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막걸리학교 대표 허시명_막걸리처럼 정성과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는 평생학습!

2024-08-06

[이음의 탐구생활] 막걸리학교 허시명 대표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한국 전통주, 특히 막걸리에 대한 열정으로 이름을 알린 허시명 대표. 그는 ‘막걸리학교’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전통주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술 제조에서 멈추지 않는다. 허 대표는 막걸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발효 콘텐츠를 개발하며, 술을 매개로 한 문화와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파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술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주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하고, 이를 대중과 나누는 것이다. 또한, 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허 대표는 자신이 술에 관심갖게 된 계기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5년 전, 그는 첫 취재로 술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술에 대한 깊은 탐구를 시작했다. 그는 양조를 하는 사람들이 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양조자들은 술을 제품으로 내놓기만 할 뿐, 그 제조 과정이나 비법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는 자신들의 비법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대표는 이러한 비밀스러움을 깨고,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재료가 사용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사람들이 소주나 막걸리를 소비하면서도 그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재료가 사용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술은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우리의 몸에 들어가는 음식이다. 음식의 재료와 제조 과정에 대해 알면 더 기쁘게 먹을 수 있듯이, 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술은 종종 집단 회식의 형태로 소비되며, 그 재료와 발효 과정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가 먹는 소주나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몰라요. 그것은 밥이에요.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하듯이 술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건데, 그 과정에 대해선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허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술의 재료, 발효 과정, 그리고 술에 담긴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는 단순히 완제품으로서의 술이 아니라, 그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는 그가 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막걸리학교를 설립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2009년에 설립된 막걸리학교는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발효의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제공하는 교육 기관이다. 허 대표는 이 학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막걸리를 빚고, 나아가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그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국술 소믈리에 대회’를 개최해, 한국술을 상징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허 대표의 철학은 단순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 그는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평생학습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전통주와 문화의 부흥을 위해 막걸리학교를 세우다

Q. 막걸리라는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셨는데요, 막걸리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막걸리는 오랜 역사를 가진 술로, 그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경 사회에서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한국인들에게 막걸리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주였죠. 그래서 막걸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생활상과 문화적 변천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막걸리는 단순히 마시는 술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제 세대의 어린 시절만 해도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있을 거예요. 아버지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왔거든요. 막걸리를 받아오면서 몰래 먹었다거나, 막걸리를 받아오는 길에 겪었던 일 등등 막걸리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어요. 술이라는 것은 발효과학이라고 생각해서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서툰 것 같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에요.


Q. 막걸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막걸리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친밀성보편성입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쌀로 만든 저알코올 탄산음료로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술입니다.

 

막걸리는 공동체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막걸리는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나누어 마시며, 소통과 나눔의 중심이 되었어요. 이는 막걸리가 단순히 개인적인 소비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거죠. 술은 나눔과 소통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막걸리가 사람들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Q. 막걸리학교를 설립하신 이유도 그런 막걸리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나요?

맞습니다. 막걸리학교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막걸리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막걸리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깊이 담고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막걸리학교를 통해 사람들이 직접 술을 빚고, 그 과정에서 막걸리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막걸리 제조 과정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발효의 과학적 원리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막걸리가 단순히 마시는 술을 넘어,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화적 산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막걸리학교는 단순히 교육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저는 막걸리학교를 통해 창업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학교를 거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전통주 시장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Q. 막걸리학교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막걸리학교는 막걸리 제조와 발효 과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초급, 중급, 상급의 세 단계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각 단계는 학생들의 이해도와 목표에 맞춰 설계되어 있으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여 막걸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합니다.


초급 과정은 막걸리 제조의 기초를 배우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발효의 기본 원리와 막걸리의 역사, 재료 준비 과정을 학습합니다. 중급 과정은 발효주 제조의 심화 과정으로,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응용 발효를 배우게 됩니다. 상급 과정은 창업을 목표로 한 심화 과정으로, 전문적인 양조 기술과 경영 전략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정규 과정 외에도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누룩 만들기, 계절별 특별 발효주 제조, 발효 음식을 활용한 요리 교실 등이 있습니다.


막걸리 시장의 현재와 미래: 도전과 기회의 갈림길

Q. 막걸리학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시나요?

초기에는 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 혹은 취미로 막걸리 제조를 배우고자 오셨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20대와 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부터 젊은 층, 예비 창업자, 교육자, 문화 애호가,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막걸리학교를 통해 막걸리 제조와 발효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Q. 막걸리학교를 이수하고 창업에 성공하신 분이 많으신가요?

막걸리학교를 통해 전통주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경영 전략과 마케팅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막걸리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남산 둘레길 막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걸리학교 상급 과정을 마친 10명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이대 앞에 양조장을 설립하고 남산 둘레길 막걸리를 제작했습니다. 남산 둘레길 막걸리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브랜드로, 남산 둘레길의 자연과 역사를 담은 제품이에요. 이들은 높은 품질의 막걸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3분은 막걸리학교 상급 과정을 마친 후 함께 양조장을 창업했어요. 이분들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주말과 퇴근 후에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독창적인 브랜드와 제품 디자인, 적극적인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Q. 한때 막걸리가 붐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요즘은 덜한 것 같아요. 막걸리 시장 동향은 어떤가요?

2009년 즈음, 막걸리는 저렴한 가격과 건강 음료로서의 이미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주로 자리매김했지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막걸리의 인기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주춤한 이유는 소비자 취향의 변화, 품질 관리의 어려움, 마케팅 및 브랜딩 부족, 수제 맥주, 와인, 고급 소주 같은 경쟁 주류의 성장,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합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요구에 맞춘 제품 개발, 철저한 품질 관리,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급화된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은 막걸리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막걸리 시장은 다시 한번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평생학습, 인내와 정성으로 끝없이 도전하시길

Q. 막걸리학교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막걸리 관련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후회하신 적은 없나요?

솔직히 말하면, 막걸리학교를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다 보니, 단순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크게 벌려고 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이웃을 즐겁게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가의 마인드로 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Q. 직업에 대한 생각이 성공이나 부자가 된다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좀 다르신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세탁소 아저씨는 무엇을 전공해서 세탁소를 할까? 마트 주인은 무엇을 전공해서 마트를 할까?” 같은 의문이 있었어요.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했고, 아버지가 교사였기 때문인지 항상 무엇을 전공해야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가를 고민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직업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이 경비원으로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어요. 젊었을 때 저보다 더 잘 나가면서 다양한 꿈과 직업을 가졌던 친구가 이제 청소부로 일하는 것을 기쁘게 여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상이 나의 노동에 쓸모를 부여해 준다면 그건 무슨 일이든지 기꺼이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잘 나가던 학원강사였던 한 선배가 건물 경비원으로 전직하면서 “내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게 쉬운 줄 알아?”라고 하더라고요. 그 선배는 자신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유용하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느낀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단순히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그 직업이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Q. 사회적 쓸모를 통해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 교육은 사람들에게 성공과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문제예요. “너는 성공해야 하고, 너는 그 누구보다도 앞서야 하고, 너는 가장 돋보여야 하고, 너만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교육 방식은 많은 이들이 실패했을 때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해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사명감을 가지고 무엇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쓸모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것입니다. 막걸리학교를 통해 학생들에게 단순히 술을 만드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평생학습에 대해서도 남다른 철학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평생학습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막걸리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바도 그렇습니다. 술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성과 인내입니다. 좋은 재료와 정확한 발효 과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인내가 술의 맛을 좌우하거든요.


 

평생학습 역시 정성과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해낼 때 멋진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배움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만큼 정성과 인내를 갖고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평생학습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는 것은 필수이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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