취득 외에도 한국어 교원 2급, 사회복지사 2급, 사법통역사 자격 등 자신에게 필요하다 싶은 자격증을 최대한 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관광학사를 취득했을 때 코로나 팬데믹이 심해지면서 관광업에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 때 경 씨는 좌절보다는 또다시 도전할 것이 없는지 주변 탐색에 들어갔다. 


“관광 쪽은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일은 없는지 찾다 보니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사람을 대상으로 직업을 소개해 주는 직업소개소가 있더라고요. 그곳에서 일하려면 사회복지사를 취득해야 한다고 해서 다시 사회복지사 학사 과정을 들었어요.”


덕분에 법원과 경찰청 민간통역관으로 위촉되어 베트남 사람들을 위한 통역 업무를 맡기도 했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다문화 가정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면서 국내 정착을 도와주는 데 힘을 쏟았다. 이 모든 것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한 덕분이었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

요즘은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직업소개소에서 일을 하는 중이다. 직업을 구하는 베트남 사람과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는 회사 양쪽을 모두 직접 만나며 조율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 온 베트남 사람들을 돕는 이유는 자신 역시 베트남에서 귀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입국한 분들을 대상으로만 직장을 찾아주고 있어요. 요구 사항도 많고 어려움도 크지만, 보람이 커서 계속하고 있어요. 얼마 전 울산에서 한국어 강사로 면접을 봤고 부산에서는 직업소개소에 면접을 봤어요. 어디든 합격하면 가서 제대로 해보려고요.”


경 씨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꿈을 찾고 새로운 꿈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많은 베트남인들과 나누고 싶어서 다문화가족들한테도 학점은행제를 열심히 전파하고 있다. 그의 학점은행제 전도사 역할은 동생에게도 영향을 미쳐 동생 역시 현재 대학교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며 학위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가 베트남에 살 때는 특별히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학점은행제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나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당장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평생교육사 2급도 취득한 경 씨는 앞으로 통번역 전문 대학원에 가겠다는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로 쉬지 않고 배움의 바다를 항해 중이다.


학점은행제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학교 안팎의 다양한 학습과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해 전문대학·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수여하는 평생학습 제도인 학점은행제를 시행 중이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및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학점이 누적되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취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열린 학습사회, 평생 학습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이다. 

또한 평생 학습 체제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학교 교육은 물론 다양한 평생 교육의 학습 결과를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평가 및 인정하고, 그 교육의 결과를 학교 교육과 평생 교육 간에 상호 인정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개개인의 학습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학점은행제 대해 더 알고싶다면? 

https://www.cb.or.kr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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