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정부 평생교육원 평생교육사 손희원_“공방, 카페, 학원… 일일이 문 두드리며 찾아갔죠”

2022-11-28



의정부 평생교육원 손희원 평생교육사 인터뷰




의정부시 ‘담길 프로젝트’ 사업 담당한 

손희원 평생교육사





전 세계적인 팬데믹 여파는 소규모 평생학습시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유독 가혹했다. 많은 교육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시설을 찾는 학습자가 줄어들었고 방역 수칙이 바뀔 때마다 존폐를 걱정해야 했다. 학습자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평생학습 기회가 대폭 축소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역 곳곳에 있는 소규모 평생학습시설과 학습 기회에 목마른 학습자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의 ‘평생학습 특성화 마을 의정부 담길 프로젝트(아래 ‘담길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2019년 개원한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은 의정부시 산하 재단법인이다.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은 학습자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원하는 학습을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공방, 카페, 학원 등 소규모 시설을 ▲담길공작소(공예 프로그램) ▲담길어학당(어학 및 인문학) ▲담길뮤직숍(음악 프로그램) ▲담길스포츠(체육 프로그램) 4개 영역 학습 공간으로 발굴하고 학습자를 모집했다. 2021년부터 2022년 11월 현재까지 총 35개 시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15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습자는 1200명이 넘는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열린 ‘제19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전'에서 담길 프로젝트는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평생학습공간과 마을강사 발굴을 통해 교육취약계층이 평생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1월 22일 의정부시평생학습원에서 담길 프로젝트 사업 담당자인 손희원 교육협력팀 주임을 만났다. 손 주임은 최우수상 수상 소식에 “너무 기뻤다"고 하면서도 “아직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데 큰 상을 받아서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희원 주임에게 담길 프로젝트 뒷이야기를 들었다. 





‘위기의' 마을공간이

 ‘친근한' 평생학습시설로





도예 공방, 어학원, 음악학원, 탁구장, 장애인 슐런 협회 등 정말 다양한 동네 평생학습시설이 담길 프로젝트에 참여했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 사업장 모집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요. 주로 구도심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지역 간 학습 격차 극복도 있었는데요. 의정부 신도심은 학습시설, 강사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홍보도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구도심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집 근처에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학습자들이 정보를 알지 못해서 일부러 멀리까지 나가야 했던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골목골목 소규모 학습 시설을 찾아가 같이 해보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드렸죠. 

처음에 제가 공방문을 열고 딱 들어갔을 때는 아무래도 사업 초기다 보니 저를 잡상인처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대표님들께 명함 드리고 사업 취지 설명하면서 담길 프로젝트 학습 공간으로 선정되면 학습자를 저희가 모아서 보내드리고 사업장 입장에서도 홍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득을 했어요. 이후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담길 프로젝트를 먼저 알고 문의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의정부시에 사업자로 등록돼 있고, 대표님이 직접 강사로 전문성을 갖고 강의를 진행해 주실 수 있는 곳이 기본 신청 조건이에요. 최소 5명 이상의 학습자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규모여야 하고요. 담길 프로젝트는 ‘평생학습공동체 문화 조성과 연대 의식 함양’이라는 사업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여 동기를 중요하게 평가했어요. 담길 프로젝트 학습 공간으로 지정된 곳은 다른 담길 프로젝트 시설과 함께 지역 주민과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 기획, 운영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요.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인지, 얼마나 실천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포인트였습니다.”




의정부시평생학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22년 담길 프로젝트 강좌 목록만 127개더라고요. 2021년부터 진행된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니 ‘나만의 그릇 만들기', ‘실생활에 필요한 목공예', ‘쌀로 만드는 디저트', ‘희곡읽기, 낭독공연', ‘자녀교육을 위한 성교육', ‘생활 영어회화', ‘심리학', ‘아코디언 연주', ‘장구 연주', ‘보컬 레슨', ‘밸리 댄스', ‘새벽 요가' 등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놀랐는데요.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설 선정 단계부터 프로그램 내용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했어요. 그리고 저희 학습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 이를테면 시설이나 장비가 필요한 프로그램들 위주로 기획했습니다. 피아노, 색소폰, 아코디언 같은 수업은 저희 학습원 내에서 진행하기 어렵거든요. 스포츠와 음악 같은 경우 학습자분들이 전면 거울, 방음 시설이 구축된 시설에 가서 들으시는 게 더 흥도 나고 본인이 수강하는 프로그램 이외에 다른 수업도 접할 수 있으니 더 호응이 좋았어요. 도예 프로그램도공방에서 하게 되면 물레 체험을 할 수도 있고요.”  

담길프로젝트 프로그램 지도


평생학습원과 민간 평생학습시설이 상생할 수 있는 민관협력모델이네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민간 평생학습시설에는 어떤 혜택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학습원에서 소정의 강사비를 지원해 드리는 것도 있지만 이번 사업의 주 목적은 소규모 민간 평생학습 시설 활성화였어요. 저희가 학습원 홈페이지, 앱 등을 통해 학습자를 모집해서 시설에 보내드리면 조금 더 배우고 싶으신 학습자분들은 자체적으로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더 들을 수 있고요. 평생학습 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 민간 평생학습시설이 부스로 참여하면서 지역과 연계되거나 저희 학습원 이외 다른 기관과도 연계될 수 있죠. 또 ‘담길 미디어'로 선정된 7개의 마을미디어공동체가 유튜브에 ‘담길TV’라는 이름으로 담길 프로젝트 참여 시설과 강사에 대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기도 했어요. 시설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활로가 생기는 거죠.” 



[담길TV] 유튜브 영상 링크



주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이 2019년에 개원을 했는데요. 2018년에 수요조사를 했을 때 응답자의 51%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선호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분야는 59.7%가 문화예술 및 취미(공예, 노래, 스포츠 등) 프로그램을 우선 선택 사항으로 고려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미 의정부 시내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평생학습 시설이 많았기 때문에 그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평생학습 6진 분류(기초문해교육/학력보완교육/직업능력교육/문화예술교육/인문교양교육/시민참여교육) 중에서 기관이 잘할 수 있는 것은 기관에서 하고, 민간 시설에서 잘할 수 있고 수요가 좀 더 많은 분야는 지역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기획을 하고자 했어요.” 





“강사비 받아서 월세 냈다는 사장님…

 보람 있었죠” 




사업 담당자로서 민간 시설과 학습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요.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어떤 고충이 있으셨나요?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상황이었죠. 공방, 카페, 학원 다양한 형태 사업장을 학습 공간으로 지정했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각각의 형태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다 달랐어요. 카페 같은 경우에는 수업을 하다 종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온라인 전환을 고려하지는 않았나요?

“강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참여자분들 연령대가 높은 경우 온라인으로 전환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담길 프로젝트 대부분이 공예, 음악, 체육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보니 온라인 수업이 어렵기도 했고요.”



공공기관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무료 수업의 경우 노쇼(No Show)도 애로사항이라고 하던데요.

“강사분들이 노쇼가 많아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의가 많고 학습원 외부에서 진행하다 보니 학습자들을 한 분 한 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대기자분들도 있어서 사전에 연락을 주시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요. 강사분들께 죄송했죠.”


수강생들 실력 격차가 있다 보니 수업 수준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은 학습자분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 초급/중급/고급을 나누는 것을 지양했어요. 가능하면 초급 정도로 기준을 맞추고 중급, 고급으로 넘어가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시설에서 연계해서 듣는 게 사업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아이스크림 가게 맛보기 숟가락 정도만 해드리는 거죠.”



많은 시설이 참여했는데 어떻게 소통하셨나요? 

“담길프로젝트 참여 대표님들을 ‘담길지기'라고 부르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담길지기 회의를 통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비슷한 프로그램 하시는 분들은 장비를 공유하기도 했어요. 시민 대상 공동 프로젝트 운영 계획을 논의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공지해야 하는 부분은 단체카톡방을 만들어서 안내했어요. 함께 하시는 대표님들이 사업 초기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도와주셔서 처음에 기반이 잘 잡힌 것 같아요. 감사하죠.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하는데 한 시설 대표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강사비를 받아서 이번 달 월세를 냈다고요. 저희가 많이 드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탬이 되셨다고 하니까 사업 담당자로서 보람이 있었어요.” 


2021년에 이어 올해로 2년째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어떤 점이 보완되거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는 ‘담길 스포츠'가 없었는데 이번에 신설됐어요. 학습원에서 작년에도 주민 수요조사를 진행했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 우울감 때문에 운동 프로그램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거든요. ‘담길 스포츠' 운영 시설 여섯 곳을 모집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또 ‘담길 어학당'은 올해 ‘담길 인문학'으로 이름을 바꿔서 어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수업도 같이 진행하고 주제도 평생학습 전반으로 확대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가면서 정원이 15명 이상 되는 강좌도 생겨난 것도 변화입니다.” 




“어려울 때 생각나는 평생교육사가 

되고 싶어요”




2년간 프로젝트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구도심에 있는 담길 어학당 시설이 있는데요. 그 지역에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편의시설이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강의를 운영하다 보니 어학당 시설이 동네 사랑방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업 들으러 와서 소통하면서 지역 문제도 논의하고 ‘이런 것 해보면 어떨까' 도출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거죠. 담길 프로젝트 학습 공간이 지역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간이 됐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담길 프로젝트 학습 공간은 지역 주민과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공동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의정부시에 송민학교라고 장애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가 있어요. 지난해 담길 공작소에 참여한 사업장들이 그곳에서 중학생 1~3학년을 대상으로 도예가, 플로리스트, 가죽 공예사 등 6개 직업 체험 수업을 진행했고요. 담길 어학당에서는 지역 어르신분들, 다자녀 가정 어머님을 대상으로 ‘기억을 나누는 행복한 그림책 작가 되기'라는 제목으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열었어요.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상승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 사업은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사업을 따로 빼서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업이 확대된 거죠.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지면서 지역 문화 축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고 공연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재능기부도 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교육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다시 개설해 보려 해요.” 


담길 프로젝트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담길 프로젝트 참여 시설 2기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어떤 시설이 신청을 할지 기대가 큽니다.” 



손희원 주임님 개인적으로 앞으로 평생교육사로서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대학에서 교직원을 하다가 평생교육계로 온 지 3년이 됐는데요. 시민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바로바로 피드백이 나오고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담길 프로젝트는 민관협력 사업인데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인프라 문제 때문에 민간시설에서는 운영이 어려운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관내 대학이나 다른 재단,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해서 학습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지만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평생교육사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한참 고민하더니) 저는 어려울 때 생각나는 평생교육사가 되고 싶어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사람한테 전화하면 도움 되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 평생교육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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