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의 탐구생활] 곤충학자·만화가 갈로아(김도윤)

6월이 오면 모기가 깨어난다. 화창한 봄날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의 길목, 우리는 다시 모기와의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작고 성가신 존재를 두고 "왜 모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왜 어떤 사람은 더 잘 물릴까", "퇴치법 중 진짜 효과 있는 건 뭘까"라고 진지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떨까.
만화가이자 곤충학자, 대학원생이자 유튜버. '갈로아'(본명 김도윤)라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호칭은 이렇게 다양하다. 서강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메뚜기와 곱등이의 진화를 연구하는 석박사 통합과정 5년차 곤충학자다. 동시에 SF 어워드 대상을 받은 데뷔작 『오디세이』를 그린 만화가이기도 하다. 평일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는 연구실에서 곤충을 들여다보고, 저녁 일곱 시부터 자정까지 네 시간은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마감이 바쁠 때는 새벽 네 시까지도 그리고, 어느 날은 일주일이 닷새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변태 같죠? 근데 그렇긴 합니다." 본인의 표현이다.
필명 '갈로아'는 학창 시절 우연히 채집한 갈로아벌레에서 따왔다. 빙하기의 추위에 적응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날개도 없고 눈도 퇴화한 이 희귀한 곤충에 그는 단숨에 매료됐다. 사슴벌레와 나비, 개미를 거쳐오던 평범한 곤충 소년이 '갈로아'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갈로아벌레는 너무 잡기 어려웠고, 결국 그는 메뚜기를 연구하는 길로 들어섰다. 메뚜기와 갈로아벌레가 같은 조상을 공유하는 친척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로 흐른다. 평생학습은 결국 '덕질'이라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서, 재미있어서, 알고 싶어서 계속하는 일. 박사과정 마지막 해를 앞둔 그는 여전히 한 달에 서너 번 자연으로 나가고, 출장으로 가게 된 제주도 대신 자비를 털어 떠나는 채집 여행을 더 좋아한다. "그리는 게 다 돈이 되어버리면 재미가 사라지니까요." 일이 되는 순간 사라지는 호기심을 지키기 위해, 그는 일부러 돈이 안 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일부러 시키지 않은 공부를 계속한다.
기후 변화로 외래 곤충이 한반도로 밀려 올라오고, 어릴 적 흔하던 송충이는 사라지고, 러브버그가 새로운 여름의 풍경이 되어가는 시대. 곤충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6월의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 4월 어느 봄날, 야외에서 갈로아를 만났다.
벌레 잡던 소년, 갈로아가 되다

Q. 곤충에 빠지신 게 언제부터인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벌레 잡고 놀잖아요. 그게 그냥 끝나지 않고 쭉 이어진 거예요.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하버드대 개미 연구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공룡을 좋아하는 시기, 자동차를 좋아하는 시기, 곤충을 좋아하는 시기가 있는데, 자기는 그게 끝나지 않고 그대로 갔다고요. 옛날 브롱크스 동물원의 어느 조류학자도 비슷한 말을 했죠. 사람들이 "왜 새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대답했대요. 저도 곤충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거죠.
다만 계기가 된 사건은 몇 가지 있어요. 어릴 때 처음 본 커다란 방아깨비, 초등학교 4학년 때 푹 빠진 곤충 책. 그리고 결정적으로 초등학생 때 우리나라에서 사슴벌레 신종이 발견됐을 때였어요. 모두가 좋아하는 사슴벌레, 다 알려진 곤충일 줄 알았던 그 사슴벌레에서도 새로운 종이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신종이 발견되면 보통 발견자가 이름을 붙이는데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때부터 곤충학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Q. 필명 '갈로아'는 곤충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요?
네, 갈로아벌레라는 곤충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사슴벌레를 좋아했고, 그다음엔 나비, 딱정벌레, 그리고 개미로 옮겨갔어요. 최재천 교수님 책을 보면서 개미에 빠졌다가, 그분의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책을 읽으면서 더 빠졌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갈로아벌레를 잡게 된 거예요. 너무 독특했어요. 인터넷을 쳐도 알려진 정보가 너무 적은 거예요. 날개도 없고, 눈도 퇴화돼 있고, 추운 데 적응해 살아남은 곤충. 미스터리가 많았죠. 그래서 푹 빠져서 고1 때까지 1년 가까이 갈로아벌레만 들여다봤어요. 전 세계에 30종밖에 없어서 밝혀질 게 정말 많지만, 그만큼 잡기도 어렵고 연구가 안 된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갈로아벌레만 보고 있으니까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나비 잡는 친구들은 1년 동안 수백 종을 쫓아다니면서 "저 식물은 무슨 나비의 기주식물이야" 같은 지식을 쌓는데, 저는 갈로아벌레 한 종에만 매달려 있으니 쌓이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갈로아벌레를 연구할 만한 분이 메뚜기 박사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둘이 친척 관계거든요. 메뚜기와 갈로아벌레는 둘 다 불완전 변태에 씹는 턱을 가진 가까운 친척이에요. 그분이 제가 난생처음 본 곤충학자였어요. 새가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본 어미를 어미로 인식하듯이, 저도 그분을 처음 본 곤충학자로 각인하고 따라가게 됐죠.
Q. 중·고등학생 때 학술지에 글을 기고하셨다고 들었어요.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또래들과는 좀 다른 시간을 보내셨겠어요.
청소년 과학탐구대회에서 수상하고, 학술지가 아니라 학술 잡지라고 부를 법한 곳에 소논문 형식의 글을 쓴 정도예요. ISBN 있는 정식 저널, 리뷰된 저널에 실린 진짜 논문은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썼는데, 그것도 좀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우리나라 메뚜기 화석에 대한 첫 보고였는데, 기사가 나오니까 "저거 자기가 쓴 거 아닐 거다, 아빠가 써줬을 거다"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웃음).
저는 사실 경기고를 나온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원래 도봉구에 살다가 중학교 때 강남으로 이사 갔는데,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강남 친구들 무섭다는 말은 들었는데, 가보니 초등학교 입학 대비반이 있고 학원 셔틀버스가 단지 안까지 들어오는 거예요.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냥 수학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됐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PC방 갈 때 저는 게임을 안 했어요. 그림 그리고 곤충 잡으러 산에 갔죠.
힘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6월 6일 현충일에 "여름에만 나오는 벌레 잡으러 가야지" 했는데, 학원에서 휴일이라고 보충수업을 잡은 거예요. 절대 안 가겠다고 다짐했다가 결국 가고, 그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는 학생이었어요.
사실 누나가 공부를 잘했어요. 저는 중학교에 가서도 "누나 동생"으로 불리면서 따라 공부한 면이 있고요. 누나가 없었으면 저는 그냥 그림만 그렸을 거예요. 그런데 누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는데, 만날 때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그걸 보면 저는 훨씬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죠.
만화가는 그림쟁이가 아니라 이야기꾼이에요

Q. 만화가와 과학자, 둘 사이에서 진로를 오래 고민하셨다고요.
고1 때 이과·문과를 정할 때부터 고민했어요. 수학을 계속 잘하긴 했지만, 수능 수학 문제 풀다 보면 마지막 30번, 31번 같은 건 노력으로 풀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건 태생적인 통찰력으로 번뜩 풀거나, 아니면 못 풀거나구나. 이과는 고통의 길이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요. 그런데 만화는 꼭 예체능으로 가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반면, 곤충 연구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결국 야인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이과로 가기로 했어요.
찾아보니 두 가지를 같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상한 케이스가 아니구나" 싶었죠. 만화가들 중에는 정말 다양한 전공자가 많아요. 회사 다니다 만화가가 된 분, 광고 일 하다 만화가가 된 분. 그분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는 자기 전공에서 오는 훌륭한 소재와 삶의 변환이 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오타쿠끼리 모여서 오타쿠 만화 그리는 건 좋지 않다, 작가는 세상에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고 그걸 작품에 담아야 한다"고 했죠. 골방에서 그림만 그려서는 좋은 게 안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그럴싸하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를 같이 가기로 했어요.
Q. 데뷔작 『오디세이』가 곤충 만화가 아니라 우주 SF였던 게 의외였어요.
원래는 곤충 만화를 그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려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제가 곤충을 너무 잘 알다 보니 "얘는 이런 행동 안 하는데", "저건 안 어울리는데" 하면서 냉정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잘 알면 진입장벽이 생기는 거죠. 적당히 모르고 적당히 잘 전달되는 균형을 맞추는 게 작가의 역량인데, 저는 너무 잘 알아서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독자한테 보여주기 전에 제가 먼저 자체 평가에서 접었죠.
그러던 중에 메뚜기 화석을 찾으러 다닌 경험이 생각났어요.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거대한 고대 메뚜기 '티타노프트라'라는 게 있어요. 호주랑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되는데, 같은 시대 지층이 한국에도 있거든요. 수능 끝나고 매일 산에 가서 돌을 캐고 다녔어요. "여기서 티타노프트라 같은 게 안 나오나" 하면서요. 곤충 잡던 사람이 갑자기 돌을 보고 있으니까, 이게 뭔가 우주비행사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 중에 과학자는 지질학자였거든요. 달에 가서 돌을 분석하는 게 임무였으니까요. "이 활동, 우주비행사 활동 같다, 재밌겠다" 해서 우주 SF를 그렸어요. 사실 어릴 때 KBS였나, 어떤 방송에 나가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우주비행사"라고 답했던 적도 있고요(웃음).

Q. 그림은 원래 잘 그리셨어요?
야매로 배웠어요(웃음). 제대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만화 보면서 따라 그리고, 따라 그리고, 또 따라 그리면서 흡수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그림체가 생긴 건데, 가끔 다른 작가님들 만나면 놀라요. 만화는 효율적으로 가야 하니까 보통 정해진 프로그램과 작업 프로세스가 있거든요. 일주일 안에 80컷을 그려내려면 그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없으니까 어떻게든 그냥 손으로 그려서 만화의 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에요. 효율은 떨어지는 방식인데,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그려와서 이미 그 방식에 최적화가 돼버렸어요. 펜이든 뭐든 잡으면 그냥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그리고 있는 거죠. 다른 작가님들이 보시면 "어떻게 그렇게 그려?" 하시는데, 저는 이게 익숙해서요.
그런데 만화를 하면서 깨달은 게, 만화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꾼이라는 거였어요. 정말 잘 그렸는데 너무 재미없는 만화도 있고, 그림체는 안 따져도 너무 재미있는 만화도 있잖아요. 이말년 작가님 같은.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은 자기보다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괴로워해요. 저는 "나는 이야기꾼이다"라고 생각하니까, 그림에 대해서 좀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림 그리는 데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죠. 대신 스토리에는 혹독해져요. 영화를 봐도 "이건 내가 그렸어야 했는데" 싶어서 괴로워하기도 하고요.
Q. 박사 논문은 어떤 주제로 쓰고 계세요?
곱등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정확하게는 곱등이와 어리여치, 외타 같은 원시적인 여치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는 거예요. 사람들은 영화 『연가시』 때문에 곱등이를 싫어하지만, 저는 곱등이를 초등학생 때 처음 보고 "이렇게 멋있는 생물이 있구나" 했어요. 날개도 없고, 더듬이는 길고, 눈은 작고, 다리도 길고. 굉장히 원시적인 모습이거든요. 신기한 건 초등학생 눈에도 그게 '원시적이다'라고 느껴졌다는 거예요.
곤충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통 한 분야에 꽂혀요. 어떤 분은 나비의 아름다움에, 어떤 분은 딱정벌레의 턱에. 저는 메뚜기를 좋아하다 보니 메뚜기의 어떤 '크리처적인' 면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기관이 '미모(尾毛)'예요. 엉덩이 쪽에 길게 나온 부속지인데, 침착맨 채널에 나갔을 때 메뚜기 표본의 그 부위를 보여드렸더니 침착맨 님이 "이 엉덩이 털이 뭐야"라고 반응하셨고, 그 영상이 천만 뷰가 넘었죠(웃음). 메뚜기는 이 미모가 한 덩어리로 단순한데, 갈로아벌레는 같은 부속지가 여러 마디로 잘게 나뉘어 있어요. 그게 굉장히 원시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사이보그 데이빗이 에일리언 알을 보면서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이고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마음이 너무 이해돼요. 실러캔스라는 물고기 보세요. 비늘은 파충류 같고, 지느러미는 다리처럼 생겨서 걸어 다닐 수 있고, 두개골도 우리처럼 융합돼 있지 않고 부분 부분 나뉘어 있어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저 지느러미가 다리가 됐겠구나, 저 지느러미가 앞다리가 됐겠구나' 하는 진화의 역사가 그대로 보여요. 원시적인 모습에 어떤 계통적 아름다움이 있는 거죠.
곤충을 연구하다 보니, 기후 위기가 더 실감 나요

Q. 곤충을 그렇게 사랑하시는데, 그래도 싫은 곤충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어요(웃음). 저번에 충남 어디 사우나에 갔는데 옆에 곱등이가 기어오더라고요. 사우나에서요. 그건 저도 싫더라고요. 그리마(흔히 '돈벌레'라고 부르는)도 그래요. 그게 얼마나 멋있는 생물인지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고 좋아하는데,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벽 위로 그리마가 기어가면 싫더라고요. 오키나와 가면 도마뱀붙이(게코)랑 그리마가 손잡고 같이 다니거든요(웃음). 그래도 우리 생활권을 침범하는 벌레는 좋지 않습니다.
만화가 친구 한 분이 그림 그리다가 저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어요. 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와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30분 동안 울다가 정신 차리고 전화를 했다고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사람들이 곤충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저도 잘 알아요.
비슷한 감성이 같은 분야 안에서도 있어요. 만화가 중에서도 해부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사람 시체나 팔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데, 다른 만화가들은 "치우라"고 하거든요. 곤충학자 중에도 법의곤충학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시신에 모이는 벌레를 연구하는 분야인데, 그분들도 시체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해요. 그런데 같은 곤충학자인 저도 그건 보기 힘들어요. 사실 저도 사람 피부 안에 사는 '인체 구더기파리' 같은 건 정말 징그럽거든요. 피부 밑에 큰 뾰루지처럼 박혀 있는데, 그 자체도 징그럽고 생긴 것도 정말 그래요. 그러니까 곤충을 무서워하는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곤충 만화를 그릴 땐 외형은 그대로 두되 표정과 행동을 좀 귀엽게 그리려고 노력해요. 일본의 메뚜기 연구자 한 분은 대중 강연을 할 때 메뚜기 사진을 안 쓰고, 본인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메뚜기 흉내를 낸 사진을 쓰더라고요. 암컷에게 다가가는 모습, 거절당한 모습 그런 것들을요(웃음).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보거든요. 갑자기 메뚜기 사진을 띄우면 정말 진심으로 무서워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Q. 6월이면 모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게 정말인가요?
확실히 있어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두고 모기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 보는 실험이 있어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비슷하게 모기가 가는데, 이란성 쌍둥이는 한쪽으로 더 몰려요. 즉, 유전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모기가 좋아하는 유전 타입이 따로 있는 거예요.
그리고 임신했거나, 비만이거나, 술을 마셨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좋아해요. 몸에서 나오는 화학 신호가 다르거든요. 곤충의 더듬이는 우리가 모르는 화학 세계를 감지해요. 우리 눈으론 안 보이지만 모기 입장에선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신호를 내는 거죠.
Q. 효과가 검증된 모기 퇴치법이 있을까요?
가장 확실한 건 '고인 물 없애기'예요. 모기는 무조건 고인 물에 알을 낳거든요. 거기서 깨어난 애벌레는 거의 먹지도 않고 빠르게 자라서 성충이 되는데, 성충이 되어서야 비로소 피를 빨아 영양을 보충해요. 그러니까 알을 낳을 고인 물만 없애면 사이클 자체가 끊기는 거죠. 사실 전 세계에 모기가 어떻게 퍼졌느냐 하면, 배에 실려 있던 타이어에 빗물이 고였고, 거기에 모기가 알을 낳아서 그 배가 항구마다 옮겨 다닌 거예요.
좋은 사례가 있어요. 미국 플로리다는 모기 천지인 곳이에요. 미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쿠바·중미 생태계와 비슷한 늪지대니까요.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모기가 거의 없어요. 비결이 단 하나, '물이 절대 고이지 않게 만든 것'이에요. 비가 와도 즉시 빠지도록 설계해 놓은 거죠. 일반 가정에서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지만, 베란다나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지 않게 자주 비워주는 정도는 충분히 효과가 있어요.
시판 퇴치제도 효과가 좋다고 들었어요. 다만 그쪽은 제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모기를 박멸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2억 4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부터 살아온 생명체로서 더 흥미를 느끼거든요. 사실 인류는 천연두도 없앴고, 미국의 록키산 메뚜기 떼도 없앴고, 한국에서 말라리아도 거의 없앴어요. 그런데 모기는 못 없애고 있어요. 사람 피를 빠는 모기 집단은 이미 사람에게 고도로 적응되어 있어서, 수컷 모기를 뿌리거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쓰는 등 별별 기술을 동원해도 잘 안 돼요. 어쩌면 인간이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박멸해 왔기 때문에, 모기는 우리에게 "끝까지 못 없앤" 마지막 존재로 남아 있는 건지도 몰라요.

Q. 러브버그 같은 외래 곤충들이 도시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기후 변화 영향인가요?
완전히 그렇죠. 저희 연구실이 러브버그를 연구하고 있어요. 뉴스에 나오는 러브버그 정보 대부분이 저희 연구실에서 나온 거예요.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온 외래종이에요. 원래는 중국 남부, 오키나와, 대만 같은 열대 지역 벌레라서, 한국에 와도 추워서 다 죽었을 텐데, 따뜻해지니까 살아남는 거죠. 이미 제주도엔 베트남이나 대만에 살던 큰 사마귀 종류가 들어와서 살고 있어요.
저는 곤충 안에서 기후 변화를 완전히 체감해요. 중학교 때, 그러니까 십몇 년 전만 해도 '넓적배사마귀'는 남부 지방, 그것도 제주도에서 서귀포 같은 가장 따뜻한 곳에만 산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서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사과나 감귤이 점점 북상하는 것처럼 곤충도 똑같이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커피예요. 커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는데, 꿀벌 개체군이 따라 올라가지 못해요. 커피나무는 꿀벌이 수분(受粉)을 해줘야 수확량과 품질이 제대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커피는 올라왔는데 수분해 줄 곤충이 없으니, 양봉으로 어떻게든 메우고 있다더라고요.
도시에 적응한 외래 곤충들은 더 무서워요. 시멘트, 도시 열섬, 하수도 같은 환경이 전 세계 도시가 다 비슷하니까 이동이 너무 쉬운 거예요. 베이징에서 서울로 옮겨오는 게 어렵지 않은 거죠. 반면 추운 곳에 살던 곤충들은 사라지고 있어요. 저희 학교 농대에 옛날 곤충 표본이 있는데, 보면 깜짝 놀라요. 1980년대 서울에서 흔하게 잡혔던 곤충들이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돼서 강원도 깊은 산속이나 평창 같은 데서나 한두 마리 볼까 말까 해요. 옛날엔 학교 마당의 나무 벤치에 앉으려면 송충이 떨어지는 걸 각오해야 했잖아요. 그런 송충이가 지금은 거의 안 보이고요.
전 지구적으로 곤충 개체 수가 매년 2%씩 감소하고 있어요. 다양성도 같이 줄어요. 그건 그냥 육상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옛날엔 환경운동 하는 분들 보면서 "왜 저렇게 격앙된 소리를 하지?"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체감해요. 아, 이거 정말 망했구나, 하고요. 연구자들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렇게 해야 합니다"가 아니라 "현재 상황은 이렇고, 매우 암담합니다"까지만 얘기해요. 그게 더 무겁게 다가오죠.
평생학습은 결국 덕질이에요
Q. 곤충학자이면서 만화가, 두 영역을 다 끌고 가는 분이세요. 본인에게 평생학습이란 무엇인가요?
저한테는 '덕질'이에요. 좋아서, 재미있어서, 궁금해서 계속하는 것. 그게 원동력이에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돈 안 되는 짓을 해요. 옛날엔 제주도에 가려고 20만 원 모아서 비행기 타고 3만 원짜리 모텔에 묵으며 채집을 다녔어요. 그런데 연구실에 들어오니까 출장으로 제주도를 가게 되더라고요. 고맙긴 한데,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이상하게 가기 싫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자비로 떠나는 채집 여행도 일부러 챙겨요.
만화도 마찬가지예요. 작가들이 마감에 쫓기다 보면 "일이 아닌 그림"을 못 그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다 돈이 되고, 재미가 사라져요. 그래서 저는 한 푼도 안 받는 그림을 계속 그리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곤충학은 미친 듯이 발전하고 있어요. 지금 있는 것만 따라가도 버거운데, 평생을 가져가려면 정말 늙어 죽을 때까지 해야 해요. 가끔 "옛날 얘기만 하고, 1980년대 지식에 머물러 있는" 분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해요. 그러려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겠구나, 깨닫죠.
중학생 때 최재천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하버드에서 곤충 박사를 따시고 자기 연구단까지 꾸리신 분이잖아요. 한낱 변두리 중학생이 보기엔 정말 정점에 계신 분인데, 막상 만나뵈니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들었어요. 정점에 가도 힘든 건 똑같구나. 그러면 '저기까지 가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 건 의미가 없겠다. 결국 어디까지 가든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재미있게 하는 거구나.
Q. 끝으로, 평생학습e음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사실 독자분들보다 훨씬 적게 살아온 사람이라, 감히 조언드리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어요. 어릴 때 곤충 좋아하던 그 모습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그 시절의 좋아하는 마음, 호기심이 원동력이 돼서 여기까지 온 거죠.
평생학습센터를 찾으시는 분들도 이미 그 마음을 갖고 계신 거잖아요. 좋아하는 마음,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그게 결국 평생을 끌고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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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모기가 깨어난다. 화창한 봄날을 지나 본격적인 여름의 길목, 우리는 다시 모기와의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작고 성가신 존재를 두고 "왜 모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왜 어떤 사람은 더 잘 물릴까", "퇴치법 중 진짜 효과 있는 건 뭘까"라고 진지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떨까.
만화가이자 곤충학자, 대학원생이자 유튜버. '갈로아'(본명 김도윤)라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호칭은 이렇게 다양하다. 서강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메뚜기와 곱등이의 진화를 연구하는 석박사 통합과정 5년차 곤충학자다. 동시에 SF 어워드 대상을 받은 데뷔작 『오디세이』를 그린 만화가이기도 하다. 평일 아홉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는 연구실에서 곤충을 들여다보고, 저녁 일곱 시부터 자정까지 네 시간은 책상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마감이 바쁠 때는 새벽 네 시까지도 그리고, 어느 날은 일주일이 닷새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변태 같죠? 근데 그렇긴 합니다." 본인의 표현이다.
필명 '갈로아'는 학창 시절 우연히 채집한 갈로아벌레에서 따왔다. 빙하기의 추위에 적응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날개도 없고 눈도 퇴화한 이 희귀한 곤충에 그는 단숨에 매료됐다. 사슴벌레와 나비, 개미를 거쳐오던 평범한 곤충 소년이 '갈로아'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갈로아벌레는 너무 잡기 어려웠고, 결국 그는 메뚜기를 연구하는 길로 들어섰다. 메뚜기와 갈로아벌레가 같은 조상을 공유하는 친척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로 흐른다. 평생학습은 결국 '덕질'이라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서, 재미있어서, 알고 싶어서 계속하는 일. 박사과정 마지막 해를 앞둔 그는 여전히 한 달에 서너 번 자연으로 나가고, 출장으로 가게 된 제주도 대신 자비를 털어 떠나는 채집 여행을 더 좋아한다. "그리는 게 다 돈이 되어버리면 재미가 사라지니까요." 일이 되는 순간 사라지는 호기심을 지키기 위해, 그는 일부러 돈이 안 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일부러 시키지 않은 공부를 계속한다.
기후 변화로 외래 곤충이 한반도로 밀려 올라오고, 어릴 적 흔하던 송충이는 사라지고, 러브버그가 새로운 여름의 풍경이 되어가는 시대. 곤충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6월의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 4월 어느 봄날, 야외에서 갈로아를 만났다.
Q. 곤충에 빠지신 게 언제부터인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벌레 잡고 놀잖아요. 그게 그냥 끝나지 않고 쭉 이어진 거예요. 에드워드 윌슨이라는 하버드대 개미 연구자가 그런 말을 했어요. 어린아이들에게는 공룡을 좋아하는 시기, 자동차를 좋아하는 시기, 곤충을 좋아하는 시기가 있는데, 자기는 그게 끝나지 않고 그대로 갔다고요. 옛날 브롱크스 동물원의 어느 조류학자도 비슷한 말을 했죠. 사람들이 "왜 새를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대답했대요. 저도 곤충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거죠.
다만 계기가 된 사건은 몇 가지 있어요. 어릴 때 처음 본 커다란 방아깨비, 초등학교 4학년 때 푹 빠진 곤충 책. 그리고 결정적으로 초등학생 때 우리나라에서 사슴벌레 신종이 발견됐을 때였어요. 모두가 좋아하는 사슴벌레, 다 알려진 곤충일 줄 알았던 그 사슴벌레에서도 새로운 종이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신종이 발견되면 보통 발견자가 이름을 붙이는데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때부터 곤충학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Q. 필명 '갈로아'는 곤충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요?
네, 갈로아벌레라는 곤충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사슴벌레를 좋아했고, 그다음엔 나비, 딱정벌레, 그리고 개미로 옮겨갔어요. 최재천 교수님 책을 보면서 개미에 빠졌다가, 그분의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책을 읽으면서 더 빠졌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갈로아벌레를 잡게 된 거예요. 너무 독특했어요. 인터넷을 쳐도 알려진 정보가 너무 적은 거예요. 날개도 없고, 눈도 퇴화돼 있고, 추운 데 적응해 살아남은 곤충. 미스터리가 많았죠. 그래서 푹 빠져서 고1 때까지 1년 가까이 갈로아벌레만 들여다봤어요. 전 세계에 30종밖에 없어서 밝혀질 게 정말 많지만, 그만큼 잡기도 어렵고 연구가 안 된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갈로아벌레만 보고 있으니까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웃음). 나비 잡는 친구들은 1년 동안 수백 종을 쫓아다니면서 "저 식물은 무슨 나비의 기주식물이야" 같은 지식을 쌓는데, 저는 갈로아벌레 한 종에만 매달려 있으니 쌓이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갈로아벌레를 연구할 만한 분이 메뚜기 박사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둘이 친척 관계거든요. 메뚜기와 갈로아벌레는 둘 다 불완전 변태에 씹는 턱을 가진 가까운 친척이에요. 그분이 제가 난생처음 본 곤충학자였어요. 새가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본 어미를 어미로 인식하듯이, 저도 그분을 처음 본 곤충학자로 각인하고 따라가게 됐죠.
Q. 중·고등학생 때 학술지에 글을 기고하셨다고 들었어요.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또래들과는 좀 다른 시간을 보내셨겠어요.
청소년 과학탐구대회에서 수상하고, 학술지가 아니라 학술 잡지라고 부를 법한 곳에 소논문 형식의 글을 쓴 정도예요. ISBN 있는 정식 저널, 리뷰된 저널에 실린 진짜 논문은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썼는데, 그것도 좀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우리나라 메뚜기 화석에 대한 첫 보고였는데, 기사가 나오니까 "저거 자기가 쓴 거 아닐 거다, 아빠가 써줬을 거다"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웃음).
저는 사실 경기고를 나온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원래 도봉구에 살다가 중학교 때 강남으로 이사 갔는데,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강남 친구들 무섭다는 말은 들었는데, 가보니 초등학교 입학 대비반이 있고 학원 셔틀버스가 단지 안까지 들어오는 거예요.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냥 수학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됐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PC방 갈 때 저는 게임을 안 했어요. 그림 그리고 곤충 잡으러 산에 갔죠.
힘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6월 6일 현충일에 "여름에만 나오는 벌레 잡으러 가야지" 했는데, 학원에서 휴일이라고 보충수업을 잡은 거예요. 절대 안 가겠다고 다짐했다가 결국 가고, 그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는 학생이었어요.
사실 누나가 공부를 잘했어요. 저는 중학교에 가서도 "누나 동생"으로 불리면서 따라 공부한 면이 있고요. 누나가 없었으면 저는 그냥 그림만 그렸을 거예요. 그런데 누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는데, 만날 때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그걸 보면 저는 훨씬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죠.
Q. 만화가와 과학자, 둘 사이에서 진로를 오래 고민하셨다고요.
고1 때 이과·문과를 정할 때부터 고민했어요. 수학을 계속 잘하긴 했지만, 수능 수학 문제 풀다 보면 마지막 30번, 31번 같은 건 노력으로 풀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건 태생적인 통찰력으로 번뜩 풀거나, 아니면 못 풀거나구나. 이과는 고통의 길이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요. 그런데 만화는 꼭 예체능으로 가지 않아도 될 수 있는 반면, 곤충 연구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결국 야인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이과로 가기로 했어요.
찾아보니 두 가지를 같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상한 케이스가 아니구나" 싶었죠. 만화가들 중에는 정말 다양한 전공자가 많아요. 회사 다니다 만화가가 된 분, 광고 일 하다 만화가가 된 분. 그분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는 자기 전공에서 오는 훌륭한 소재와 삶의 변환이 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오타쿠끼리 모여서 오타쿠 만화 그리는 건 좋지 않다, 작가는 세상에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고 그걸 작품에 담아야 한다"고 했죠. 골방에서 그림만 그려서는 좋은 게 안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그럴싸하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를 같이 가기로 했어요.
Q. 데뷔작 『오디세이』가 곤충 만화가 아니라 우주 SF였던 게 의외였어요.
원래는 곤충 만화를 그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려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제가 곤충을 너무 잘 알다 보니 "얘는 이런 행동 안 하는데", "저건 안 어울리는데" 하면서 냉정하게 보게 되더라고요. 잘 알면 진입장벽이 생기는 거죠. 적당히 모르고 적당히 잘 전달되는 균형을 맞추는 게 작가의 역량인데, 저는 너무 잘 알아서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독자한테 보여주기 전에 제가 먼저 자체 평가에서 접었죠.
그러던 중에 메뚜기 화석을 찾으러 다닌 경험이 생각났어요.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거대한 고대 메뚜기 '티타노프트라'라는 게 있어요. 호주랑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되는데, 같은 시대 지층이 한국에도 있거든요. 수능 끝나고 매일 산에 가서 돌을 캐고 다녔어요. "여기서 티타노프트라 같은 게 안 나오나" 하면서요. 곤충 잡던 사람이 갑자기 돌을 보고 있으니까, 이게 뭔가 우주비행사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실제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 중에 과학자는 지질학자였거든요. 달에 가서 돌을 분석하는 게 임무였으니까요. "이 활동, 우주비행사 활동 같다, 재밌겠다" 해서 우주 SF를 그렸어요. 사실 어릴 때 KBS였나, 어떤 방송에 나가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우주비행사"라고 답했던 적도 있고요(웃음).
Q. 그림은 원래 잘 그리셨어요?
야매로 배웠어요(웃음). 제대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만화 보면서 따라 그리고, 따라 그리고, 또 따라 그리면서 흡수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만의 그림체가 생긴 건데, 가끔 다른 작가님들 만나면 놀라요. 만화는 효율적으로 가야 하니까 보통 정해진 프로그램과 작업 프로세스가 있거든요. 일주일 안에 80컷을 그려내려면 그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없으니까 어떻게든 그냥 손으로 그려서 만화의 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에요. 효율은 떨어지는 방식인데,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그려와서 이미 그 방식에 최적화가 돼버렸어요. 펜이든 뭐든 잡으면 그냥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그리고 있는 거죠. 다른 작가님들이 보시면 "어떻게 그렇게 그려?" 하시는데, 저는 이게 익숙해서요.
그런데 만화를 하면서 깨달은 게, 만화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꾼이라는 거였어요. 정말 잘 그렸는데 너무 재미없는 만화도 있고, 그림체는 안 따져도 너무 재미있는 만화도 있잖아요. 이말년 작가님 같은.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은 자기보다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괴로워해요. 저는 "나는 이야기꾼이다"라고 생각하니까, 그림에 대해서 좀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림 그리는 데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거죠. 대신 스토리에는 혹독해져요. 영화를 봐도 "이건 내가 그렸어야 했는데" 싶어서 괴로워하기도 하고요.
Q. 박사 논문은 어떤 주제로 쓰고 계세요?
곱등이를 연구하고 있어요. 정확하게는 곱등이와 어리여치, 외타 같은 원시적인 여치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는 거예요. 사람들은 영화 『연가시』 때문에 곱등이를 싫어하지만, 저는 곱등이를 초등학생 때 처음 보고 "이렇게 멋있는 생물이 있구나" 했어요. 날개도 없고, 더듬이는 길고, 눈은 작고, 다리도 길고. 굉장히 원시적인 모습이거든요. 신기한 건 초등학생 눈에도 그게 '원시적이다'라고 느껴졌다는 거예요.
곤충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통 한 분야에 꽂혀요. 어떤 분은 나비의 아름다움에, 어떤 분은 딱정벌레의 턱에. 저는 메뚜기를 좋아하다 보니 메뚜기의 어떤 '크리처적인' 면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기관이 '미모(尾毛)'예요. 엉덩이 쪽에 길게 나온 부속지인데, 침착맨 채널에 나갔을 때 메뚜기 표본의 그 부위를 보여드렸더니 침착맨 님이 "이 엉덩이 털이 뭐야"라고 반응하셨고, 그 영상이 천만 뷰가 넘었죠(웃음). 메뚜기는 이 미모가 한 덩어리로 단순한데, 갈로아벌레는 같은 부속지가 여러 마디로 잘게 나뉘어 있어요. 그게 굉장히 원시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사이보그 데이빗이 에일리언 알을 보면서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이고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마음이 너무 이해돼요. 실러캔스라는 물고기 보세요. 비늘은 파충류 같고, 지느러미는 다리처럼 생겨서 걸어 다닐 수 있고, 두개골도 우리처럼 융합돼 있지 않고 부분 부분 나뉘어 있어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저 지느러미가 다리가 됐겠구나, 저 지느러미가 앞다리가 됐겠구나' 하는 진화의 역사가 그대로 보여요. 원시적인 모습에 어떤 계통적 아름다움이 있는 거죠.
Q. 곤충을 그렇게 사랑하시는데, 그래도 싫은 곤충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어요(웃음). 저번에 충남 어디 사우나에 갔는데 옆에 곱등이가 기어오더라고요. 사우나에서요. 그건 저도 싫더라고요. 그리마(흔히 '돈벌레'라고 부르는)도 그래요. 그게 얼마나 멋있는 생물인지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고 좋아하는데,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벽 위로 그리마가 기어가면 싫더라고요. 오키나와 가면 도마뱀붙이(게코)랑 그리마가 손잡고 같이 다니거든요(웃음). 그래도 우리 생활권을 침범하는 벌레는 좋지 않습니다.
만화가 친구 한 분이 그림 그리다가 저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어요. 집에 귀뚜라미가 들어와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30분 동안 울다가 정신 차리고 전화를 했다고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사람들이 곤충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저도 잘 알아요.
비슷한 감성이 같은 분야 안에서도 있어요. 만화가 중에서도 해부학에 관심 있는 분들은 사람 시체나 팔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는데, 다른 만화가들은 "치우라"고 하거든요. 곤충학자 중에도 법의곤충학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시신에 모이는 벌레를 연구하는 분야인데, 그분들도 시체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해요. 그런데 같은 곤충학자인 저도 그건 보기 힘들어요. 사실 저도 사람 피부 안에 사는 '인체 구더기파리' 같은 건 정말 징그럽거든요. 피부 밑에 큰 뾰루지처럼 박혀 있는데, 그 자체도 징그럽고 생긴 것도 정말 그래요. 그러니까 곤충을 무서워하는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그래서 곤충 만화를 그릴 땐 외형은 그대로 두되 표정과 행동을 좀 귀엽게 그리려고 노력해요. 일본의 메뚜기 연구자 한 분은 대중 강연을 할 때 메뚜기 사진을 안 쓰고, 본인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메뚜기 흉내를 낸 사진을 쓰더라고요. 암컷에게 다가가는 모습, 거절당한 모습 그런 것들을요(웃음).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보거든요. 갑자기 메뚜기 사진을 띄우면 정말 진심으로 무서워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Q. 6월이면 모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게 정말인가요?
확실히 있어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두고 모기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 보는 실험이 있어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비슷하게 모기가 가는데, 이란성 쌍둥이는 한쪽으로 더 몰려요. 즉, 유전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모기가 좋아하는 유전 타입이 따로 있는 거예요.
그리고 임신했거나, 비만이거나, 술을 마셨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좋아해요. 몸에서 나오는 화학 신호가 다르거든요. 곤충의 더듬이는 우리가 모르는 화학 세계를 감지해요. 우리 눈으론 안 보이지만 모기 입장에선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신호를 내는 거죠.
Q. 효과가 검증된 모기 퇴치법이 있을까요?
가장 확실한 건 '고인 물 없애기'예요. 모기는 무조건 고인 물에 알을 낳거든요. 거기서 깨어난 애벌레는 거의 먹지도 않고 빠르게 자라서 성충이 되는데, 성충이 되어서야 비로소 피를 빨아 영양을 보충해요. 그러니까 알을 낳을 고인 물만 없애면 사이클 자체가 끊기는 거죠. 사실 전 세계에 모기가 어떻게 퍼졌느냐 하면, 배에 실려 있던 타이어에 빗물이 고였고, 거기에 모기가 알을 낳아서 그 배가 항구마다 옮겨 다닌 거예요.
좋은 사례가 있어요. 미국 플로리다는 모기 천지인 곳이에요. 미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쿠바·중미 생태계와 비슷한 늪지대니까요.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모기가 거의 없어요. 비결이 단 하나, '물이 절대 고이지 않게 만든 것'이에요. 비가 와도 즉시 빠지도록 설계해 놓은 거죠. 일반 가정에서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지만, 베란다나 화분 받침에 물이 고이지 않게 자주 비워주는 정도는 충분히 효과가 있어요.
시판 퇴치제도 효과가 좋다고 들었어요. 다만 그쪽은 제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모기를 박멸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2억 4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부터 살아온 생명체로서 더 흥미를 느끼거든요. 사실 인류는 천연두도 없앴고, 미국의 록키산 메뚜기 떼도 없앴고, 한국에서 말라리아도 거의 없앴어요. 그런데 모기는 못 없애고 있어요. 사람 피를 빠는 모기 집단은 이미 사람에게 고도로 적응되어 있어서, 수컷 모기를 뿌리거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쓰는 등 별별 기술을 동원해도 잘 안 돼요. 어쩌면 인간이 그동안 너무 많은 걸 박멸해 왔기 때문에, 모기는 우리에게 "끝까지 못 없앤" 마지막 존재로 남아 있는 건지도 몰라요.
Q. 러브버그 같은 외래 곤충들이 도시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기후 변화 영향인가요?
완전히 그렇죠. 저희 연구실이 러브버그를 연구하고 있어요. 뉴스에 나오는 러브버그 정보 대부분이 저희 연구실에서 나온 거예요.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산둥반도 쪽에서 온 외래종이에요. 원래는 중국 남부, 오키나와, 대만 같은 열대 지역 벌레라서, 한국에 와도 추워서 다 죽었을 텐데, 따뜻해지니까 살아남는 거죠. 이미 제주도엔 베트남이나 대만에 살던 큰 사마귀 종류가 들어와서 살고 있어요.
저는 곤충 안에서 기후 변화를 완전히 체감해요. 중학교 때, 그러니까 십몇 년 전만 해도 '넓적배사마귀'는 남부 지방, 그것도 제주도에서 서귀포 같은 가장 따뜻한 곳에만 산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서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사과나 감귤이 점점 북상하는 것처럼 곤충도 똑같이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커피예요. 커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는데, 꿀벌 개체군이 따라 올라가지 못해요. 커피나무는 꿀벌이 수분(受粉)을 해줘야 수확량과 품질이 제대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커피는 올라왔는데 수분해 줄 곤충이 없으니, 양봉으로 어떻게든 메우고 있다더라고요.
도시에 적응한 외래 곤충들은 더 무서워요. 시멘트, 도시 열섬, 하수도 같은 환경이 전 세계 도시가 다 비슷하니까 이동이 너무 쉬운 거예요. 베이징에서 서울로 옮겨오는 게 어렵지 않은 거죠. 반면 추운 곳에 살던 곤충들은 사라지고 있어요. 저희 학교 농대에 옛날 곤충 표본이 있는데, 보면 깜짝 놀라요. 1980년대 서울에서 흔하게 잡혔던 곤충들이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돼서 강원도 깊은 산속이나 평창 같은 데서나 한두 마리 볼까 말까 해요. 옛날엔 학교 마당의 나무 벤치에 앉으려면 송충이 떨어지는 걸 각오해야 했잖아요. 그런 송충이가 지금은 거의 안 보이고요.
전 지구적으로 곤충 개체 수가 매년 2%씩 감소하고 있어요. 다양성도 같이 줄어요. 그건 그냥 육상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옛날엔 환경운동 하는 분들 보면서 "왜 저렇게 격앙된 소리를 하지?"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체감해요. 아, 이거 정말 망했구나, 하고요. 연구자들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렇게 해야 합니다"가 아니라 "현재 상황은 이렇고, 매우 암담합니다"까지만 얘기해요. 그게 더 무겁게 다가오죠.
저한테는 '덕질'이에요. 좋아서, 재미있어서, 궁금해서 계속하는 것. 그게 원동력이에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돈 안 되는 짓을 해요. 옛날엔 제주도에 가려고 20만 원 모아서 비행기 타고 3만 원짜리 모텔에 묵으며 채집을 다녔어요. 그런데 연구실에 들어오니까 출장으로 제주도를 가게 되더라고요. 고맙긴 한데,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이상하게 가기 싫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자비로 떠나는 채집 여행도 일부러 챙겨요.
만화도 마찬가지예요. 작가들이 마감에 쫓기다 보면 "일이 아닌 그림"을 못 그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다 돈이 되고, 재미가 사라져요. 그래서 저는 한 푼도 안 받는 그림을 계속 그리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곤충학은 미친 듯이 발전하고 있어요. 지금 있는 것만 따라가도 버거운데, 평생을 가져가려면 정말 늙어 죽을 때까지 해야 해요. 가끔 "옛날 얘기만 하고, 1980년대 지식에 머물러 있는" 분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해요. 그러려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겠구나, 깨닫죠.
중학생 때 최재천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하버드에서 곤충 박사를 따시고 자기 연구단까지 꾸리신 분이잖아요. 한낱 변두리 중학생이 보기엔 정말 정점에 계신 분인데, 막상 만나뵈니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들었어요. 정점에 가도 힘든 건 똑같구나. 그러면 '저기까지 가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 건 의미가 없겠다. 결국 어디까지 가든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재미있게 하는 거구나.
Q. 끝으로, 평생학습e음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사실 독자분들보다 훨씬 적게 살아온 사람이라, 감히 조언드리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어요. 어릴 때 곤충 좋아하던 그 모습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그 시절의 좋아하는 마음, 호기심이 원동력이 돼서 여기까지 온 거죠.
평생학습센터를 찾으시는 분들도 이미 그 마음을 갖고 계신 거잖아요. 좋아하는 마음,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 그게 결국 평생을 끌고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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