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평생학습e음 신년 좌담회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5년 12월 8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스마트회의실에서 평생학습 현장의 주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한국평생교육사협회, 평생학습트렌드연구소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좌담회에서는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26년을 전망했다.
좌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예산 감축과 인력 부족, 학습자 참여율 정체, AI 시대의 도전 등 현장의 고민이 솔직하게 펼쳐졌다. 특히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 사이의 괴리, 평생교육사의 번아웃, 학습 동기의 변화(배움의 즐거움 → 생존형 학습)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동시에 디지털 문해력 조사, 민간단체 연대 결성, 지역 혁신 사례 등 긍정적 변화도 나눴다.
2026년을 향한 키워드는 ‘공공재’, ‘연결’, ‘보수교육’, ‘외로움 해소’로 모아졌다. 평생학습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외로움을 해소하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핵심 도구라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좌담회는 평생학습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Ⅰ. 2025년 총평: 변화와 도전의 한 해

정재권 위원장 : 먼저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평생학습 현장에서 올해 가장 뚜렷하게 체감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정책 변화나 예산 구조, 학습 참여자 특성의 변화 등 각자의 입장에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칭찬과 격려가 우선이겠지만, 따끔한 비판과 반성도 잊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예산 감축과 평생교육사 감원, 학습도시 존폐 위기

어재영 사무처장 : 평생학습도시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산 감축과 그로 인한 인력 축소입니다. 전체적으로 예산이 굉장히 많이 줄었고, 임기제 기한이 도래하면서 평생교육사를 재고용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다수의 평생교육사가 있는 학습도시에서는 많게는 2~3명까지 감원되고 있어요. 평생교육은 사실 예산보다는 사람이 있어야 유지되는 분야입니다. 사람끼리 모여서 시민력을 향상시키고 시민 활동을 만들어내는 게 학습도시의 생태계인데, 예산이 줄었다고 사람까지 없애버리니까 학습도시 존폐 위기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의 괴리, 갈등 비용 급증

정시연 대표 : 저는 현장 중심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갈등 비용의 증가’를 가장 많이 체감했습니다. 가장 많이 들어온 의뢰가 갈등 중재와 관련된 교육이었어요. 특히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 사이의 괴리가 굉장히 깊습니다. 장애인 평생교육, 평생학습 집중 진흥 지구 같은 키워드들이 자꾸 쏟아지는데, 현장에서 시민들이 그것을 체감하기까지 평생교육사가 번역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요. 오히려 그런 사업들이 생겨남으로 인해 행정이나 신청 방법이 복잡해지고 힘들다는 시민들의 원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학습 현장에서 강사와 학습자 간, 기존 학습자와 신규 학습자 간의 충돌이 상당히 심화됐습니다. 기존에 20년 전부터 오랫동안 평생학습관에서 활동해 온 시민 학습자들 간의 유대감이 강해지면서, 신규 학습자들이 기존 공동체에 합류하는 데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최근 신규로 유입되는 젊은 층은 AI 시대와 맞물려 생존 중심 학습을 희망하는데, 관계 중심인 기존 학습자와의 충돌이 심각합니다.
평생학습 대전환시대, 평생교육사 전문성 강화 및 보수교육 의무화 시급

이재주 회장 : 학습도시 지정과 함께 ‘1도시 1인 평생교육사 의무 배치’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되는 ‘평생교육 분화’ 과정에서, 현장 평생교육사의 실질적 역할 범위가 모호해지는 등 행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 설계자로서 평생교육사의 위상 정립과 역할 연결 고리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한 AI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평생교육사 전문성 강화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평생교육사의 전문성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국가 차원의 보수교육 의무화로 지역 주민을 위한 핵심 인적 자원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평생학습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수십 년째 고착화된 평생교육사 양성 교과목은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성체계의 전면 개편과 더불어, 변화의 시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보수교육 시스템 구축이 강력히 요구됩니다.
구조적 문제와 우선순위 부재, 관성적 정책 운영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환경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평생교육의 정책적 역할은 굉장히 강화되고 있지만, 그것을 담아낼 그릇과 처방에 대한 고민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첫째, 변화가 워낙 급격하게 일어나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응하고 있고, 둘째, 평생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학습도시를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 구조가 있는 반면, 대학과 민간 영역, 타 부처에서 이루어지는 평생교육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걸 동시에 추동하면서 우리가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정책이 관성적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I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부가 제시한 처방은 대학 중심의 AID 30+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도 준비가 안 돼 있고, 국민들도 막연히 중요성은 느끼지만 '나는 뭘 어디 가서 배워야 하나'에 대한 매칭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콘텐츠 제공자가 되어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희망의 씨앗: 디지털 문해력 조사부터 민간 연대 결성까지

정재권 위원장 : 아쉬움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그래도 2025년 평생학습계를 각 주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건 잘됐다’, ‘이건 의미 있었다’라고 평가할 만한 사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긍정적 변화나 성과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얼마 전 국가데이터처로부터 국가승인통계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는데, 이것이 우수 통계로 지정됐어요. 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부터 디지털 교육, AI 교육에 대한 강조가 있었는데, 우리가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허공에 뜬 정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어디가 취약한지, 디지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한 이 조사는 앞으로 정책 수립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재주 회장 : 성인 문해교육에서 ‘찾아가는 서비스’가 실제 학습자들에게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평생교육 이용권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참여 기회가 확대된 것도 좋았습니다.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한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별감을 느낄 수 있는데, 함께 한다는 것이 오히려 통합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정시연 대표 : 현장에서 직접 바라봤을 때, 전국 평생학습도시 페스티벌을 공모를 통해 유성구와 함께 추진한 점이 잘됐다고 봅니다. 연결과 거버넌스 관점에서 중앙에서 기획해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으로 예산과 성과를 분배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 지자체 행사와 차별화했습니다.
또한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포동포동 평생학습 선순환 상생모델(AI 교육의 실용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이 배운 기술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294만 원을 평생학습 장학금으로 기부했어요. 학습이 단순히 학습에서 그치지 않고 수익화로 연결되는 시대가 됐고, 이런 희망적 사례가 시민들에게 동기를 줍니다.
부산 연제구의 ‘디지털 학습 모임 100개 지원 사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연제구는 부산광역시에서 구군 대상 평가를 도입한 2016년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수상을 놓친 적이 없어요. 국비 공모사업도 2년 정도 제외하고 매년 선정되기도 했고요. 이는 정책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평생교육사가 있다는 뜻이죠. 이런 정책 기획력이 뛰어난 평생교육사들의 노하우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2025년 3월에 ‘대한민국 평생교육 연대’가 결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우리나라 평생교육을 대표하는 민간단체 5개가 모여 연대를 결성했습니다. 국회의장, 교육위원장, 교육부 장관을 직접 면담하며 정책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는 평생교육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이 연대를 통해 조금 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Ⅱ. 정책과 제도의 변화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기회인가 우려인가

정재권 위원장 : 올해 평생교육 정책과 제도 변화 중에서 기억할 만한 일로, 2025년 10월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됐습니다. 평생교육계와 장애인교육계에서 보면 굉장히 뜻깊은 일인데요. 이 법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 또 현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혹시 우려되는 지점은 없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을 보면 장애인평생교육사가 국가자격증으로 등장하고, 전국장애인평생학습도시협의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 평생학습도시, 여성 평생학습도시, 청소년 평생학습도시가 줄 서 있습니다. 이미 노인은 준비 중이에요.
평생학습도시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라는 것은 이미 평생교육법에 명시돼 있는데, 그걸 대상에 따라서, 성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원래 평생교육법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됐으니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사협회,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국립특수교육원이 함께 협업해야겠습니다.

이재주 회장 :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장애인평생교육사의 국가자격화를 앞두고, 자격 체계의 ‘분화’와 ‘통합’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합니다. 노인 평생교육사 등 대상별로 자격증이 계속 갈라져 나온다면, 평생교육사라는 큰 틀의 전문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통과된 장애인평생교육법에서, 전문인력인 장애인평생교육사 양성과정 체계는 ‘기존 인력의 전문성 심화’와 ‘신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에 한국평생교육사협회는 기존 평생교육사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 강화에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양성과정 강화를 제안합니다. 새로운 자격증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가들의 심화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내실 있는 방향입니다. 이번 법안 통과가 평생교육사 보수교육 시스템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평생교육사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수교육 법제화에 앞장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시연 대표 : 추진 체제가 이원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애인평생교육 관계자, 당사자 분들이 평생학습도시를 기반으로 한 장애인 정책 사업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세요. 그분들은 정말 절실한 생존의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전한 전담 조직과 전담 인력을 원하는데, 기존 평생학습도시 담당자들은 업무량이 너무 방대해 장애인 평생교육에만 몰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이게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데, 만약 장애인 평생교육사가 국가자격증으로 신설되고 정규직화된다면, 기존 평생교육사들 중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거대한 물줄기를 막을 수는 없으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가 포착해야 할 기회가 무엇인지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도 필요합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주관 부처가 교육부이고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사업을 주도할 텐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입장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장애인도 법이 있든 없든 평생교육의 대상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간 우리가 그분들에게 원하는 만큼 서비스를 못 했기 때문에 이 법이 만들어졌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법의 구조가 이원화되든 통합되든 앞으로 계속 논의되겠지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입장에서는 같이 할 부분은 같이 하자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성, 제도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서 바우처 설명서를 점자로 내지 않았다고 항의하셨어요.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Ⅲ. 참여율 정체, 현장의 진단
정재권 위원장 : 이제 현장 중심의 고민을 좀 깊이 있게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평생학습 참여율 통계를 보면 2018년 41.2%, 2019년 41.7%였다가 코로나 시기인 2021년 30.7%, 2022년 28.5%로 급락했습니다. 최근 2년은 2023년 32.3%, 2024년 33.1%로 상승세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고점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지자체나 학습도시에서 학습자들의 참여가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장의 노력이나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나눠보겠습니다.
배움의 즐거움에서 생존형 학습으로, 변한 학습 동기

정시연 대표 :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학습 동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이라는 가치가 있었고,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학습에 대한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생존형 학습'이 증가했어요. 더 이상 배움의 즐거움이나 여가, 취미, 관계 형성이 아니라 '쓸모없으면 안 오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면 바로 환불'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었어요.
둘째, 학습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됐습니다. 코로나 때 강제 온라인화로 사람들이 온라인 학습에 익숙해졌고, 유튜브, MOOC, 온라인 강의 때문에 평생교육의 최강점이었던 '접근성'이 완전히 밀렸어요. 기관 중심 통계로는 이게 포착이 안 됩니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있지만, 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은 모집이 안 된다는 얘기만 1년 내내 들었습니다.
셋째, 행정의 속도가 시장을 못 따라갑니다. 유튜브에는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고, 민간 온라인 클래스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데, 우리는 6개월~1년 단위로 사업을 계획합니다. 프로그램 주기도 최소 8~12주예요. 민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저한테도 가장 많이 요청 오는 게 3시간씩 6번이 아니라 하루 8시간 압축 워크숍입니다. 사람들은 빠르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걸 원하는데, 공공기관은 전년도에 계획을 세워 1년 단위로 돌리니 이미 구태한 교육을 접하게 되는 겁니다.
넷째, 생애주기별 위기가 있습니다. 청년층은 학습보다 취업 때문에 생존이 급하고, 40~50대는 경력 단절이나 실직으로 재교육받고 싶어도 수업 듣는 시간 자체가 비용이에요. 돈을 벌러 가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까 모든 게 비용 부담입니다. 노년층은 디지털 전환을 따라갈 수 없어서 포기하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전 세대에서 지금 우리가 제공하려는 학습의 취지가 도달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학습 현장 갈등 문제입니다. 평생교육이 지역사회에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심리가 '소비자 심리'로 변했어요. 무료 교육이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비용입니다.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이 되니까요. 소액이라도 결제하면 '내가 구매했으니 평가하고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태도로 강사나 담당자, 기관장에게까지 요구가 폭발합니다. 학습 분위기가 나빠지고, 학습자들의 강사에 대한 존중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섯째, 평생교육사가 너무 번 아웃된 상황이기 때문에 양질의 기획이 나올 수가 없어요. 현장에서 평생교육사들이 외형적으로도 탈진 증상이 정말 심합니다. 갈등 조율에 기획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서 참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책은 쏟아지고 시민들은 요구하는데, 중간에서 조율해야 할 허리가 잘려 나간 상황입니다.
정책과 현장 사이, 브릿지 역할 못하는 평생교육사

어재영 사무처장 : 정책과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장 언어의 중재를 평생교육사가 못하고 있다는 말씀에 덧붙이자면, 평생교육사 양성 교과목이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는데 보수교육이라도 재빠르게 해서 AI·디지털 교육에 대처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안 되고 있습니다.
국가평생교육 진흥 시행 계획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던지는데, 국가 정책과 시민 사이에서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과 평생교육사가 이쪽 편도 못 들고 저쪽 편도 못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재지정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지표를 제시했으면 왜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는지, 왜 어렵고 배점이 안 나오는지 만나서 논의해야 하는데, 설문지만 돌립니다. A와 B 사이에 있는 이야기, 설명들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평생교육사가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시스템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로움 해소의 핵심 도구, 오프라인 평생교육을 지켜라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긍정적으로 보자면 우리 국민의 학습 총량은 늘었을 겁니다. 유튜브, ChatGPT 등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ChatGPT는 인구당 유료 가입률이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는 비형식, 무형식 교육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수잔 핑커의 ‘빌리지 이펙트(Village Effect)’라는 장수 연구에 따르면, 장수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적 관계 형성이며, 이는 흡연, 음주, 운동, 독감 예방주사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뇌파 검사 결과 온라인으로는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은 직접 만나야 합니다.
성인 학습 동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먹고사는 문제 해결, 둘째, 사회적 관계 형성, 셋째,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등한시하는 것이 두 번째 동기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인데, 가장 좋은 도구가 오프라인 평생학습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50대 이상이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비율이 39%로, OECD 평균(12.93%) 보다 3배 높습니다. 극단적으로 외로운 사회예요. 외로우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0% 높아지고,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40% 올라갑니다. 하루에 담배 한 갑 피우는 효과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프라인 평생교육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갈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만나서 갈등하는 거거든요. 이것도 평생교육의 기회로 봐야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이것이 AI·디지털 시대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화두입니다.
Ⅳ. AI·디지털 시대의 도전
정재권 위원장 : AI와 디지털이 화두가 된 만큼, 이 주제는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AI·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평생학습 현장에서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정책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각 주체별로 말씀해 주시죠. 혹시 인상 깊었던 디지털 학습 사례나 격차 해소를 위한 시도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철학 없는 AI 활용, 기본을 잃은 평생교육 기획

어재영 사무처장 : 지난 12월 5일, 대통령께서 “인공지능이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평생교육사는 평생교육을 기획하는 사람인데, 지금 ChatGPT나 Gemini에 키워드 몇 개 넣고 “프로그램 기획해 줘, 연수 만들어줘”하고 있어요.
평생교육은 그 지역을 잘 이해해야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나오는데, 지역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AI에게 물어버리니까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인공지능은 내가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인데, 무한 신뢰하다 보니 기본적인 평생교육 철학을 배제한 채 산으로 가버린다는 거죠. 그런 철학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를 전합니다.
인프라도 강사도 없다, 준비 안 된 현장의 민낯
정시연 대표 : 현장은 AI 교육을 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스템도, 예산도 없어요. 컴퓨터실 없는 평생학습도시가 태반이고, 노후화된 컴퓨터 때문에 제가 사업 수행 시 노트북을 대여해서 사용했습니다. 평생교육사가 AI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지역 내에서 그런 교육을 제공할 역량을 가진 강사도 부족하며, 인프라와 시스템이 안 돼 있습니다.
50~60대 이상 분들이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하세요. AI 시대니까 비판적 사고력이니 AI와의 소통력이니 하는 얘기들이 막 쏟아지는데, 이건 제가 볼 때 잘못된 방향입니다. 지역 맥락에 따라 평생교육사가 AI를 잘 쓸 수 있게 준비시켜 주고, 고령자가 스마트폰 수강 신청도 못하는 곳이 태반인데 스마트폰부터 잘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강사가 디지털 교수법을 먼저 습득해야 합니다. ChatGPT가 내놓은 결과를 실제로 운영할 역량이 없어요.
AI 윤리 교육하기 전에 갈등부터 중재하고 관계 중심으로 학습자들을 준비시킨 다음, 평생교육사-강사-학습자-시스템-인프라-예산이 준비된 상태에서 AI를 담을 수 있습니다.
AI를 노예로 활용하라, 그리고 시민성 교육을 준비하라

이재주 회장 :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되는 곳도 있지만 지방은 아직입니다. 올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협회와 함께 디지털 관련 평생교육사 연수를 진행했는데, 민간 영역 분들은 기본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공공 분들은 어느 정도 하려는 이해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질문을 통한 검색에 머무는 수준이에요.
중요한 건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깊이 있게 가면서 우리 지역에 맞게 만들어내는 겁니다. AI 전문가들이 ‘교사가 필요 없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닙니다. 교사가 AI를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AI를 노예로서 우리를 서포트해 줄 도구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딥페이크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시민성 교육도 준비돼야 합니다.
대학 활용과 '쉬운 AI', 새로운 비문해자를 만들지 말자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대학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웬만한 군에는 대학이 다 있는데, 왜 평생학습도시와 대학이 별도로 가려고 하나요? 평생교육사들과 대학 평생교육 담당자, 지자체가 만나서 대학을 활용하면 됩니다. 대학에는 최고의 인재와 시설이 있습니다. 제가 어느 대학 RISE(라이즈) 사업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시의 평생학습 담당자와 한 번도 안 만났대요. 대학은 대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따로 움직이고 있어요. 대학은 앞으로 지역을 외면하고 생존할 수 없습니다. 지방정부와 평생교육사들은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쉬운 AI’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종대왕이 한자 대신 한글을 만들어 의사소통을 쉽게 한 것처럼, AI도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키오스크도 인증제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적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 중 몇 명이 해 보았을 때 못 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인증해 주면 안 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평생교육과, 각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교육. 새로운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영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학습자 눈높이에서 요구할 건 요구하고 만들 건 만들어야 합니다. 아예 만들 때부터 잘 만들어서 새로운 비문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Ⅴ. 2026년을 향한 전망과 다짐

정재권 위원장 : 이제 2026년을 전망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2026년 평생학습의 핵심 키워드를 각자의 영역에서 한 단어로 제시해 주시죠.
어재영 사무처장 : 저는 ‘공공재’와 ‘보편적 보장성’ 두 가지를 키워드로 제시합니다.
정시연 대표 : ‘초연결 퍼실리테이션 역량 강화’입니다.
이재주 회장 : ‘보수교육’과 ‘직렬화’입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개인적으로는 ‘외로움’입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차원에서는 ‘연결’이고요.
정재권 위원장 : 이런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6년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싶으신지, 그것이 잘 되기 위해 다른 평생학습 주체들에게 바라는 협력이나 제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역 기반 평생교육 강화와 외로움 해소

어재영 사무처장 : 지역 기반의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평생학습 활동가를 주민자치, 복지, 도시재생 등 다른 영역까지 확장해서 시민 활동가 육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몇 해 전 진천에서 남성 노인 자살률이 충북 평균의 3배 높게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인터뷰해 보니 외로움과 고립감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경제적 문제나 복지 문제는 평생교육으로 해결 안 되지만, 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세상과 조우하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대화거리를 만들어주고 대화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것, 이것이 지역 기반 평생교육의 역할입니다.
현장 중심 문제 해결, 실천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
정시연 대표 : 저는 현장의 문제를 교육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제가 평생교육사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절실했던 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사업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이었어요. 그런 강사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실천력 있는 프로그램을 평생교육사들과 함께 만들어서, 정책 변화를 기다리다 지쳐있는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보수교육 법제화,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룬다

이재주 회장 : 보수교육 법제화를 위해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교육부, 국회와 연대를 계속하겠습니다. 지금 19대, 20대, 21대, 22대 국회까지 왔는데도 법제화가 안 되고 있어요. 평생교육사 배치 기관 확대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07년에 배치 의무화된 법이 20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현장 평생교육사들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학습자와 교육기관을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플랫폼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구체적으로는 학점은행제에서 브로커 문제가 이슈인데, 평가인증받은 교육기관과 학습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학습자가 질문하면 교육기관이 바로 응답할 수 있는, 고수를 찾는다는 의미의 ‘숨은 고수’ 같은 시스템이죠.
이를 확장해서 전국평생학습도시, 평생교육사들이 학습자와 AI를 통해서든 인터랙티브하게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온국민배움터’가 있지만 일방향입니다. 학습자가 “나는 이런 걸 배우고 싶어요”라고 하면 전국의 평생교육사나 지자체 공무원이 “우리 이런 거 언제부터 오픈하니까 오세요”하고 응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대학의 모든 대학원 과정을 시민들에게 오픈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제 등록제가 15주 과정, 학부에 한정돼 있는데, 어떤 사람이 대학원 석사 과정의 특정 강의가 필요하면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원격교육이 가능해졌으니, 대학이 전문적인 학습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과 함께 가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재권 위원장 :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1년 뒤 이 비슷한 자리가 또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2026년에 이런 일 해보고 싶었는데 이만큼 이루었다” 혹은 “아직 이만큼 부족했다”라는 얘기를 다시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쨌든 2026년에 하시고 싶은 일들이 다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이루어지시기를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평생학습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평생학습e음은 앞으로도 이런 소통의 장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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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평생학습e음 신년 좌담회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5년 12월 8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스마트회의실에서 평생학습 현장의 주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한국평생교육사협회, 평생학습트렌드연구소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좌담회에서는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26년을 전망했다.
좌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예산 감축과 인력 부족, 학습자 참여율 정체, AI 시대의 도전 등 현장의 고민이 솔직하게 펼쳐졌다. 특히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 사이의 괴리, 평생교육사의 번아웃, 학습 동기의 변화(배움의 즐거움 → 생존형 학습)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동시에 디지털 문해력 조사, 민간단체 연대 결성, 지역 혁신 사례 등 긍정적 변화도 나눴다.
2026년을 향한 키워드는 ‘공공재’, ‘연결’, ‘보수교육’, ‘외로움 해소’로 모아졌다. 평생학습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외로움을 해소하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핵심 도구라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이번 좌담회는 평생학습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Ⅰ. 2025년 총평: 변화와 도전의 한 해
정재권 위원장 : 먼저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평생학습 현장에서 올해 가장 뚜렷하게 체감된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정책 변화나 예산 구조, 학습 참여자 특성의 변화 등 각자의 입장에서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칭찬과 격려가 우선이겠지만, 따끔한 비판과 반성도 잊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평생학습도시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산 감축과 그로 인한 인력 축소입니다. 전체적으로 예산이 굉장히 많이 줄었고, 임기제 기한이 도래하면서 평생교육사를 재고용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다수의 평생교육사가 있는 학습도시에서는 많게는 2~3명까지 감원되고 있어요. 평생교육은 사실 예산보다는 사람이 있어야 유지되는 분야입니다. 사람끼리 모여서 시민력을 향상시키고 시민 활동을 만들어내는 게 학습도시의 생태계인데, 예산이 줄었다고 사람까지 없애버리니까 학습도시 존폐 위기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시연 대표 : 저는 현장 중심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갈등 비용의 증가’를 가장 많이 체감했습니다. 가장 많이 들어온 의뢰가 갈등 중재와 관련된 교육이었어요. 특히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 사이의 괴리가 굉장히 깊습니다. 장애인 평생교육, 평생학습 집중 진흥 지구 같은 키워드들이 자꾸 쏟아지는데, 현장에서 시민들이 그것을 체감하기까지 평생교육사가 번역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요. 오히려 그런 사업들이 생겨남으로 인해 행정이나 신청 방법이 복잡해지고 힘들다는 시민들의 원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학습 현장에서 강사와 학습자 간, 기존 학습자와 신규 학습자 간의 충돌이 상당히 심화됐습니다. 기존에 20년 전부터 오랫동안 평생학습관에서 활동해 온 시민 학습자들 간의 유대감이 강해지면서, 신규 학습자들이 기존 공동체에 합류하는 데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최근 신규로 유입되는 젊은 층은 AI 시대와 맞물려 생존 중심 학습을 희망하는데, 관계 중심인 기존 학습자와의 충돌이 심각합니다.
이재주 회장 : 학습도시 지정과 함께 ‘1도시 1인 평생교육사 의무 배치’로 인적 자원의 중요성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되는 ‘평생교육 분화’ 과정에서, 현장 평생교육사의 실질적 역할 범위가 모호해지는 등 행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 설계자로서 평생교육사의 위상 정립과 역할 연결 고리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한 AI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평생교육사 전문성 강화를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평생교육사의 전문성 부족을 탓하기에 앞서, 국가 차원의 보수교육 의무화로 지역 주민을 위한 핵심 인적 자원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평생학습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수십 년째 고착화된 평생교육사 양성 교과목은 급변하는 패러다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성체계의 전면 개편과 더불어, 변화의 시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보수교육 시스템 구축이 강력히 요구됩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환경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평생교육의 정책적 역할은 굉장히 강화되고 있지만, 그것을 담아낼 그릇과 처방에 대한 고민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첫째, 변화가 워낙 급격하게 일어나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대응하고 있고, 둘째, 평생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학습도시를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 구조가 있는 반면, 대학과 민간 영역, 타 부처에서 이루어지는 평생교육도 있습니다. 이 모든 걸 동시에 추동하면서 우리가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정책이 관성적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I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부가 제시한 처방은 대학 중심의 AID 30+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도 준비가 안 돼 있고, 국민들도 막연히 중요성은 느끼지만 '나는 뭘 어디 가서 배워야 하나'에 대한 매칭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급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콘텐츠 제공자가 되어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정재권 위원장 : 아쉬움에 대한 얘기가 많았는데, 그래도 2025년 평생학습계를 각 주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건 잘됐다’, ‘이건 의미 있었다’라고 평가할 만한 사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긍정적 변화나 성과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얼마 전 국가데이터처로부터 국가승인통계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는데, 이것이 우수 통계로 지정됐어요. 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부터 디지털 교육, AI 교육에 대한 강조가 있었는데, 우리가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면 허공에 뜬 정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어디가 취약한지, 디지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한 이 조사는 앞으로 정책 수립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재주 회장 : 성인 문해교육에서 ‘찾아가는 서비스’가 실제 학습자들에게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평생교육 이용권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참여 기회가 확대된 것도 좋았습니다.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한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차별감을 느낄 수 있는데, 함께 한다는 것이 오히려 통합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정시연 대표 : 현장에서 직접 바라봤을 때, 전국 평생학습도시 페스티벌을 공모를 통해 유성구와 함께 추진한 점이 잘됐다고 봅니다. 연결과 거버넌스 관점에서 중앙에서 기획해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으로 예산과 성과를 분배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 지자체 행사와 차별화했습니다.
또한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포동포동 평생학습 선순환 상생모델(AI 교육의 실용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이 배운 기술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294만 원을 평생학습 장학금으로 기부했어요. 학습이 단순히 학습에서 그치지 않고 수익화로 연결되는 시대가 됐고, 이런 희망적 사례가 시민들에게 동기를 줍니다.
부산 연제구의 ‘디지털 학습 모임 100개 지원 사업’도 주목할 만합니다. 연제구는 부산광역시에서 구군 대상 평가를 도입한 2016년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수상을 놓친 적이 없어요. 국비 공모사업도 2년 정도 제외하고 매년 선정되기도 했고요. 이는 정책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평생교육사가 있다는 뜻이죠. 이런 정책 기획력이 뛰어난 평생교육사들의 노하우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2025년 3월에 ‘대한민국 평생교육 연대’가 결성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우리나라 평생교육을 대표하는 민간단체 5개가 모여 연대를 결성했습니다. 국회의장, 교육위원장, 교육부 장관을 직접 면담하며 정책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는 평생교육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2026년에는 이 연대를 통해 조금 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Ⅱ. 정책과 제도의 변화
정재권 위원장 : 올해 평생교육 정책과 제도 변화 중에서 기억할 만한 일로, 2025년 10월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됐습니다. 평생교육계와 장애인교육계에서 보면 굉장히 뜻깊은 일인데요. 이 법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 또 현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혹시 우려되는 지점은 없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을 보면 장애인평생교육사가 국가자격증으로 등장하고, 전국장애인평생학습도시협의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앞으로 노인 평생학습도시, 여성 평생학습도시, 청소년 평생학습도시가 줄 서 있습니다. 이미 노인은 준비 중이에요.
평생학습도시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라는 것은 이미 평생교육법에 명시돼 있는데, 그걸 대상에 따라서, 성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원래 평생교육법이 심각하게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과됐으니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사협회,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국립특수교육원이 함께 협업해야겠습니다.
이재주 회장 :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는 장애인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장애인평생교육사의 국가자격화를 앞두고, 자격 체계의 ‘분화’와 ‘통합’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합니다. 노인 평생교육사 등 대상별로 자격증이 계속 갈라져 나온다면, 평생교육사라는 큰 틀의 전문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통과된 장애인평생교육법에서, 전문인력인 장애인평생교육사 양성과정 체계는 ‘기존 인력의 전문성 심화’와 ‘신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에 한국평생교육사협회는 기존 평생교육사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 강화에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양성과정 강화를 제안합니다. 새로운 자격증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가들의 심화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내실 있는 방향입니다. 이번 법안 통과가 평생교육사 보수교육 시스템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평생교육사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수교육 법제화에 앞장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시연 대표 : 추진 체제가 이원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애인평생교육 관계자, 당사자 분들이 평생학습도시를 기반으로 한 장애인 정책 사업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세요. 그분들은 정말 절실한 생존의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전한 전담 조직과 전담 인력을 원하는데, 기존 평생학습도시 담당자들은 업무량이 너무 방대해 장애인 평생교육에만 몰두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이게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데, 만약 장애인 평생교육사가 국가자격증으로 신설되고 정규직화된다면, 기존 평생교육사들 중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거대한 물줄기를 막을 수는 없으니,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가 포착해야 할 기회가 무엇인지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도 필요합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주관 부처가 교육부이고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사업을 주도할 텐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입장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장애인도 법이 있든 없든 평생교육의 대상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간 우리가 그분들에게 원하는 만큼 서비스를 못 했기 때문에 이 법이 만들어졌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법의 구조가 이원화되든 통합되든 앞으로 계속 논의되겠지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입장에서는 같이 할 부분은 같이 하자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성, 제도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서 바우처 설명서를 점자로 내지 않았다고 항의하셨어요.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Ⅲ. 참여율 정체, 현장의 진단
정재권 위원장 : 이제 현장 중심의 고민을 좀 깊이 있게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평생학습 참여율 통계를 보면 2018년 41.2%, 2019년 41.7%였다가 코로나 시기인 2021년 30.7%, 2022년 28.5%로 급락했습니다. 최근 2년은 2023년 32.3%, 2024년 33.1%로 상승세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고점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지자체나 학습도시에서 학습자들의 참여가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장의 노력이나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나눠보겠습니다.
정시연 대표 :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학습 동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이라는 가치가 있었고,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학습에 대한 감사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생존형 학습'이 증가했어요. 더 이상 배움의 즐거움이나 여가, 취미, 관계 형성이 아니라 '쓸모없으면 안 오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면 바로 환불'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었어요.
둘째, 학습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됐습니다. 코로나 때 강제 온라인화로 사람들이 온라인 학습에 익숙해졌고, 유튜브, MOOC, 온라인 강의 때문에 평생교육의 최강점이었던 '접근성'이 완전히 밀렸어요. 기관 중심 통계로는 이게 포착이 안 됩니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있지만, 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은 모집이 안 된다는 얘기만 1년 내내 들었습니다.
셋째, 행정의 속도가 시장을 못 따라갑니다. 유튜브에는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고, 민간 온라인 클래스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데, 우리는 6개월~1년 단위로 사업을 계획합니다. 프로그램 주기도 최소 8~12주예요. 민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저한테도 가장 많이 요청 오는 게 3시간씩 6번이 아니라 하루 8시간 압축 워크숍입니다. 사람들은 빠르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걸 원하는데, 공공기관은 전년도에 계획을 세워 1년 단위로 돌리니 이미 구태한 교육을 접하게 되는 겁니다.
넷째, 생애주기별 위기가 있습니다. 청년층은 학습보다 취업 때문에 생존이 급하고, 40~50대는 경력 단절이나 실직으로 재교육받고 싶어도 수업 듣는 시간 자체가 비용이에요. 돈을 벌러 가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까 모든 게 비용 부담입니다. 노년층은 디지털 전환을 따라갈 수 없어서 포기하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전 세대에서 지금 우리가 제공하려는 학습의 취지가 도달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학습 현장 갈등 문제입니다. 평생교육이 지역사회에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심리가 '소비자 심리'로 변했어요. 무료 교육이라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비용입니다.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돈이 되니까요. 소액이라도 결제하면 '내가 구매했으니 평가하고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태도로 강사나 담당자, 기관장에게까지 요구가 폭발합니다. 학습 분위기가 나빠지고, 학습자들의 강사에 대한 존중감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섯째, 평생교육사가 너무 번 아웃된 상황이기 때문에 양질의 기획이 나올 수가 없어요. 현장에서 평생교육사들이 외형적으로도 탈진 증상이 정말 심합니다. 갈등 조율에 기획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어서 참여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책은 쏟아지고 시민들은 요구하는데, 중간에서 조율해야 할 허리가 잘려 나간 상황입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정책과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장 언어의 중재를 평생교육사가 못하고 있다는 말씀에 덧붙이자면, 평생교육사 양성 교과목이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는데 보수교육이라도 재빠르게 해서 AI·디지털 교육에 대처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안 되고 있습니다.
국가평생교육 진흥 시행 계획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던지는데, 국가 정책과 시민 사이에서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과 평생교육사가 이쪽 편도 못 들고 저쪽 편도 못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재지정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지표를 제시했으면 왜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는지, 왜 어렵고 배점이 안 나오는지 만나서 논의해야 하는데, 설문지만 돌립니다. A와 B 사이에 있는 이야기, 설명들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갈등 비용이 증가하고, 평생교육사가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시스템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긍정적으로 보자면 우리 국민의 학습 총량은 늘었을 겁니다. 유튜브, ChatGPT 등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ChatGPT는 인구당 유료 가입률이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는 비형식, 무형식 교육의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수잔 핑커의 ‘빌리지 이펙트(Village Effect)’라는 장수 연구에 따르면, 장수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적 관계 형성이며, 이는 흡연, 음주, 운동, 독감 예방주사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뇌파 검사 결과 온라인으로는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은 직접 만나야 합니다.
성인 학습 동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먹고사는 문제 해결, 둘째, 사회적 관계 형성, 셋째,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등한시하는 것이 두 번째 동기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인데, 가장 좋은 도구가 오프라인 평생학습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50대 이상이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비율이 39%로, OECD 평균(12.93%) 보다 3배 높습니다. 극단적으로 외로운 사회예요. 외로우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0% 높아지고,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40% 올라갑니다. 하루에 담배 한 갑 피우는 효과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프라인 평생교육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갈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만나서 갈등하는 거거든요. 이것도 평생교육의 기회로 봐야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이것이 AI·디지털 시대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화두입니다.
Ⅳ. AI·디지털 시대의 도전
정재권 위원장 : AI와 디지털이 화두가 된 만큼, 이 주제는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AI·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평생학습 현장에서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정책은 변화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각 주체별로 말씀해 주시죠. 혹시 인상 깊었던 디지털 학습 사례나 격차 해소를 위한 시도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재영 사무처장 : 지난 12월 5일, 대통령께서 “인공지능이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평생교육사는 평생교육을 기획하는 사람인데, 지금 ChatGPT나 Gemini에 키워드 몇 개 넣고 “프로그램 기획해 줘, 연수 만들어줘”하고 있어요.
평생교육은 그 지역을 잘 이해해야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나오는데, 지역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AI에게 물어버리니까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인공지능은 내가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인데, 무한 신뢰하다 보니 기본적인 평생교육 철학을 배제한 채 산으로 가버린다는 거죠. 그런 철학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를 전합니다.
정시연 대표 : 현장은 AI 교육을 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스템도, 예산도 없어요. 컴퓨터실 없는 평생학습도시가 태반이고, 노후화된 컴퓨터 때문에 제가 사업 수행 시 노트북을 대여해서 사용했습니다. 평생교육사가 AI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지역 내에서 그런 교육을 제공할 역량을 가진 강사도 부족하며, 인프라와 시스템이 안 돼 있습니다.
50~60대 이상 분들이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하세요. AI 시대니까 비판적 사고력이니 AI와의 소통력이니 하는 얘기들이 막 쏟아지는데, 이건 제가 볼 때 잘못된 방향입니다. 지역 맥락에 따라 평생교육사가 AI를 잘 쓸 수 있게 준비시켜 주고, 고령자가 스마트폰 수강 신청도 못하는 곳이 태반인데 스마트폰부터 잘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강사가 디지털 교수법을 먼저 습득해야 합니다. ChatGPT가 내놓은 결과를 실제로 운영할 역량이 없어요.
AI 윤리 교육하기 전에 갈등부터 중재하고 관계 중심으로 학습자들을 준비시킨 다음, 평생교육사-강사-학습자-시스템-인프라-예산이 준비된 상태에서 AI를 담을 수 있습니다.
이재주 회장 :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시스템이 되는 곳도 있지만 지방은 아직입니다. 올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협회와 함께 디지털 관련 평생교육사 연수를 진행했는데, 민간 영역 분들은 기본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공공 분들은 어느 정도 하려는 이해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질문을 통한 검색에 머무는 수준이에요.
중요한 건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깊이 있게 가면서 우리 지역에 맞게 만들어내는 겁니다. AI 전문가들이 ‘교사가 필요 없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닙니다. 교사가 AI를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AI를 노예로서 우리를 서포트해 줄 도구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딥페이크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시민성 교육도 준비돼야 합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대학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웬만한 군에는 대학이 다 있는데, 왜 평생학습도시와 대학이 별도로 가려고 하나요? 평생교육사들과 대학 평생교육 담당자, 지자체가 만나서 대학을 활용하면 됩니다. 대학에는 최고의 인재와 시설이 있습니다. 제가 어느 대학 RISE(라이즈) 사업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그 시의 평생학습 담당자와 한 번도 안 만났대요. 대학은 대학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따로 움직이고 있어요. 대학은 앞으로 지역을 외면하고 생존할 수 없습니다. 지방정부와 평생교육사들은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쉬운 AI’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종대왕이 한자 대신 한글을 만들어 의사소통을 쉽게 한 것처럼, AI도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키오스크도 인증제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적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 중 몇 명이 해 보았을 때 못 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인증해 주면 안 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평생교육과, 각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교육. 새로운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반영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학습자 눈높이에서 요구할 건 요구하고 만들 건 만들어야 합니다. 아예 만들 때부터 잘 만들어서 새로운 비문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Ⅴ. 2026년을 향한 전망과 다짐
정재권 위원장 : 이제 2026년을 전망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2026년 평생학습의 핵심 키워드를 각자의 영역에서 한 단어로 제시해 주시죠.
어재영 사무처장 : 저는 ‘공공재’와 ‘보편적 보장성’ 두 가지를 키워드로 제시합니다.
정시연 대표 : ‘초연결 퍼실리테이션 역량 강화’입니다.
이재주 회장 : ‘보수교육’과 ‘직렬화’입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개인적으로는 ‘외로움’입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차원에서는 ‘연결’이고요.
정재권 위원장 : 이런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6년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싶으신지, 그것이 잘 되기 위해 다른 평생학습 주체들에게 바라는 협력이나 제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재영 사무처장 : 지역 기반의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평생학습 활동가를 주민자치, 복지, 도시재생 등 다른 영역까지 확장해서 시민 활동가 육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몇 해 전 진천에서 남성 노인 자살률이 충북 평균의 3배 높게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인터뷰해 보니 외로움과 고립감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경제적 문제나 복지 문제는 평생교육으로 해결 안 되지만, 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세상과 조우하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대화거리를 만들어주고 대화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것, 이것이 지역 기반 평생교육의 역할입니다.
정시연 대표 : 저는 현장의 문제를 교육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제가 평생교육사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절실했던 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사업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이었어요. 그런 강사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실천력 있는 프로그램을 평생교육사들과 함께 만들어서, 정책 변화를 기다리다 지쳐있는 현장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재주 회장 : 보수교육 법제화를 위해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교육부, 국회와 연대를 계속하겠습니다. 지금 19대, 20대, 21대, 22대 국회까지 왔는데도 법제화가 안 되고 있어요. 평생교육사 배치 기관 확대를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07년에 배치 의무화된 법이 20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현장 평생교육사들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심한식 원장 직무대행 : 구체적으로는 학점은행제에서 브로커 문제가 이슈인데, 평가인증받은 교육기관과 학습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학습자가 질문하면 교육기관이 바로 응답할 수 있는, 고수를 찾는다는 의미의 ‘숨은 고수’ 같은 시스템이죠.
이를 확장해서 전국평생학습도시, 평생교육사들이 학습자와 AI를 통해서든 인터랙티브하게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온국민배움터’가 있지만 일방향입니다. 학습자가 “나는 이런 걸 배우고 싶어요”라고 하면 전국의 평생교육사나 지자체 공무원이 “우리 이런 거 언제부터 오픈하니까 오세요”하고 응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대학의 모든 대학원 과정을 시민들에게 오픈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제 등록제가 15주 과정, 학부에 한정돼 있는데, 어떤 사람이 대학원 석사 과정의 특정 강의가 필요하면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원격교육이 가능해졌으니, 대학이 전문적인 학습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과 함께 가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재권 위원장 :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1년 뒤 이 비슷한 자리가 또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2026년에 이런 일 해보고 싶었는데 이만큼 이루었다” 혹은 “아직 이만큼 부족했다”라는 얘기를 다시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쨌든 2026년에 하시고 싶은 일들이 다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이루어지시기를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평생학습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평생학습e음은 앞으로도 이런 소통의 장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평생학습e음 이선민 선임 에디터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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