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목사 원기준_봉사도 평생학습입니다

2025-02-04

[이음의 탐구생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원기준 목사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연탄이 타들어가며 주변을 따뜻하게 하듯,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온기를 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탄의 희생과 따뜻함을 통해 삶의 가치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바로 이 시처럼 연탄의 의미를 실천하는 이가 있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를 20년 넘게 해온 원기준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세밑을 앞둔 어느 날의 구룡마을, 40여 명의 봉사자들이 줄지어 섰다. 까맣고 묵직한 연탄을 배달하는 이들 사이로 바쁘게 오가며 진두지휘하는 원기준 목사. 어떤 이는 두 장씩 능숙하게 옮기고, 또 어떤 이는 한 장을 소중히 품에 안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이날 배달해야 할 연탄은 1,600장. 간단해 보이지만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약 3.6kg. 이를 여러 장씩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자, 한 장씩 안전하게! 쌓는 분들 조심하세요, 무너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옮기는 200장이면 한 가구에 1,600시간의 온기를 주는 거죠. 힘들더라도 조금만 힘을 냅시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 현장은 단순히 연탄을 배달하는 것을 넘어, 겨울을 버티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전하고 있었다. 20년째 연탄 봉사를 해온 원기준 목사는 단순한 봉사자가 아니라, 이 작은 ‘연탄 마을’의 리더다.

 

원기준 목사는 처음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1996년 강원도 태백에서 지역 활동을 하면서 석탄 산업이 쇠퇴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남아도는 석탄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 그의 첫 도전은 북한에 석탄을 보내는 일이었다. 2002년 직접 평양까지 가서 석탄을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 측에서 “일회성 지원은 어렵다”라며 거절해 계획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석탄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구상했다.

 

2004년, 당시 석탄공사 감사였던 한 인사와 뜻을 모아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단체를 창립했다. 석탄이 아닌 연탄을 전달하기로 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처음에는 봉사자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연탄 봉사의 필요성이 알려졌고, 2008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봉사 문화가 확산되면서 참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그가 처음 시작한 연탄 봉사는 현재까지 6,400만 장 이상의 연탄을 저소득층 가구에 전달하며, 겨울마다 수많은 가정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연탄 사용 가구가 줄어들고 연탄 공장도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그는 이제 연탄 봉사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봉사를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연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방식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봉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배움의 과정입니다. 봉사를 통해 사람을 배우고, 사회를 배우며, 자신을 배우게 되거든요. 봉사는 학문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배움이며, 이 과정에서 사람이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연탄 봉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사회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기준 목사와 봉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북한을 향한 나눔의 길, 멈춰도 이어갈 따뜻한 약속

 

Q.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탄 나눔 운동은 처음부터 남북한을 아우르는 지원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90년대 후반, 북한에 석탄을 보내려고 했던 게 출발점이었죠. 그런데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 지원이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남쪽에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연탄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90년대에 석탄을 보내려 했을 때는 북한이 거절했는데, 연탄은 받아들였다고요? 이유가 뭔가요?

맞아요. 1996년에 태백에서 석탄 산업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이걸 북한에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02년에 평양까지 가서 지원을 제안했는데, 북한에서 단칼에 거절하더라고요. “석탄은 우리가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한두 번 보내봐야 의미가 없다”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2004년에 연탄을 지원하겠다고 하니까, 이번엔 환영하더라고요. 이유가 뭐냐면, 북한엔 연탄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없었거든요. 북한에서 주로 쓰던 건 직접 캔 석탄 가루로 만든 ‘구멍탄’인데, 이건 금방 타버려요. 반면, 남한 연탄은 밀도가 높고 오래 타니까 훨씬 효율적이었죠. 그러니까 “이건 필요하다”라며 받아들인 거예요. 처음 봉사를 갔을 때 북한 주민들이 연탄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묻더라고요. 우리는 ‘연탄’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구멍탄’이라고 부르니까요.

 

Q. 연탄을 받은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엔 의심했어요. 이거 남한 정부에서 준 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니다, 이건 남쪽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보낸 거다”라고 설명했죠. 그랬더니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몇 번 오가면서 서로 친해지고 나니까 정말 고마워했어요.

 

한 번은 우리가 연탄을 나르다가 손이 시려 북측 사람들이 따뜻한 물을 데워 줬어요. 그래서 우리도 커피 믹스를 건넸는데, 처음엔 안 마시더니 한 모금 마시고는 맛있다며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연탄 하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쌓이더라고요. 또 개성에 연탄을 지원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연탄이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결국 필요한 곳으로 가고 있는 거니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Q. 지금은 북한 지원이 중단된 상황인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색돼서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언젠가 다시 길이 열리면 연탄이나 다른 방식으로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연탄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연탄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갑니다.

 

변하는 연탄 봉사, 변하지 않는 나눔의 마음

 

Q. 연탄 나눔 운동이 처음 시작될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초창기에는 봉사자 모집하는 게 어려웠어요. 연탄 나눔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거든요. 그런데 20년 동안 꾸준히 해오면서 이제는 봉사 신청이 넘쳐요. 태안반도 유출 사건으로 봉사에 관한 생각이 사람들에게 많이 퍼진 덕도 봤어요. 요즘 우리 홈페이지 일정표를 보면 다 마감이에요. 예전에는 "봉사자 좀 와주세요!"였는데, 지금은 "죄송합니다. 이번엔 마감됐어요"라고 할 정도로 바뀐 거죠.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연탄을 필요로 하는 가구가 줄고 있다는 거예요. 연탄 사용 가구 자체가 감소하면서, 앞으로는 난방 지원을 더 폭넓게 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연탄 봉사가 다른 봉사 활동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독특한 점이 있나요?

연탄 봉사는 직접 몸을 쓰는 봉사라는 점에서 달라요. 그냥 기부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연탄을 옮기면서 몸으로 부딪치고, 현장에서 이웃을 직접 만나요. 그 과정에서 땀 흘리고, 대화하니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봉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탄 봉사는 사실상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에요. 단순히 연탄 몇 장 놓고 오는 게 아니라, 직접 가정을 방문하면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분들의 생활을 살펴보게 되거든요.

 

예전에 어떤 할머니께 연탄을 드리고 나가면서 봉사자들이 “건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연탄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Q. 봉사자들이 연탄 봉사를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온 봉사자들은 대부분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어요?”라고 해요. 특히 사무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연탄 두 장만 들어도 헉헉대죠. 하지만 끝나고 나면 얼굴이 밝아져 있어요.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한 번은 봉사를 마치고 한 어르신께서 연탄 한 장을 들고 오시더니 “너희도 이거 가져가서 한 번 때어봐”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도 부족한데 나눠주려는 그 마음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연탄 봉사는 결국 나누는 것, 그리고 그 나눔을 통해 우리가 더 많은 걸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연탄 사용 가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셨는데, 향후 연탄 봉사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요?

연탄이 점점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에요. 우리도 연탄을 떼라고 권장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연탄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지원하는 거니까요. 간혹 연탄 후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실제 후원이 줄어든 건 아니에요. 오히려 후원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받을 사람이 줄어든 거죠. 가구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연탄 봉사뿐만 아니라 집수리, 난방용품 지원 같은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방풍 비닐을 붙여준다거나, 단열재를 시공해준다거나 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저희 단체의 이름이 ‘따뜻한 한반도’잖아요. 연탄이 없어져도, 한반도가 따뜻해지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죠. 앞으로도 온기를 나누는 일은 계속될 겁니다.

 

작은 봉사가 만든 큰 변화, 나눔으로 이어가는 길

 

Q.연탄 나눔 외에도 집수리, 난방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집수리 지원 사업이에요. 연탄만 드리고 오면 뭐하겠어요. 집이 추우면 연탄이 있어도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서 겨울철엔 난방이 잘되도록 단열 벽지나 방풍 비닐을 붙여드리고, 여름엔 지붕이나 창문 같은 기본적인 부분을 보수해드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한번은 어떤 할머니 집에 갔는데, 창문이 낡아서 바람이 다 새더라고요. 연탄을 아무리 많이 드려도 이러면 소용없겠다 싶어서 창문 단열 작업을 해드렸어요. 그 후에 올겨울은 정말 덜 춥다고 하셨는데, 그게 연탄 100장 드리는 것보다 더 뿌듯하더라고요.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그분들이 좀 더 따뜻하고 편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잖아요. 앞으로는 단순한 연탄 나눔을 넘어서, 이런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싶어요.

 

Q. ‘연탄 나눔이 봉사의 입문’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연탄 봉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른 봉사로 확장되는 사례가 많나요?

엄청 많아요. 연탄 봉사는 사실 가장 쉽고 직관적인 봉사예요. 연탄을 때는 분들은 다들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고, 우리가 직접 연탄을 들고 가서 전달하면 바로 도움이 되잖아요. 그래서 봉사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연탄 봉사를 한 번 하고 나면 대부분 다른 봉사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거예요. 한 기업에서 처음 연탄 봉사로 사회공헌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법률 상담, 의료 봉사 같은 전문 봉사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봉사라는 게 결국 경험해 봐야 재미를 알고, 의미를 느끼고, 계속하게 되는 거죠. 연탄 나눔이 그런 시작점이 되니까, 저는 이걸 ‘봉사의 입문’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Q. 연탄 봉사를 통해 사회적으로 가장 변화시키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들이 ‘나눔’을 좀 더 자연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주변 이웃을 챙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에서 말했던 연탄을 받으신 한 어르신이 연탄 한 장을 가져가라고 하신 거요. 본인도 부족한데, 나눠주고 싶은 마음. 저는 그게 진짜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연탄을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이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에요. 연탄이 사라진다 해도, 나눔이 이어지면 우리 사회는 훨씬 따뜻해질 거라고 믿어요.

 

Q. 오랫동안 봉사를 해오셨는데,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힘들 때도 많아요. 몸도 힘들고, 연탄 나눔이 언제까지 필요할지 고민될 때도 있고요. 근데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어요. “내년에 또 올 거지?”하고 묻는 어르신들, 연탄 나르는 게 처음이라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함께하는 봉사자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멈출 수가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봉사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차올라요. 다들 그러잖아요. 힘든데 기분이 좋아요. 저도 그래요. 이게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구나’하는 기분을 주거든요. 저는 그 기분이야말로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Q. 연탄 봉사를 처음 시작한 본인에게 지금의 본인이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힘들어도, 끝까지 가라.” 처음 시작할 땐 봉사자도 없고, 후원도 부족하고,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도 많았죠.

 

근데 지나고 보니까 끝까지 가면 길이 열리더라고요. 처음엔 연탄을 배달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이제는 집수리도 하고, 난방 지원도 하고, 더 많은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잖아요. 그때 힘들다고 포기했으면, 이 모든 걸 못 했겠죠. 그래서 과거의 저한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더 힘든 일도 많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거야. 끝까지 버텨.”

 

배움이 되는 나눔, 나눔이 되는 배움

Q. 봉사도 평생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당연하죠. 봉사도 그냥 몸만 쓰는 일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더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연탄만 잘 나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어르신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연탄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옮기는 방법은 뭔지, 심지어 봉사자들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것도 배워야 하더라고요.

 

그리고 봉사를 오래 하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상황도 계속 변해요. 예전엔 연탄만 드리면 됐지만, 요즘은 집수리도 하고, 보일러 수리나 난방용품 지원도 필요해요. 또, 단순히 물건을 주는 걸 넘어 이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자립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 하고요. 이런 건 가만히 있는다고 알게 되는 게 아니죠. 계속 배우고,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저는 봉사도 평생학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좋은 마음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배워가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죠. 그래야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요.

 

Q. 평생학습에 ‘봉사’라는 카테고리가 생기면 좋을 것 같네요.

맞아요. 평생학습에 ‘봉사’라는 카테고리가 생기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평생학습이라고 하면 보통 직업 교육이나 자기 계발 위주로 생각하는데, 사실 봉사도 제대로 하려면 배워야 하는 분야거든요. 봉사에도 잘하는 법이 있어요. 단순히 좋은 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대상자들에게 어떤 방식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 하죠.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봉사를 단순한 기부나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만드는 문화도 필요해요. 우리가 평생학습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고, 컴퓨터를 배우듯이, 봉사도 하나의 배움이 되어야죠. 봉사 방법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현실, 지역 사회 문제 해결 방법, 지속 가능한 나눔 등에 대한 교육이 정규 과정으로 자리 잡는다면, 훨씬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봉사가 가능해질 겁니다.

 

봉사는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평생학습에 ‘봉사’라는 카테고리가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봉사도 배워야 잘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앞으로는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확대하려고 해요. 연탄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따뜻한 집이 있어야 겨울을 버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단열 작업, 방풍 비닐 설치, 창호 교체 같은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난방비 지원,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난방 시스템 마련 같은 방향도 고민하고 있어요. 또, 연탄 봉사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다른 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연탄 봉사는 봉사의 입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걸 계기로 사람들이 나눔의 즐거움을 알고, 무료 의료 봉사, 법률 상담, 아동 교육 지원 같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도 하나의 목표입니다.

 

Q. 끝으로 평생학습e음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생학습e음 독자 여러분,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죠. 저는 거기에 한 마디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나눔도 배우는 것’이라고요. 봉사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큰 걸 하려면 부담스럽죠. 하지만 작은 나눔도 꾸준히 하면 큰 변화를 만듭니다. 연탄 봉사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내가 연탄을 나를 수 있을까?” 망설이던 분들도, 막상 해보면 “이렇게 좋은 거였어?” 하면서 다음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오세요.

 

봉사도 배워야 합니다.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진짜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따뜻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성장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봉사’도 평생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연탄을 나르는 것도 좋고, 주변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나눔은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그리고 기억해 주세요. 나누는 사람보다 더 따뜻해지는 건, 결국 우리 자신입니다.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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