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웰다잉 전문가 최현석_잘 죽는 것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2025-10-14


[이음의 탐구생활] 최현석 프라임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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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의 탐구생활] 

각자의 분야에서 학습과 교육, 놀이, 예술 및 사회이슈 등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고 즐거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인터뷰 기획코너



경남 창녕의 한적한 산골에 특별한 요양병원이 있다. 겉보기엔 여느 요양병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곳 프라임 요양병원에서는 매일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치매 환자도 결박 없이 자유롭게 지낸다. 100명의 환자를 돌보는 60여 명의 직원은 모두 한국인이고, 3교대 정규직으로 일한다.


이 병원의 원장 최현석(62) 박사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는 독특한 인물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내과 전공의를 마쳤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와 삼성제일병원 내과 과장을 거쳐 김포에서 서울현내과를 개원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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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2년이고 3년이고 파고들어 연구한 후 반드시 책으로 정리하는 평생학습자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을 비롯해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 <인간의 모든 감각>, <인간의 모든 감정>, <인간의 모든 동기>, <인간의 모든 성격>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의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제39회 동아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생명 탄생 사전>을 출간했다.


그의 지적 호기심은 인간의 본질적 문제들을 향한다. “나는 왜 화를 낼까?”, "다른 이성을 보면 왜 가슴이 뛸까?" 같은 자신의 궁금증에서 시작해 감정, 동기, 성격을 연구했고, 결국 인간의 마지막 문제인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김포에서 내과 개원의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돌연 병원 문을 닫고 2년간 세계를 떠돌아다닌 후, 귀국해서 우연히 요양병원 여러 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곳에서 목격한 ‘처참한 죽음의 현장’이 그를 변화시켰다. 가족도 없이 홀로 죽어가고, 결박당한 채 생을 마감하는 환자들을 보며 “내가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전 그는 ‘잘 죽는 병원’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현재 요양병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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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오히려 그 경험이 환자들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했다고 말한다. “타고난 것을 어쩔 수 없다”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인다.


그의 병원에는 서울에서도 환자가 찾아온다. 보호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맨’이 되어 소개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EBS 다큐멘터리 ‘명의’에서도 ‘존엄한 죽음을 실천하는 병원’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최 원장이 추구하는 ‘웰다잉’의 핵심은 단순하다. 환자 당사자보다는 남겨진 가족들이 “잘 가셨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환자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한다.


죽음을 공부하게 된 건, 결국 사람의 마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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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과 의사에서 ‘죽음’을 연구하는 의사가 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포에서 내과 개원을 했는데 환자가 하루에 10명도 안 왔어요. 병원에서 ‘뭘 하지?’ 하다가 의학 정보를 A4 용지에 빡빡하게 써서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어냈습니다. 환자들이 그걸 가져가면서 읽고 ‘이 사람한테 오면 좋겠네’ 하면서 소문이 나고 환자가 늘었어요. 1년 동안 모은 걸 책으로 낸 게 첫 번째 책이었죠.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이 많이 궁금해졌어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감정이 느껴지는지…. 그래서 이것저것 공부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죠.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 <인간의 모든 감각>, <인간의 모든 감정>, <인간의 모든 동기> 같은 책들을 쓰게 된 거예요.


그러다 새로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병원을 접고 MBA를 하려고 했는데 시험 점수가 안 나와서 2년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어학연수를 했습니다.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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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요양병원 몇 군데서 근무해 봤는데 너무 처참했어요. 환자들이 가족도 없이 묶여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잘 죽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고, 막상 하다 보니 웰다잉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죽음을 공부하게 된 거예요.


Q. 요양병원들을 직접 경험해보시고 나서 ‘잘 죽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하셨는데, 기존 병원들의 어떤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나요?

제가 예전에 요양병원 대여섯 군데 근무를 해봤는데 너무 처참했습니다. 죽음이 너무 처참하더라고요. 가족도 없이 그냥 죽고, 묶여 있다가 죽고…. 특히 시골 요양병원들은 퀄리티가 떨어져서 수용소 같은 느낌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요양원보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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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환자 관리 방식이었어요. 치매가 심하거나 기저귀를 자꾸 벗는 환자들은 무조건 묶어놓더라고요. 가려워서 긁는 환자들도 묶고요.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를 묶는 행위는 절대 금지인데 다른 곳들은 관리 편의상 묶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이 더 빨리 죽어요.


그리고 직원 처우도 문제였어요. 대부분 외국인 간병인이고, 이들은 최저임금에 불안정한 고용 상태예요. 그러다 보니 환자 케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의사들도 페이 닥터로 와서 그냥 월급만 받고 가는 식이고요.


무엇보다 ‘죽음’에 관한 철학이 없었습니다. 그냥 죽을 때까지 연명시키는 것만 생각하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없더라고요. 그런 현장들을 보면서 ‘내가 하면 이렇게 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잘 죽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그러려면 죽음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책도 쓰게 됐고, 덕분에 지금은 보호자들과 상담할 때도 훨씬 더 풍부하고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박 대신 돌봄으로, 존엄을 지켜가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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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장님이 운영하는 병원은 다른 요양병원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고 계신지요.

가장 큰 차이는 ‘결박 제로’ 정책입니다. 아무리 심한 치매가 있어도 절대 결박이 없어요. 다른 병원들은 치매 환자가 기저귀를 벗는다거나 하면 바로 묶어버리는데, 저희는 그 대신 ‘우주복’이라고 하는 특수 의복을 입히고 직원들이 더 자주 돌봐드려요. 어르신을 자유롭게 하면 도리어 낙상 위험이 줄어요. 억지로 억제하다 보면 더 불안해하시거든요.


두 번째는 식사 관리예요. 저는 요양병원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식사라고 생각합니다. ‘선배식, 후배식’ 시스템이 있어서 식사하는 데 오래 걸리시는 분들은 30분 일찍 와서 직원들이 도와드려요. 일반식, 당뇨식, 죽, 액체 음식 등 환자 맞춤형으로 하고, 경관식(콧줄)은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도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에 결정하죠. 그러다 보니 저희 병원에 오실 때 경관식을 하던 환자분이 직접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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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처우도 달라요. 요양보호사가 모두 한국인이고, 3교대 정규직입니다.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 직원 구하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출퇴근해야 하는 직원들이 오기를 꺼려요. 그래서 다른 병원보다 급여를 30~40만 원 더 줘요. 간호사는 대구 시내보다도 60~70만 원 이상 더 주고요. 안 그러면 사람이 안 와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닙니다. 필수 인력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등급이 떨어지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간병인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중국에서 오신 조선족 1세대분들이 나이 드셔서 본국으로 돌아가시고, 2세대는 안 오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과 저의 철학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죽을 때까지 연명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잘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거든요. 환자분이 돌아가시면 다음 날 아침 조회에서 그분이 여기서 생활하셨던 이야기를 나누고 묵념을 해요. 그리고 보호자들과는 항상 솔직하게 소통해요. 병원에서 생기는 사고나 문제들을 숨기지 않고 다 말씀드리니까 오히려 신뢰가 쌓이더라고요.


가족이 기억하는 ‘잘 가셨다’, 그것이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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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 죽음’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셨는데,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죽음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관계는 자기가 가고 싶은 데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먹고 싶은 거 먹는 건데, 시설에 입소하게 되는 건 자기가 혼자 생활이 불가능할 때거든요. 가장 기본적인 생명 활동인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도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죠.


시설 안에서도 직원이나 다른 환자와의 관계가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관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시설에 입소하신 분들은 사회생활이 끝난 거니까 ‘사회적 죽음’이라고 봐요.


문제는 이런 사회적 죽음에 대한 논의가 웰다잉 이야기할 때 별로 안 나온다는 거예요.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하는 연명치료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시설에서 폐렴 치료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크게 보면 연명치료인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시설에 입소하면 폐렴에 걸리시더라도 치료를 안 하고 자연스럽게 돌아가시게 하는 거예요. 어차피 여기 들어오신 분들은 여기서 돌아가실 거고, 사회복귀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폐렴을 치료해도 또다시 이곳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데 현재 의료법제도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치료를 하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사회적 죽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되고 사회적 동의가 이루어지면, 웰다잉도 좀 더 폭넓게, 쉽게 잘 죽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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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웰다잉은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 즉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죽음을 당사자가 준비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아주 곱게 늙어서 죽는 그런 것만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렇게 죽는 사람은 없어요. 다 병에 걸리죠. 치매나 중풍, 암 같은 병에 걸립니다. 자기가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고, 그 상황을 하나하나 예측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죽음의 결정은 가족이 하는 거예요. 본인이 결정 못 해요. 왜냐하면 죽음의 순간에 의식이 흐려져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 병원에 계신 분들도 죽음에 대한 주제는 말 안 해요. 그냥 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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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임박하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하려고 하죠. 옆에 환자들이 죽는 걸 봐도 슬프다거나 잘 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외면해요. 더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는 건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미리 이야기를 해둬야 해요. 평소에 자꾸 대화를 해서 자식들이 의사 결정할 때 ‘평소에 우리 부모님 뜻은 이거였다’라고 할 수 있게 말이죠. 내가 중환자실에서 튜브 꽂고 있으면 그렇게 살기 싫을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가 되면 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자식이 결정해야 하는데, 자식은 의사가 ‘뽑으면 죽는다’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동의하겠습니까?


결국 본인은 의식도 없고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웰다잉은 제삼자가, 자식이 ‘아버지가 편하게 잘 가셨다’라고 생각하면 그게 웰다잉이라는 겁니다. 산 자의 가슴에 살아있는 모습이 죽은 자의 영혼이잖아요. 그래서 가족들이 그런 생각을 갖도록 돕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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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를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함으로써 현재를 어떻게 살지 생각하게 되죠. 미래에 ‘내가 뭐가 될 거야’라는 목표가 현재의 내 모습을 형성하는 거예요. 웰다잉을 생각하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운동도 하게 되고, 건강도 챙기게 되고…. 죽기 전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고, 잘 죽기 위해서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는 거죠.


사람들은 다 말로는 ‘시한부 인생이다’라고 하는데 막상 그렇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나 우리가 죽음이 임박하지 않았을 때 ‘나는 어떻게 해서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어떻게 살아야지’라는 데 도움이 되는 거예요. 물론 사고가 나서 마비되면 또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자기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요.


콤플렉스가 남긴 공감, 호기심이 만든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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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생 궁금한 것을 찾아 공부하고 책으로 내시는데, 이런 지적 호기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느 정도는 타고난 것 같아요. 호기심이라는 것도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도 있듯이요. 모든 건 타고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뭔가를 하려면 알아야 되잖아요. 대부분의 책들은 제가 알기 위해서 쓴 거고, 궁금했던 걸 정리해서 쓴 거예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영양제를 팔아야 하는데 그걸 알아야 팔잖아요. 그래서 비타민을 공부했더니 <비타민 미네랄 사전>을 쓰게 됐고, 유전자 검사도 하려면 유전자를 알아야 하니까 공부해서 <유전자의 비밀>도 썼어요. 그런데 공부하고 나니까 결론은 ‘이거 필요 없다’더라고요. 비타민도 굳이 안 먹어도 되고, 유전자 검사도 의미가 없고…. 그래서 권유를 안 하게 됐습니다.


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또 초보자가 보는 책도 아니고, 뭔가를 공부하고 싶은데 이 분야에 관련된 게 뭐가 있나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주로 제 책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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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싶으신가요? 다음 관심 분야가 있다면요.

지금은 ‘생각’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감각, 감정, 동기, 성격을 거쳐 죽음까지 공부했는데, 결국 이 모든 걸 관통하는 건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더라고요. 그래서 인지심리학을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60이 넘어서도 계속 공부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궁금증이 생기면 참을 수가 없거든요. 이건 정말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생계를 위해 공부했다면, 지금은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하는 거죠.


제가 추구하는 건 전문가 수준의 깊이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반인이 궁금해할 만한 수준에서 이해하고 정리하는 거예요. 전문 서적은 너무 어렵고, 그렇다고 완전 입문서는 아쉽잖아요. 그 중간 지점에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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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공부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왜 화를 낼까?”에서 시작된 궁금증이 결국 인간 전체를 이해하는 데까지 이어졌거든요.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환자분들을 대할 때도 도움이 돼요.


앞으로도 궁금한 게 생기면 계속 공부할 거예요. 누가 써달라고 요청하는 건 못 쓰지만,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건 나이에 상관없이 파고들 겁니다.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진짜 늙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아직 늙지 않으려고 해요.


Q. 의사로서 말더듬이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계셨다고 하는데, 이것이 환자나 죽음을 대하는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일 큰 콤플렉스였어요. 말더듬이하고 음치하고 체육을 잘 못하는 게 세 가지 콤플렉스였는데…. 고등학교 때 반장을 했는데 교련 시간에 ‘차렷’이 안 됐어요. 음절이 두 개가 되면 말이 더듬어지는 단어가 있거든요. ‘차렷-!’ 해야 하는데 ‘차차차’만 반복하는 식이니까 애들이 웃고, 저도 엄청 창피하고 그랬어요. 대학교 가서도 여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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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가 좀 좋아진 건 최근에 들어서예요. 나이 들면서 ‘나는 말더듬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나니까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환자들을 대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여기 환자분들도 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저도 어릴 때부터 말 안 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고…. 그래서 환자분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Q. 8년간 ‘잘 죽는 병원’을 운영해 오시면서, 원장님 자신도 변화가 있으셨나요?

네,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의사라는 직업적 정체성 안에서만 살아왔는데, 여기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랐거든요. ‘같이 잘해보자’ 해도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무엇보다 겸손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니까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직원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고, 그분들 없이는 이 병원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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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환자분들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 마지막에 이곳에 오시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축복받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도 더 실감하게 되고요.


예전에는 공부나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이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의학 지식만으로는 진정한 치료가 어렵다는 걸 매일 경험하고 있어요. 환자분과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더라고요.


8년 전 여기 왔을 때보다 지금이 더 배우는 게 많아요.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배울 게 많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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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에도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락사도 잘 죽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적 배경이 강해서 이런 논의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죠. 물론 이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은 인공호흡기, 투석 같은 몇 가지 치료에만 적용되는데, 저희 병원 같은 요양병원에서는 해당 사항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저는 폐렴 치료 같은 것도 넓게 보면 연명치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모든 가능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죠.


의료진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과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중요한 결정을 의사 혼자 내리기엔 부담이 크죠.


큰 병원들처럼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가족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서 결정하는 시스템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의료진도, 가족도 좀 더 안심하고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결국 같은 길

97d6fd998befb.jpgQ. 죽음을 공부하고 웰다잉을 실천하면서 얻은 깨달음 중에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무섭거나 우울한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를 더 잘 살게 돼요. 내가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보이거든요.


그리고 가족들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특히 부모님들은 자식들과 그런 대화를 해야 합니다. 나중에 자식들이 결정해야 할 때 ‘평소에 우리 부모님 뜻은 이거였다’라고 할 수 있게. 그게 자식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부모에게는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라는 거예요. 저는 말더듬이라는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나이 들면서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숨기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편해졌죠.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이에 상관없이 공부하세요. 60이 넘어서도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습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게 늙지 않는 비결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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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원장님에게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요?

결국 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하고, 잘 살려면 죽음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잘 죽는다는 것도 결국 마지막에 보호자들과 미리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밤에 주무시다가 돌아가시기를 기도합시다”라고 말씀드리죠.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웰다잉이라고 생각합니다.


웰다잉에 대한 정답은 없어요. 다만 남겨진 사람들이 잘 가셨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그게 웰다잉인 거죠. 그래서 저는 오늘도 환자분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합니다. 그분들이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그리고 가족들이 잘 가셨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사람은 언젠가 다 죽어요. 그걸 피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죠. 그게 바로 잘 사는 것이고, 잘 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강민구 (스튜디오보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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