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한글문화연대 대표 정재환_슬기로운 우리말 사용을 위한 공부를 합시다

2023-10-03


[이음의 탐구생활] 한글문화연대 정재환 대표

 



[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수원 화성행궁에서 살짝 외진 골목길로 들어서면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봄뫼’라는 이름의 북카페가 나온다. 봄과 산의 순우리말인 뫼가 합쳐진 말로, 이곳의 주인장은 정재환 대표다. 개그맨으로서 80년대 인기 프로그램 ‘청춘행진곡’의 사회를 맡아 지적인 개그맨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이른바 MZ세대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최근에는 방송생활을 하지 않고 우리말 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에도 한글날 이전에 최신작 <우리말 비타민>을 출간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건강이 나쁘지 않아도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비타민을 드시잖아요? 더 건강해지기 위해 비타민을 드시고,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기도 해요. 

저는 우연한 기회에 한글 사랑에 빠져서 우리말이 굉장히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말과 글에 관심이 없어서 정말 아쉽습니다. 우리 말글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살건 필수고 기본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우리 말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비타민처럼 복용하자는 뜻에서 

<우리말 비타민>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책이 사람들에게 큰 자극은 되지 않겠지만 사람들에게 한글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처럼 철자부터 문법, 발음, 숙어 등 열심히 공부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단다.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국어가 아니라 우리말을 정확히 쓰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라도 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담았다. 또 우리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콘텐츠도 다양하게 담아냈다. 

그는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결성해 우리 말글 사랑 운동에 뛰어들었으며 현재까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사학위 이수 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도 맡고 한글문화연대 한국어학교 교장, 한글학회 연구위원 등 우리말 전문가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그맨, 대학교수, 역사학자, 한글문화연대 대표라는 다양한 직함은 그가 끊임없이 배움의 세계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577돌을 맞이한 한글날이 있는 10월, 여전히 한글 사랑에 빠져 있는 정재환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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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에서 우리말 운동가로… 지금도 공부하는 중



Q. 방송인으로 큰 인기를 끄셨는데 우리말 운동가로 변신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방송에서 평소 대화할 때처럼 대충 말하면 의사전달에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국어책을 수집하면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 보니 한글 사랑에 빠져 한글 운동을 하게 된 거죠. 또 한글 운동을 하다 보니 한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 들어갔는데 1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어요.


Q. 우리말 운동을 하시는데 의외로 사학을 전공하셨네요.

한글이라는 글자 자체보다 한글에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모든 분야에 다 역사가 있듯이 우리 말과 글의 역사를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한글하면 문자로만 국한해서 범위가 참 협소해요. 저는 우리의 말과 글에 관한 여러 가지 일을 두루두루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한글문화연대라도 단순히 한글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말과 글에 관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한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여성사나 노동사, 조선왕조사 같은 것을 연구하지 저처럼 해방 이후 조선어학회는 무엇을 했나 찾는 분들이 드문 편이에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분야를 다루는 분이 없었던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Q. 해방 이후 조선어학회에 관한 자료가 많이 없어서 논문 쓸 때 힘드셨겠어요.

관련 자료를 찾는데 일본에 해방 이후 우리말에 관한 논문이 많더라고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35년간 통치하면서 일본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완전히 일본 사람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었나 봐요. 그래서 그때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 일본어 공부를 안 하지만 제가 규슈 쪽의 한일 관계사 같은 데 관심이 많아서 가끔 일본에 갈 때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 후에는 일본어 대신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나이 50이 넘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많이 고생했어요. 내가 왜 이걸 공부한다고 했을까 하면서요. 공부를 시작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일본어 공부할 때처럼 학원을 갈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영어 공부하기 좋은 무료 사이트가 많더라고요. 여전히 영어 공부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Q. 우리말의 역사에 특별한 것이 있나요?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때, 자음과 모음의 이름이 없었어요.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기록이 없는 거죠. 자모의 이름은 1527년에 나온 최세진의 훈몽자회라는 책에 등장해요. 각 글자 밑에 기역은 其役, 니은 尼隱, 디귿 池末, 리을 梨乙, 미음 眉音, 비읍 非邑, 시옷 時衣, 이응 異凝처럼요. 훈몽자회는 한자를 가르치는 학습서인데 아이들이 언문을 알면 쉽게 한자를 공부할 수 있다고 만들어진 겁니다. 그것을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해서 한글로 표기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기역, 디귿, 시옷은 다른 글자들이 은, 을, 음으로 표기되는 것이랑 다른 이유가 저 책에서 알 수 있어요. 같은 방식이면 기윽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표기할 한자가 없어서 가장 비슷한 역으로 한 거죠. 그리고 디귿도 읃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지 못해 끝이라는 뜻의 한자 末를 쓰고 우리말의 끝으로 발음하라고 한 거예요. 이런 역사를 알게 되면 한글도 흥미로운 학문이 되지 않을까요?


Q. 한글 사랑의 한길을 걸어오고 계시는데 한글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보통사람을 위해 역사 최초, 세계 유일로 만들어진 문자가 바로 훈민정음이에요. 해방 이후 한글세대가 탄생했기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거예요. 누구나 한글을 통해 쉽게 배우고 지식과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개개인이 모두 산업을 견인하는 동력이 된 거죠.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낮은 이유는 바로 한글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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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쓰면 언어생활이 다채롭고 풍요로워집니다



Q. 흔히 한글이라고도 하고 우리말이라고도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다른가요?

한글하고 우리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말은 우리가 쓰는 말이니, 한국어 혹은 국어를 말합니다. 국어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이거나 어떤 나라에서 쓰는 말을 뜻하지요. 그리고 한글은 우리말을 적는 수단인 문자죠. 한때 한글 이름 짓기가 유행이어서 하나, 나래, 샛별 같은 이름이 각광을 받기도 했지요.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한글 이름이 아니라 우리말 이름이거나 토박이말 이름이라고 해야 해요. 물론 지금은 한글 이름이라고 해도 다들 이해하지요. 여하간 한국어는 말, 한글은 문자라고 정리할 수 있겠죠.

한때 한자를 배우면 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한자급수시험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는데요,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 라틴어부터 배우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려운 한자를 배우기보다 한글을 많이 쓰고 대화를 많이 해서 어휘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왕만두의 경우 한자로 쓰인 임금 왕을 몰라도 왕이라는 단어에 크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사람들이 한글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어려운 것은 한국어겠죠.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한 문자에요. 24글자만 익혀서 조합하면 어떤 말도 만들 수 있으니 배우기 어렵지 않고 쓰기도 편해요. 한국어는 띄어쓰기, 맞춤법 등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예요. 


Q. 최근 출간한 <우리말 비타민>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을 담으셨나요?

네. 우리가 무심코 우리말을 잘못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도 담은 셈이에요. 가만히 보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두 가지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 알면서도 자꾸 혼동해서 씁니다. 예를 들어 ‘쌍둥이인데 얼굴이 틀리네요’라고 하는데 이건 그 말을 들은 엄마가 굉장히 불쾌한 말이에요. 왜냐하면 틀리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뜻이거든요. 

예전에 강준만 교수님도 그런 말을 하셨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는 잘하는데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요. Different와 Wrong의 차이는 정확하게 알면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 쓰는 현실을 지적하신 것이죠. 어려운 말이나 단어는 틀릴 수 있어요. 저도 가끔은 실수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를 틀리게 말하고, 그걸 또 상대가 지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거든요. 


Q. 우리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휘를 정확히 쓴다는 것은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부사 중에 ‘너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부정에 쓰는 말인데 요즘은 긍정과 부정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모처럼 소풍을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고, 경치가 ‘너무’ 좋고, 분위기가 ‘너무’ 좋고, 애들도 ‘너무’ 좋아하고…. 이 문자 하나에 ‘너무’가 도대체 몇 번 들어간 건가요? 영어로 치면 very만 쭉 나온 거죠. 너무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매우’도 있고 ‘정말’도 있고 ‘무지하게’도 있어요. 정확한 표현을 다양하게 쓰면 우리말이 다채롭고 풍요로워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입시 준비로만 국어 공부를 하다 보니 정작 우리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또 교육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문장을 쓸 때도 주술관계를 맞추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올해 초 용산 대통령실에서 보낸 연하장을 봤는데 거기에도 비문이 있더라고요. ‘위 서체는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됐습니다’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이것은 비문이에요. 주어와 술어가 안 맞거든요. ‘위 서체는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입니다’로 써야죠. 칠곡 할머니들이 쓴 서체로 연하장을 만들었다는데 할머니가 글씨를 틀리거나 비문을 썼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오히려 시비 거는 사람이 문제가 있는 거죠. 하지만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잖아요. 그리고 대통령 연하장은 공문입니다. 관공서에서 더더욱 우리말을 정확히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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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변하는 언어, 지나친 영어 사용은 자제하길



Q. 요즘 젊은 사람들이 우리말을 너무 모르거나 잘못 쓴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예전에 ‘심심한 사과’에 대해서 심심한이 무슨 뜻이냐며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어요. 젊은 사람들이 그걸 몰랐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말을 한 번만 들으면 다음부터 알게 되는 것이죠. 할 일이 없어 심심한 것과 진심어린 사과의 심심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그 단어를 알았던 사람들도 한자로 써보라고 하면 잘 못 쓸 겁니다. 하지만 뜻은 알죠? 이처럼 한자를 많이 알아야 우리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듣고 쓰면서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겁니다.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축약어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 없어요. 시대에 따라서 언어도 변하거든요. 축약어 중에 밀당이라는 말이 있어요. 밀고 당긴다인데 이젠 모두가 밀당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흔하게 쓰는 우리말이 됐어요. 훈남이라는 말도 우리한테 확 와닿는 의미가 느껴지잖아요. 이런 축약어는 우리말에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어요.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라 표현해야 할 새로운 말이 많이 필요한 세상이에요. 신조어를 만들 때 가능하면 우리말을 많이 쓰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오히려 지나친 영어 사용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지나친 영어 사용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말로 축약하는 것은 그나마 낫죠.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우리는 노쇼(no show)라고 하는데 그보다 우리말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지나치게 영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더한 것 같아요. 작년 10.29 참사 이후로 가장 많이 듣고 이제 대부분 사람들이 알게 된 단어 중 하나가 CPR이에요. 솔직히 전 CPR이 뭔지 몰랐어요. 그런데 심폐소생술이라고 말할 때는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아무리 급박해도 굳이 CPR이라는 말을 써야만 하나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또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자이언트 스텝, 빅스텝이라는 말 대신 광폭조정, 대폭조정이라는 말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대중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언론에서 좀 더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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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할아버지 교사로 지역공동체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Q. 대표님은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는데요, 평생학습e음 구독자들을 위해서 배움에 대한 말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나이 들었다고 공부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억력이나 습득력이 젊을 때보다 떨어진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매우 힘든 게 아니라 조금 힘들어진 것뿐이에요. 즐기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세요. 꼭 학문적인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컴퓨터나 미술, 악기 같은 것도 도전해보세요. 한 3년 노력했는데 영 늘지 않아서 포기하게 돼도 그 3년 동안 재미있게 살았잖아요? 만약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오래 재미있게 살 수 있었겠죠. 그리고 나이 들어서 가장 좋은 취미가 공부예요. 요즘은 무료 사이트도 많아서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몇 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인데요, 65세가 되면 동네 할아버지 교사로 활동하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닌데 동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역사나 한국어, 또 가능하다면 일본어나 영어를 가르치는 동네 할아버지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수업료는 당연히 무료고요. 예전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치는 것이었는데 최근 들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한국 역사에 대해서 석 달짜리 12강을 한다고 공고를 한 후 학생들 등록을 받는 거예요. 소속감 있게 계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등록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강의를 하는 겁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모임을 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이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될 거예요. 자신이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갖고 이곳에 사니까 이런 공부도 하게 되는구나 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높일 수 있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거칠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데 저처럼 동네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지면 그런 걱정도 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약간 옛날식 표현으로 말씀드리면 사제지간이 되는 거예요. 공자가 제자들하고 늘 주거니 받거니 문답을 통해 공부를 했는데 저 역시 청소년들과 그런 식으로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선민

사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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