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 정여울 작가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정여울 작가는 문학과 심리학, 예술을 융합한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전하는 대표적인 에세이스트이다.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여울 작가는 2004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러나 문학평론이라는 객관적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독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에세이스트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2013년 출간한 <마음의 서재>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그녀를 에세이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요 작품이다. 이후 2017년에는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심리치유 에세이 3부작을 발표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글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독자 스스로 내면의 상처와 화해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도록 이끈다. 그녀는 문학을 단순히 예술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내적 성장을 위한 치유의 도구로 바라본다.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용기"를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트라우마는 글로 쓰여지는 순간 그것이 나를 지배하던 힘을 잃게 돼요.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새로운 언어로 표현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상처의 포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순간부터 상처는 우리의 성장의 증거가 될 수 있어요."

또한, 그녀는 꾸준히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확장하고 있다. 강연, 방송 출연, 필사 노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학의 치유적 가치를 알리고, 독자들이 책을 통해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가 말한 내면 성찰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배움이라고 주장한다.
"배움은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배우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배우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와 문해력 저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문학의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출간한 신간 <데미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한강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기쁨을 표현하는 정여울 작가는 배움이 일상이 되고 배우는 기쁨이 지속될 때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대한민국 사회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치유이다. 정여울 작가를 사랑하고 자꾸 소환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데미안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에요

Q. 요즘 <데미안 프로젝트> 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데요, 데미안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데미안 프로젝트>는 단순히 <데미안>을 읽고 해석하는 것에서 끝나는 활동이 아니에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진짜 나 자신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어요. <데미안>은 단순히 어려운 고전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거든요.
사람들은 종종 고전을 책장에 꽂아두고 언젠가 읽으려 하다가, 결국 읽기를 포기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고전을 책으로만 두지 않고, 어떻게 우리 삶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데미안 프로젝트>예요. <데미안 프로젝트>는 <데미안>이 주는 메시지를 우리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느껴보자는 거예요. 단순히 문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를 내 삶과 연결시키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가 삶에서 '자기 자신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잖아요. 그 해답을 <데미안>을 통해서 찾아보자는 것이에요.
Q.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지 데미안 프로젝트를 읽으면 알게 되는 건가요?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은 ‘필사’예요. 저는 이번에 데미안 필사 노트도 함께 만들었는데, 고전의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며 깊이 느끼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필사는 단순히 따라 쓰는 행위가 아니라, 그 문장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느끼고,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이에요. 제가 번역한 <데미안>의 50가지 명문장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Q. 그런데 왜 데미안인가요?
저에게 <데미안>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어요. 이 책은 마치 삶의 비밀을 품고 있는 보물지도 같았죠. 저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이게 내 이야기구나’라는 강렬한 감정을 느꼈어요. 특히 첫 문장부터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죠.
‘나는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고 싶었는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린 시절부터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살지 못하고 남의 기대에 맞춰 살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데미안>에 천착하게 된 건, 이 책이 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강연이나 글에서 항상 말해요. ‘데미안은 우리의 셀프를 찾아가는 여정을 안내해주는 책이다’라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아, 즉 에고(Ego)는 타인의 시선에 따라 형성된 가면 같은 거잖아요.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가면을 벗고 진짜 나 즉, 셀프(Self)를 발견하는 여정을 보여줘요. 싱클레어라는 인물은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아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어느 날 내면에서 울리는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요.
Q. 작가님이 말씀하신 ‘셀프’와 ‘에고’의 개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이를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말씀해주세요.

제가 말하는 ‘셀프’는 진정한 나 자신이에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죠. 반대로 ‘에고’는 외부의 인정, 사회적 성공을 갈망하며 우리가 마치 그 틀에 맞춰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환상을 의미합니다. 삶에서 에고를 넘어 셀프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내 약점, 결점, 심지어 트라우마까지도 포용하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셀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해요. 너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묻고 답하는 시간.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런 순간을 찾아가요. 여러분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셀프’를 만나보세요. 작은 실천만으로도, 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걸 느끼실 거예요."
Q. 데미안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은가요?
신기한 건 독일보다 한국 사람들이 <데미안>을 훨씬 더 사랑한다는 거예요. 매년 데미안 강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독자들의 반응을 모으게 됐는데요, 한국인들은 이 책을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천적인 교과서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데미안>을 통해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새롭게 읽을 수 있는지, 고전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지적인 깨달음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이 책을 탐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요.
Q. 오늘 독자와의 만남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실 예정이신데요, 작가님은 평소 피아노 연주를 즐기시나요?

네, 저는 피아노 연주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거든요. 합창대회나 친구들과의 추억 속에서 늘 피아노가 함께했어요.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피아노도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였죠. 피아노를 칠 때는 언어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어요. 특히 글쓰기의 고통이 느껴질 때, 피아노를 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요. 그 순간만큼은 음과 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언어를 초월하는 힘을 경험하게 돼요. 그래서 글로 다시 돌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오늘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굉장히 설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를 준비했는데, 그 곡을 통해 독자분들과 음악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요.
문학은 내 삶의 등대, 읽고 쓰는 기쁨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Q. 작가님에게 문학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문학은 저에게 단순히 읽고 쓰는 활동이 아니에요. 문학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제가 가장 힘들 때 저를 지탱해준 등대 같은 존재였어요. 문학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제게 줬고, 제가 잊고 있던 삶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해줬어요.
저는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진짜 나를 깨워주고,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 이해하지 못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거든요. 문학은 우리가 굳이 성공과 경쟁을 좇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한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에게 문학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해요.
‘문학은 우리가 누구인지 묻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아주는 내적 지도 같은 존재다.’
Q. 작가님은 내면의 상처를 이해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시는데요, 문학과 심리학을 융합하신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셨나요?

문학과 심리학은 저에게 둘이 아닌 하나예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자주 아파서 제 마음을 이해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했죠. 심리학은 제가 상처를 들여다보는 도구를 주었고, 문학은 그 상처를 언어로 표현할 용기를 주었어요. 트라우마를 언어로 바꿀 때,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해요.
문학은 심리학의 딱딱한 이론을 부드럽게 만들고, 심리학은 문학의 상상력을 더 깊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문학과 심리학이 만날 때, 우리는 단순히 상처를 넘어서 그 상처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제가 문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이유는 독자들이 저처럼 내면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Q.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많이 들으신 편인가요?
가끔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게 ‘잘 쓴다’는 표현보다 ‘특이하다’는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저는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이였거든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제 일기장을 보고 ‘여울이는 참 어른 같은 이야기를 쓰는구나’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글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스스로 글을 잘 쓰니까 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어릴 때도, 지금도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항상 글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요. 쓸 때마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거든요. 글쓰기는 저에게 끝없는 배움의 과정이에요. 저는 제 글이 독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진심을 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어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공감했다면, 그게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에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작가님의 글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철학이 궁금해집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단순히 문장이 아름답거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저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진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자에게 내 마음이,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질 때, 그 글은 잘 쓴 글이 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글을 쓰기 전에 두려움을 느껴요. ‘내 글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처럼 쓰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시죠. 하지만 글쓰기는 완벽함에서 시작되지 않아요.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시작하는 데서 진정한 글쓰기가 나옵니다.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진심이 중요해요

Q. 글을 쓰고 싶은 초보자들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세요.
글을 쓰려는 초보자들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이에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적어보세요.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요? 나를 기쁘게 했던 순간, 슬펐던 기억, 혹은 오늘 느꼈던 작은 감정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세요.
혹시 ‘내 글이 부족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있나요? 초고는 거칠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일단 써보는 거예요. 글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어요. 다듬고 고쳐가며 점점 나아지는 과정이 글쓰기의 묘미입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감동을 받은 글을 필사하며 그 문장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느껴보세요. 필사는 나만의 표현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족해 보여도 괜찮아요. 쓰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글이 스스로 길을 찾아갑니다.
Q. 평생학습e음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은 <빨강머리 앤>이에요. 단순히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큰 위로와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앤이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은 평생학습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요. 그리고 <데미안>을 빼놓을 수 없죠. 이 책은 자기 자신을 깨닫고, 성장의 용기를 주는 고전이에요. 특히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문장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만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용기를 요구하거든요.
고전을 어렵게 느끼실 필요 없어요. 한 문장만 내 마음에 남아도 그걸로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분들께는 시집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집은 짧지만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줘요.
Q. 평생학습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문학을 통해 독자들은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평생학습은 열정을 잃지 않고, 배우는 기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이에요. 배우는 건 정말 작은 실천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고, 그중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을 적어보세요.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필사를 추천해요.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문장의 의미가 더 깊이 와 닿거든요. 그리고 꼭 거창한 책부터 시작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빨강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 같은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이 주는 감동은 정보를 넘어서 우리의 감수성을 깨우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문학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누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거예요. 독서 모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책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해 보세요. 문학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열어주는 힘이 있으니까요. 배움의 기쁨은 늙지 않는 영혼을 만들어줘요. 평생학습이란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문학은 그 여정에서 가장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줄 거예요."
Q. 새해를 맞이해 을사년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획이라기보다 저는 앞으로 독자들과 더 깊이 소통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강의와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작은 위로와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데미안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고, 고전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올해는 제가 쓰고 싶었던 에세이와 심리학 글들을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 새로운 책으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도 평생학습의 연장선이에요. 저도 매일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문학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다리가 되는 일이에요. 여러분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배우는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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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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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는 문학과 심리학, 예술을 융합한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희망과 치유를 전하는 대표적인 에세이스트이다.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여울 작가는 2004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러나 문학평론이라는 객관적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독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에세이스트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2013년 출간한 <마음의 서재>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그녀를 에세이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요 작품이다. 이후 2017년에는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심리치유 에세이 3부작을 발표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글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독자 스스로 내면의 상처와 화해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도록 이끈다. 그녀는 문학을 단순히 예술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내적 성장을 위한 치유의 도구로 바라본다.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용기"를 강조하며,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트라우마는 글로 쓰여지는 순간 그것이 나를 지배하던 힘을 잃게 돼요.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새로운 언어로 표현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상처의 포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순간부터 상처는 우리의 성장의 증거가 될 수 있어요."
또한, 그녀는 꾸준히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확장하고 있다. 강연, 방송 출연, 필사 노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학의 치유적 가치를 알리고, 독자들이 책을 통해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가 말한 내면 성찰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배움이라고 주장한다.
"배움은 단순히 무언가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배우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배우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와 문해력 저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문학의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출간한 신간 <데미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도 ‘한강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기쁨을 표현하는 정여울 작가는 배움이 일상이 되고 배우는 기쁨이 지속될 때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대한민국 사회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치유이다. 정여울 작가를 사랑하고 자꾸 소환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Q. 요즘 <데미안 프로젝트> 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데요, 데미안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데미안 프로젝트>는 단순히 <데미안>을 읽고 해석하는 것에서 끝나는 활동이 아니에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진짜 나 자신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어요. <데미안>은 단순히 어려운 고전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거든요.
사람들은 종종 고전을 책장에 꽂아두고 언젠가 읽으려 하다가, 결국 읽기를 포기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고전을 책으로만 두지 않고, 어떻게 우리 삶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데미안 프로젝트>예요. <데미안 프로젝트>는 <데미안>이 주는 메시지를 우리 일상 속에서 실천하고 느껴보자는 거예요. 단순히 문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를 내 삶과 연결시키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가 삶에서 '자기 자신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잖아요. 그 해답을 <데미안>을 통해서 찾아보자는 것이에요.
Q.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지 데미안 프로젝트를 읽으면 알게 되는 건가요?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은 ‘필사’예요. 저는 이번에 데미안 필사 노트도 함께 만들었는데, 고전의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며 깊이 느끼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필사는 단순히 따라 쓰는 행위가 아니라, 그 문장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느끼고,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이에요. 제가 번역한 <데미안>의 50가지 명문장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Q. 그런데 왜 데미안인가요?
저에게 <데미안>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어요. 이 책은 마치 삶의 비밀을 품고 있는 보물지도 같았죠. 저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이게 내 이야기구나’라는 강렬한 감정을 느꼈어요. 특히 첫 문장부터 제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죠.
‘나는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고 싶었는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린 시절부터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살지 못하고 남의 기대에 맞춰 살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데미안>에 천착하게 된 건, 이 책이 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강연이나 글에서 항상 말해요. ‘데미안은 우리의 셀프를 찾아가는 여정을 안내해주는 책이다’라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아, 즉 에고(Ego)는 타인의 시선에 따라 형성된 가면 같은 거잖아요.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가면을 벗고 진짜 나 즉, 셀프(Self)를 발견하는 여정을 보여줘요. 싱클레어라는 인물은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아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어느 날 내면에서 울리는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과정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요.
Q. 작가님이 말씀하신 ‘셀프’와 ‘에고’의 개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이를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말씀해주세요.
제가 말하는 ‘셀프’는 진정한 나 자신이에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죠. 반대로 ‘에고’는 외부의 인정, 사회적 성공을 갈망하며 우리가 마치 그 틀에 맞춰 살아가야만 할 것 같은 환상을 의미합니다. 삶에서 에고를 넘어 셀프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내 약점, 결점, 심지어 트라우마까지도 포용하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셀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해요. 너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묻고 답하는 시간.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런 순간을 찾아가요. 여러분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셀프’를 만나보세요. 작은 실천만으로도, 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걸 느끼실 거예요."
Q. 데미안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은가요?
신기한 건 독일보다 한국 사람들이 <데미안>을 훨씬 더 사랑한다는 거예요. 매년 데미안 강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독자들의 반응을 모으게 됐는데요, 한국인들은 이 책을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천적인 교과서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데미안>을 통해 우리가 고전을 어떻게 새롭게 읽을 수 있는지, 고전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지적인 깨달음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이 책을 탐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그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요.
Q. 오늘 독자와의 만남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실 예정이신데요, 작가님은 평소 피아노 연주를 즐기시나요?
네, 저는 피아노 연주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거든요. 합창대회나 친구들과의 추억 속에서 늘 피아노가 함께했어요.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피아노도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였죠. 피아노를 칠 때는 언어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어요. 특히 글쓰기의 고통이 느껴질 때, 피아노를 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껴요. 그 순간만큼은 음과 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언어를 초월하는 힘을 경험하게 돼요. 그래서 글로 다시 돌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오늘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연주를 하게 되어 굉장히 설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를 준비했는데, 그 곡을 통해 독자분들과 음악으로도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요.
Q. 작가님에게 문학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문학은 저에게 단순히 읽고 쓰는 활동이 아니에요. 문학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제가 가장 힘들 때 저를 지탱해준 등대 같은 존재였어요. 문학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제게 줬고, 제가 잊고 있던 삶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해줬어요.
저는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진짜 나를 깨워주고,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 이해하지 못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거든요. 문학은 우리가 굳이 성공과 경쟁을 좇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한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에게 문학은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해요.
‘문학은 우리가 누구인지 묻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아주는 내적 지도 같은 존재다.’
Q. 작가님은 내면의 상처를 이해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적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시는데요, 문학과 심리학을 융합하신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셨나요?
문학과 심리학은 저에게 둘이 아닌 하나예요. 처음에는 제가 너무 자주 아파서 제 마음을 이해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했죠. 심리학은 제가 상처를 들여다보는 도구를 주었고, 문학은 그 상처를 언어로 표현할 용기를 주었어요. 트라우마를 언어로 바꿀 때,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해요.
문학은 심리학의 딱딱한 이론을 부드럽게 만들고, 심리학은 문학의 상상력을 더 깊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문학과 심리학이 만날 때, 우리는 단순히 상처를 넘어서 그 상처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제가 문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이유는 독자들이 저처럼 내면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Q.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많이 들으신 편인가요?
가끔은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게 ‘잘 쓴다’는 표현보다 ‘특이하다’는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저는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이였거든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제 일기장을 보고 ‘여울이는 참 어른 같은 이야기를 쓰는구나’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글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스스로 글을 잘 쓰니까 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어릴 때도, 지금도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항상 글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요. 쓸 때마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거든요. 글쓰기는 저에게 끝없는 배움의 과정이에요. 저는 제 글이 독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진심을 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어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공감했다면, 그게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에요.
Q. 말씀을 듣다 보니 작가님의 글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철학이 궁금해집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단순히 문장이 아름답거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저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진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자에게 내 마음이,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해질 때, 그 글은 잘 쓴 글이 되는 거죠.
많은 분들이 글을 쓰기 전에 두려움을 느껴요. ‘내 글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처럼 쓰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시죠. 하지만 글쓰기는 완벽함에서 시작되지 않아요.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시작하는 데서 진정한 글쓰기가 나옵니다.
Q. 글을 쓰고 싶은 초보자들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세요.
글을 쓰려는 초보자들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이에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적어보세요.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요? 나를 기쁘게 했던 순간, 슬펐던 기억, 혹은 오늘 느꼈던 작은 감정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세요.
혹시 ‘내 글이 부족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있나요? 초고는 거칠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일단 써보는 거예요. 글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어요. 다듬고 고쳐가며 점점 나아지는 과정이 글쓰기의 묘미입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감동을 받은 글을 필사하며 그 문장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느껴보세요. 필사는 나만의 표현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족해 보여도 괜찮아요. 쓰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글이 스스로 길을 찾아갑니다.
Q. 평생학습e음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은 <빨강머리 앤>이에요. 단순히 어린이용 책이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큰 위로와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앤이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은 평생학습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요. 그리고 <데미안>을 빼놓을 수 없죠. 이 책은 자기 자신을 깨닫고, 성장의 용기를 주는 고전이에요. 특히 삶에서 중요한 변화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문장은 우리 모두에게 자신만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용기를 요구하거든요.
고전을 어렵게 느끼실 필요 없어요. 한 문장만 내 마음에 남아도 그걸로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분들께는 시집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집은 짧지만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줘요.
Q. 평생학습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문학을 통해 독자들은 어떤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평생학습은 열정을 잃지 않고, 배우는 기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이에요. 배우는 건 정말 작은 실천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고, 그중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을 적어보세요.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필사를 추천해요.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문장의 의미가 더 깊이 와 닿거든요. 그리고 꼭 거창한 책부터 시작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빨강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 같은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이 주는 감동은 정보를 넘어서 우리의 감수성을 깨우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문학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누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거예요. 독서 모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책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해 보세요. 문학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열어주는 힘이 있으니까요. 배움의 기쁨은 늙지 않는 영혼을 만들어줘요. 평생학습이란 결국 자신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문학은 그 여정에서 가장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줄 거예요."
Q. 새해를 맞이해 을사년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획이라기보다 저는 앞으로 독자들과 더 깊이 소통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 강의와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작은 위로와 영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데미안 프로젝트>를 더 널리 알리고, 고전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올해는 제가 쓰고 싶었던 에세이와 심리학 글들을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 새로운 책으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도 평생학습의 연장선이에요. 저도 매일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문학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다리가 되는 일이에요. 여러분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배우는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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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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