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여행작가 최갑수_즐길 줄 알아야 배움도 크고 넓어집니다

2023-09-05


[이음의 탐구생활] 최갑수 여행작가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여행이란 말처럼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이 있을까? 일이 바빠서, 돈이 없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혹은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없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해도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대와 희망, 설렘 같은 매우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이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행 그 자체가 직업이라면 어떨까? 사실 여행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여행을 평생 업으로 살아온 이가 있다. 바로 최갑수 작가다. 하지만 그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 집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있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 자체를 즐기면서 여행에 몰입하는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펴낸 책이나 글을 봐도 여행이 주제이긴 하지만 사실은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록 스스로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라고 하지만 그의 글에는 따뜻함과 위로, 희망이 가득해 독자들에게 여행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어제보다 나은 사람> 등 그동안 그가 펴낸 책의 제목을 보면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위로가 느껴진다. 그는 여행작가로도 명성이 높지만 두 번의 전시회를 연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작가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면에서 여행작가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여행작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에 맞춰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죠.”



나이가 들어가며 즐길 줄 알아야 배움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최갑수 작가지만 그는 규칙적인 생활로 자신을 강제할 줄 알고 실력을 쌓기 위해서 ‘질보다 양’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강제하고 노력하는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그 상황에서 지혜를 깨닫는 최갑수 작가로부터 여행작가로서의 그간의 삶과 현재의 도전, 미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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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여행작가, 몸이 가벼워지니 여행이 좋아졌다



Q. 오랫동안 활동하시면서 최고의 여행작가로 꼽히시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제가 20대에 시인으로 등단해서 시를 쓰며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그래서 먹고 살려고 신문사에 들어간 게 여행작가의 시작이었어요. 여행기자 역시 글을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제 글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여행기자를 하면서 문장력을 키우고 사진도 배울 수 있었으니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리워커로 나섰는데 운이 좋은 덕에 일이 많았어요. 론리플래닛 같은 세계적인 여행 전문 출판사들이 저한테 일을 많이 주셔서 해외 취재가 많았습니다. 한창 바쁠 때는 1년에 스무 번은 해외로 나갔고 한 달에 마감을 20개씩 했어요. 


Q. 여행작가는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인데요,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여행작가가 어떤 사람이냐 하면 에티오피아에 도착해 시차 적응도 못한 새벽에 낯선 호텔방에서 바로 전에 다녀왔던 몽골의 가을에 대해 원고를 쓰는 사람이에요. 즐기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콘텐츠를 담는 일을 하는 거죠. 유명 여행지를 가더라도 좋은 풍광이 나오면 그것을 보며 즐기는 게 아니라 멋지게 담아내기 위해 땀 흘리다 보면 그냥 하루가 갑니다. 거기에 카메라와 조명, 삼각대까지 촬영 장비도 한가득이어서 진짜 힘이 들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스팟을 담아야 하는 부담감이 크니까 여행하는 기분을 전 별로 느껴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많은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즐기기로 하면서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좋아하게 됐어요. 


Q. 여행을 즐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우연한 기회란 무엇인가요?

체코 프라하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가다가 장비를 몽땅 도둑맞은 적이 있어요. 장비를 잃어버려서 많이 당황하고 손해도 컸지만, 그때 처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경험을 한 거예요. 비상용 똑딱이 카메라 하나 들고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을 찍고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사실 그 무렵 여행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졌던 탓인지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우고 곤드레밥집이나 할까 생각을 했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가벼운 여행을 즐기면서 내가 그동안 여행을 싫어했던 이유가 여행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여행작가의 장점을 즐길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제 콘텐츠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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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Q. 여행작가는 많지만 작가님처럼 성공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세요. 

여행작가로 평생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면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정말 여행작가뿐만 아니라 이른바 프리랜서로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프리랜서 세계라는 것이 원래 100명의 작가가 100개의 일을 하나씩 가져가는 게 아니라 10명의 작가들이 90개의 일을 가져가고 나머지 90명이 10개를 두고 싸우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이 좋기도 했고, 제가 좋아하는 원고가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것에 최대한 맞추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다른 작가와 차별화되는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도 저만의 스타일을 갖기 위해 제 글과 사진의 주제를 위로, 행복, 마음으로 잡아서 의뢰를 받은 원고에 이런 이야기를 조금씩 넣었고 사진도 이 키워드로 하는 등 저만의 색깔을 입혀나갔습니다. 그렇게 10년쯤 하고 나니 ‘작가님 스타일이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능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꾸준함이란 연습과 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매일 원고를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는 생활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Q. 코로나 팬데믹이 여행작가에게 큰 타격을 줬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어떠하셨나요? 

바쁠 때는 1년에 스무 번은 해외로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출장을 갔는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여행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밥벌이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그때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긴 시간을 보내면서 새롭게 인생 설계를 하게 됐어요. 기존에 읽던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분야에서 자기계발 같은 사회과학 분야까지 넓혀 읽다 보니 시각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제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주어지는 원고 청탁만 받고 그냥 잘 나가는 여행작가라고 스스로 도취해서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정신 차리고 원고료 위주의 수익구조를 줄여나가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선 거예요. 당장 ‘Alone Book'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하고 유튜브, 뉴스레터,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며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했습니다.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alone&around)를 매일 발행하며 지금도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얼론 앤 어라운드(alone&around)>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33181



Q. 일주일에 5번씩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다. 특히 저 같은 프리워커에게 루틴은 무척 중요하지요. 저는 주로 새벽에 글을 씁니다. 세상은 잠들어 있는데 나 혼자만 깨어있는 듯한 기분이 참 좋거든요. 뉴스레터를 발행할 때는 새벽 3시쯤 일어나 아침 6시 30분까지 원고를 쓰고 만보를 걸으며 아침을 맞이했어요. 요즘은 뉴스레터를 잠시 쉬고 있어서 5시 정도에 일어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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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Q. 우리는 흔히 프리랜서라고 하는데 작가님은 프리워커라는 표현을 쓰시네요. 두 가지에 차이가 있나요?

프리랜서가 클라이언트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프리워커는 자신이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역으로 제안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 프리워커가 더욱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는 내 글과 콘텐츠를 읽어주고 보아줄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나 발견될 가능성이 농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 생태계는 점점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인지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글을 쓰려면, 그것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먼저 잘 쓰려는 부담을 안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피카소도 유명한 작품만 그린 게 아니라 수많은 그림 중에 몇 가지가 유명해진 거예요. 매일 3매씩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자신의 내면이 나오게 됩니다. 부사나 동사를 잘 쓴다고 글을 잘 쓰는 게 아니에요. 진짜 나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3매를 꾸준히 쓰다 보면 5매를 쓸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또 꾸준히 쓰다 보면 10매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10매를 쓰려면 자기 생각만으로는 힘들어요.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여기저기서 찾아보거나 다른 글을 찾아보게 되지요. 그렇게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인생을 살게 되는 거예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힘이 있어요. 



Q. 끝으로 여행작가로서 지구촌 곳곳을 가보지 않은 곳이 없으실 텐데요, 여행지 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떤 곳을 추천해주시겠어요?

제가 외국에서 살아야 한다면 호주 멜버른을 택할 것 같아요. 여행하기도 좋고 3년 연속 전 세계에서 살고 싶은 곳 1위로 꼽혔던 곳이에요. 기후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눈만 마주치면 웃고, 와인이 맛있고 음식도 좋았어요.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여행하기에 좋은 곳은 슬로베니아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유럽의 미니어처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의 모든 것을 다 담은 나라에요. 인구가 200만 명 정도밖에 안 되지만 알프스도 있고 온천도 있고 풍경이 참 좋아요. 그리고 물가도 비싸지 않아서 여행하기 좋은 나라에요. 나라가 사방으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과 접해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좋습니다. 


Q. 국내에서 가장 좋은 여행지로 한 곳을 꼽는다면 어디인가요?

다 좋지만 저는 제주도가 제일 좋았습니다. 제 꿈이 5년 뒤에 제주에 가서 사는 거예요. 거기서 글자 하나 안 쓰고 사는 것이 꿈입니다. 5년 뒤에 한 글자도 쓰지 않기 위해서 지금 매일 쓰고 있는 셈이에요. 인생에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가 써야 할 총량이 있을 것이고 그 총량을 빨리 써서 채우면 쉴 수 있지 않을까요? 출판사도 그 연장선상에서 시작한 거예요. 5년 후에는 직원이 생기고 편집장도 있을 텐데 그러면 제가 굳이 사무실에 없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제주도에 살면서 가끔 출판사에 들리는 식으로 지내는 겁니다. 생계는 필요하니까요.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여행, 쓰고 싶은 글도 쓸 수도 있겠죠.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사진도 아주 잘 찍혀서 몸이 가벼운 여행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Q. 정말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배운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배운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즐기는 자세인 것 같아요. 배워야 하니까 책을 읽어야지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걸 먼저 해보세요. 저는 소파에 누워 TV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좋은 소파를 발품을 팔아서 샀어요. 그러고 나니까 이젠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좋은 헤드폰을 사서 음악을 즐겼어요. 그랬더니 이젠 또 제가 듣던 음악에 관심이 가고 그래서 클래식을 공부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카메라를 버리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여행이 즐거워졌다고 했잖아요? 내가 즐기다 보면 배우고 싶어지고 또 배우다 보면 그걸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바로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이선민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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