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달인]동네 문화공간 <카페요일> 운영하는 임혜신 학습자

2025-12-02

동네 문화공간 <카페요일> 운영하는 임혜신 학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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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은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주변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습니다.

<평생학습e음>은 ‘평생학습 달인’ 꼭지를 통해 

내 이웃, 내 친구지만 조금은 특별한 평생학습자를 찾아갑니다.



낯섦 vs 익숙함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설었던 경험이 두 번, 세 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되고 나면 어느새 낯섦은 사라지고 대신 익숙함이 똬리를 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익숙함에 그 어떤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그 익숙함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본다.


평생교육과 평생학습

지난 수십 년간 평생교육은 정책과 제도, 그리고 삶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강조되어 왔다. 그 결과 평생교육은 어느새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 되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생학습을 평생교육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미묘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시인 T.S. 엘리엇은 “시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빌려 우리에게 익숙해진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낯설게 비집고 들어가 보자. 평생교육은 누군가를 평생 가르쳐야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일평생 교육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협박일까? 오늘 소개하는 분을 평생‘교육’의 관점으로 보면 그리 대단한 분이 아닐지도 모른다. 화려한 이력이나 대단한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보면 능히 달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다. 바로 인천 서구 가현산 밑자락에서 <카페요일>을 운영하고 있는 임혜신 대표다.


카페요일

카페요일 식구들, 가운데가 임혜신 대표


대한민국에서 교회만큼 흔해진 카페가, 그리고 영리를 위해 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가 도대체 평생학습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요일>은 인천 서구 가현산 인근 주민들에게 그 어떤 평생학습기관보다 훌륭한 평생학습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공중파와 지상파, 그리고 OTT와 유튜브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는 우리를 조급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 이걸 보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페요일>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가현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고 싶은 카공족, 그리고 그저 수다를 떨기 위해 모인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머문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사이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놓여 있다. 마침 오늘은 <대한 한부모 협회>의 전시가 시작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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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랑방이 된 카페, 그 이상의 공간

<카페요일>은 한마디로 대형 카페다. 대형 카페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자본을 쏟아부은 카페를 상상하시는 사람도 있겠지만, <카페요일>은 그냥 장소만 넓은 대형 카페다. 그 넓은 장소에 테이블과 의자는 일행이 아닌 손님들 간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정도로 뜨문뜨문 놓여 있다. 대신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작품들이 언제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대한 한부모 협회>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지만, 작년 크리스마스 땐 동네 가정집 어린이집 3곳이 연합 전시를 열어 거리에서도 맛보기 어렵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기도 했고, 코로나를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아흔 넘은 할머니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카페요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동네 단골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사랑방이고, 동네 사람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고, 가끔은 노래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필자도 기타 동호회 일원으로 허접한 실력을 뽐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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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의 최순옥 할머니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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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어린이집의 크리스마스 연합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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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기타 동호회의 버스킹 공연,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소유에서 공유로, 평생학습공동체의 탄생

임혜신 대표에게 카페에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와 전시의 기준 등을 물어봤다.

 

말만 잘하면 누구든 무료로 전시를, 공연을, 그리고 그 외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어요. 장소가 워낙 넓어 손님으로 다 채우기도 힘든데, 이렇게 작품을 전시하면 일석이조잖아요? <카페요일>은 모르지만, 일부러 전시를 보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아요. 지금도 전시를 하고 싶다는 분들이 엄청 밀려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던진 임혜신 대표의 이 한마디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평생학습의 본질이 담겨있다. 근대의 심리적 토대가 된 존 로크의 ‘소유’라는 몹쓸 개념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사실 누구나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거나 공유할 수 있다. 누군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면 이렇게 비집고 들어가 공유하면 된다. <카페요일>은 바로 이런 공유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임혜신 대표를 평생학습 달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평생학습에 관해 대단한 전문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어줌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그러면서 성장할 수 있는 평생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기 때문이다.

소위 평생교육을 형식, 무형식, 비형식 교육으로 분류한다. 평생학습은 굳이 형식을 구분하지 않아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까지를 포함한다. <카페요일>은 바로 그 평생학습이 숨 쉬는 공간이고 임혜신 대표는 바로 그 공간을 디자인해 온 평생학습의 달인이다.



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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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 <카페요일>을 운영하고 있는 임혜신입니다. 저희 카페는 2018년부터 약 7년째 운영 중이며,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제가 만든 커피 위에 올려진 크레마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있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Q. 카페 공간이 꽤 넓은데요. 어떤 계기로 전시를 하시게 되었나요?

A.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하나는 넓은 공간을 저 혼자 채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고요. 또 하나는 손님들이 늘 똑같은 작품을 보는 것에 지겨움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새로운 콘텐츠로 바꿔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죠. 그래서 아마추어 작가나,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는 분들에게 공간을 무료로 내어주면서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년 정도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주고 계세요.

 

Q. 카페에 전시나 공연을 하겠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A. 정말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그림과 사진 정도였는데, 지금은 캘리그라피, 공예, 소품, 퀼트 등 장르가 굉장히 폭넓어졌어요. 주변 학원 선생님들이 아이들 그림을 전시해 부모님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 카페가 복지센터나 구청처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적인 구애도 덜 하다 보니,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

 

Q. 카페 공간을 마을 주민에게 내어 주시면서 보람도 느끼셨을 것 같은데...

A.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얻고 있어요. 특히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작가가 자기 작품을 전시하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 아이들의 전시를 했을 때 어떤 아이가 “자기 꿈을 여기에 걸어 놔서 너무 좋다”고 쓴 글을 봤는데, ‘아!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어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생활 속에서 문화적인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제가 작은 보탬이 된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Q. 평생학습e음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혹시 있을까요?

A.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죠. 얼마 전에는 색소폰 동호회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찾아오기도 했고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동네 어린이집 세 곳이 연합 전시를 했는데, 학부모님들께 잘 보여드리려고 원장님들끼리 경쟁이 붙어 카페 벽이 틈도 없이 작품으로 가득 찼던 적도 있어요. (웃음) 근데 그분들이 이 경험을 통해 “다음엔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라며 자신감을 얻으셨죠. 결국 이 공간은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고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아쉬운 작별, 그러나 계속될 여정

그런데 아쉬운 소식이 있다. 가현산 밑자락을 관통하는 도로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올해 말이면 이 소중한 공간이 많은 이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몇 년간 이곳에서 공부하고, 수다 떨고, 작품을 감상하고, 때로는 공연을 하며 함께 성장해 온 이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임혜신 대표는 다른 장소에서도, 어쩌면 지금보다 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평생학습의 달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진정한 평생학습의 달인은 화려한 간판이나 거창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고, 공간을 바라보는 철학이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카페요일>이라는 공간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만들어진 공동체의 경험과 평생학습의 정신은 임혜신 대표가 가는 곳마다 새로운 형태로 꽃피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배움을 이어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비록 12월이면 이 공간과 작별해야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진정한 평생학습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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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카페요일> 담벼락에 피었던 민들레, 마치 임혜신 대표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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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인터뷰 편집위원 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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